이날 기념식에 앞서 마련한 정책토론회에선 남과 북, 북과 미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지며 화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흐름에서 남북 농업 교류협력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놓고 농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무엇보다 앞선 남북 농업 협력사업의 경험을 되짚어 과거의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 농업 협력사업별 성격과 사업 목표를 명확히 해야 정부, 기업, 민간의 역할이 각각 구분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고, 농업계가 정부의 정책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도로 민간 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욕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주제발표/대북 농업교류협력 추진 방향
“남북 농업협력사업 단계적으로 접근을”

대북제재해제 국면은 1단계
협동농장 등 합의사항 추진
2단계는 북한 개혁·개방 국면 
국제기준 따른 협력사업될 듯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남북이 4·27 판문점 회담을 통해 합의한 남북합의서는 정치적인 사안들로 이뤄졌는데, 경제 분야의 조항이 있다. 기존(10.4 선언) 합의사항을 이행하자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는 기존 농업 부분에서 합의된 내용들도 이행하자는 얘기인데, 남북 농업 교류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앞선 남북 협력 국면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결국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정착 로드맵의 합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지면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대해 대북 제재의 단계적 해제를 기대할 수 있고, 북한에 대해선 핵 폐기와 실질적인 개혁·개방에 착수할 것이란 기대를 할 수 있다. 남북관계는 적대관계의 단계적 청산과 교류·협력의 단계적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핵 폐기를 결정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농업 교류협력은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현 상황이 준비 단계라고 보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를 1단계 과도기로, 북한의 개혁·개방 국면을 2단계 중장기 교류협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조치를 내린다고 해도 북한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대북 제재 해제 국면의 농업 교류·협력은 협동농장, 종자분야, 농업과학기술 협력 등 기합의 협력사업의 정비, 선별 추진 수준이다.

대북 제재 해제 이후의 단기(과도기)적 관점에서 농업 교류협력 사업은 사업별로 성격과 추진 주체를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목표가 달라지면 주체가 달라진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차질 없이 남북 농업 교류협력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중에는 상업적 교류협력이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타당성, 안정성, 안전성, 위장반입 축소, 물류비 감축, 거래적 경비 감축, 경협사업 유인 제공 등의 고려사항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본격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 국제질서에 편입되는 정상국가로 거듭나게 되면 남북 농업 교류·협력 사업 양상은 크게 바뀐다. 국제 기준에 의거한 농업 교류협력, 경제적 동기가 중요한 농업 교류협력, 정부와 민간이 구분되는 농업 교류협력 등으로 추진돼야 한다. 농업 분야 ODA 사업을 북한에 맞게 보완해 추진하고, 내국간 경제교류협정을 체결해 농산물 및 관련재화의 교역을 확대하고, 농업 및 관련 산업 투자도 촉진할 수 있다.
 

▲ 한국농어민신문 창간 38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한 정책토론회는 ‘세계가 주목하는 남북 농업 협력,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농업계 전문가들이 자리해 남북 농업 협력 방안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전문가토론
북한 토양상태 회복시키고
하천준설·산림사업 동시 추진
연료 생산림 조성 최우선 과제
대규모 딸기단지 육성 모색을 


▲이용범 원광대 석좌교수(월드비전 북한농업연구소 소장)=남북 농업 교류협력은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북한에서 절실히 필요한 분야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첫째 북한의 토양 상태를 정상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 둘째 북한이 가뭄과 홍수에 대단히 취약하기 때문에 하천 준설, 산림회복과 같은 협력 사업이 동시에 필요하다. 셋째 농자재의 지원과 생산기술에 대한 협력사업의 필요성이 높다. 넷째 비료 생산기술 협력 사업, 다섯째 PE필름과 육묘용 농자재 지원 등과 더불어 생산기술협력이 절실한 상태다. 여섯째 수확된 농산물의 저장 및 가공기술의 낙후돼 있어 이 분야 역시 기술협력 요구가 높은 분야다. 일곱째 전문 인력 양성, 여덟째 농업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인력 교류, 연구용 기자재 및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한 농업분야 협력 사업은 의료 보건, 교육 등도 함께 종합적인 지원 및 협력 사업으로 발전돼야 한다.

▲백정민 통일농수산사업단 사무총장=2005년부터 운영한 남북농업협력위원회에서 합의한 사항 중에 유일하게 이행된 것이 협동농장 개발사업이다. 통일농수산사업단이 3년에 걸쳐 진행했었다. 북한 입장에서도 협동농장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시범사업이었지만, 한농연을 비롯한 농민, 시민 등 범농업계가 참여하는 시행체계를 종합적으로 갖춰서 진행했던 것이 성공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면적인 농업 협력이 이뤄지게 되면 범농업계가 함께 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돼야 한다고 이 자리를 빌어 감히 제안 드린다. 농업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남한의 농업과 북한의 농업을 함께 고민하고, 농업계, 언론, 정부 산하기관 등 범농업계의 거버넌스 구축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통해 논의하고 논의된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시행시킬 것인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향후 남북 농업 교류협력 활동과 관련해 ‘전망은 매우 보수적으로 하되, 사전 준비는 철저히 하는’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섣부르게 서둘러서는 절대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농업 교류협력 활동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사·연구·분석 활동부터다. 그 다음이 인적 교류의 회복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민간과의 논의를 통해 큰 틀에서 남북 농업 교류협력 활동의 원칙과 방향성, 단기적인 목표를 정하고 민간은 그 틀 안에서 신중하게 정부와 합의한 개별 사업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일을 풀어나갈 것을 제안한다. 또한 남북 농업 교류협력 활동과 관련해 민간이 정부와의 정책파트너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농연 주도로 ‘(가칭)남북 농업 교류협력 추진협의회’를 구축·운영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강석 경남통일농업협력회 공동대표=한농연 회원이며, 밀양에서 육종농사를 짓고 있다. 북한 협동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다. 2005년 출발해서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알찬 일들을 했다. 저희 회원들은 직접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북한 농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고 첫 번째로 육묘장을 만들었다. 더 집중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남한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생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해 ‘통일딸기’ 사업을 하게 됐다. 2009년 30만주의 딸기 모종을 북에서 남으로 가져오는 성과도 있었다. 5.24조치 이후 대북 지원 및 교류가 끊어지면서 산업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에서도 대규모 딸기 단지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요구가 있다. 북한에서 딸기 등 과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노동력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철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전무=대한민국 농업은 고령화·여성화되고 농가수도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라 농업기계 내수시장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농업기계 수출이 2000년 초반 1억달러에서 2015년 8억달러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최근 4~5년간은 수출증가폭이 크게 둔해지는 등 우리 농업기계 산업 분야의 대전환점이 필요한 실정이다. 남북 농업 협력 분야 중 농업기계의 상호 협력 증진을 위해서는 과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정부와 민간을 통해 지원된 농업 및 농업기계 경협사업의 결과를 참조해 현재의 실태를 충분히 조사하고 협의해 현지에 적합한 지원 사업을 펼쳐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조합은 남북 경협사업 시 농업기계에 대한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남북 농업기계 교류위원회’를 구성했으며, 다양한 북한의 농업기계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연구용역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광우 한국종자은행자원보전협회 회장=북한 산림의 훼손정도가 심해 사실상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북한 산지는 경사가 30도 이상인 지역이 많다. 경작지화 됐다는 것은 표토에 농작물외에 지상에 큰나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막화 초기현상을 방치했을 때는 남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겨울철 북서풍이 남하할 때 북한의 사막화된 지역을 지나면서 흙먼지와 모래를 실어서 남하하게 된다. 이것은 중국 황사보다 더 심각한 겨울철 대기오염 피해가 예상돼 공포의 겨울철이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북한산림 복구를 늦출 수가 없다. 산림복구 방법은 하나다. 첫째, 연료난 해결이다. 산림에서 연료를 조달하는 가구 수가 FAO 통계에서 24%라고 하는데, 35%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연료 생산림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평안도, 평양, 개성 지역에 우선 집중 조성해야 한다.

▲이정환 GS&J인스티튜트 이사장(좌장)=전국적으로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휩쓸고 있는데, 이렇게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현재 남북 농업 교류협력은 이전 양상과는 다른 국면이다. 그렇다면 남북 협력의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앞선 협력이 평화체제로 가는 징검다리로의 의미를 가졌다면, 지금 프로세스를 보면 북핵 문제 해결돼야 평화체제로 가고, 협력이 본격화되는 측면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패러다임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원이 아닌 기업의 투자도 중요한 부분이다. 본격적인 개방개혁 국면이 되면 북한을 향한 국제 사회의 투자 경쟁이 벌어질 텐데, 어떻게 우리가 다른 국가들을 제치고 선점할 것인가의 투자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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