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여 만에 회복세 반면
수확기 이후부터 오른 탓에
농민 수익까지 이어지지 않아
올 수확기 매입가에 촉각
내년 조합장선거 등 변수


15일자 기준 통계청 산지쌀값 조사치가 17만6000원대로 올라서면서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7월 이후 수확기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던 2013년 7~8월 평균 가격에 근접했다. 통계청 조사가격을 기준으로 산지쌀값이 하락곡선을 긋기 시작한 지난 2013년 11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첫 통계청 쌀값 조사치에 접근한 것이다.

회복세도 빨랐다. 산지쌀값이 하락하면서 최저치를 기록한 건 지난해 6월로 4년여에 걸쳐 80kg 평균 12만6767원을 기록한 반면, 이를 회복하는 데는 1년여밖에 걸리지 않으면서 회복세도 가팔랐다는 평가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 중 하나인 산지쌀값 회복을 위해 지난해 농식품부가 '신곡수요량 외 과잉생산량+알파'를 시장에서 격리한 조치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물량을 포함해 총 72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한 바 있다.

그간 신곡 수요량 외 과잉물량 이상을 시장에서 격리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에서 당시 농민·생산자단체들로부터도 환영받기도 했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수차례의 과잉생산물량에 대한 시장격리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지난해처럼 과잉물량을 조속히, 그리고 단번에 시장에서 격리한 적은 없었다"면서 "산지쌀값이 회복된 건 이 이유가 크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산지쌀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게 지난해 수확기 이후부터였다는 점에서 생산농민의 수익으로 이어진 건 아니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올 수확기 농협 등의 산지조곡 매입 가격이 어느 선에서 정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본적으로 생산량이 어느 정도일지가 매입가격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올해 발생한 농협RPC의 수익이 얼마인지, 그리고 내년 3월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매입가격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형성되고 있는 산지쌀값에 비해 지난해 농협 계통에서 매입한 원료곡 가격이 낮았던 지역의 경우 올해 매입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지쌀값의 바로미터가 되는 몇몇 지역의 경우 가격 결정에 조합장과 농민위원이 함께 참여해 수확기 벼 매입 가격을 정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올해 해당 농협RPC의 수익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년 3월에 치러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올 수확기 벼 매입 가격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조합장의 입장에서 당면한 선거를 앞두고 벼 매입가격 결정과정에서 투표자인 조합원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 생산량의 70% 가까이를 매입하는 농협계통이 결정한 가격은 산지에서 사실상의 거래 기준가격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요인은 신곡 생산량이 얼마나 될 것이냐는 것. 3만7000ha 가량에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쌀생산조정제)이 진행되면서 지난해에 비해 쌀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쌀 생산량을 5개년 평년단수(10당 529kg)로 가정 380만3000톤으로 전망하면서 4~12톤 정도만 과잉생산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지역의 통합RPC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작황을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할 때 지난해에 비해 올해 농협계통의 벼 매입 가격은 높아질 요인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면서 "조합원인 농업인들은 벼 매입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할 것이고, 출마를 준비하는 조합장이라면 내년도 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인 조합원과 마찰을 빚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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