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부에선 농기계나 종자, 비료 뭐 이런 거엔 큰 관심이 없는가벼.”

국회에서 열린 한 농정토론회에서 40대의 한 농민은 토론회장을 나가면서 이렇게 툭 던졌다.이 농민은 “철학도 좋고 다 좋은디 먹고 사는 문제도 같이 봐주면 좋을텐디”라고 뒷말을 남긴 채 토론회장을 빠져 나갔다. 이 농민의 한숨처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년차를 맞은 올해까지 농산업 정책엔 이렇다 할 계획도, 성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이란 화두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에도, 국정과제 5개년 계획에도 농산업 정책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정부의 농기계정책 핵심은 밭농업기계화 촉진인데, 현재 상태로는 밭농업기계화율 목표치 달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2016년 기준 밭농업기계화율은 58.3%로 2020년까지 75% 달성하겠다는 계획. 그러나 수확과 파종·정식의 기계화율이 23.9%와 8.9%에 불과해 이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힘이 부칠 것이란 전망이다. 비료산업도 마찬가지다. 무기질비료는 매출액이 3년째 감소추세에 있는데다 유기질비료산업 성장세는 답보상태다. 종자 역시 민간종자시장 규모(2016년)는 5408억원으로 전년보다 8% 올랐지만 향후 종자산업을 책임질 전문인력이 없어 걱정이다.

이런 여건에서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위한 농정전략은 다소 버거운 시도로 보인다. 농업을 둘러싼 산업여건이 온전치 않은데, ‘농산어촌’으로 돌아오라고 외친다면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한 작목의 파종부터 수확까지 모든 과정에는 농산업이 투입되고 있다. 파종을 하고, 두둑을 만들고, 땅을 뒤엎고,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고, 작물을 수확하는 등의 여정에서 하나가 엇나가게 되면 그 고리는 끊어지게 되고, 결국 부담은 농가 몫이다. 농업의 최우선 활동인 ‘생산’이 안정될 때, 그래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꾸릴 수 있을 때에야 ‘농산어촌으로 돌아오세요’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지 않을까.

농업이 살아나기 위해선 농산업의 회생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농업의 저변을 확대함은 물론 최근 농업계에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서 농업의 미래성장 동력을 찾는데도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북농업 지원을 위한 준비차원에서 농산업의 활성화는 필요하다. 이젠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농업을 봐야 할 때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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