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일일이 찾아 참여 설득…소비자 체험 투어로 신뢰 얻었죠"

▲ 생산자와 소비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에 생산자 모미숙 씨, 소비자 유시원 씨, 한상훈 하가점장(사진 왼쪽부터)이 함께 했다.

‘지역 농업인들에게 로컬푸드를 통해 소비자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고향의 정취를 느끼면서 생산자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은 농업인과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이 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불어 사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동시에 누군가에는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완주로컬푸드협종조합 하가점을 조명해 본다.


생산자·소비자에 모두 낯선
로컬푸드 이해시키는데 온힘

소비자단체 연계 ‘교육 진행’
농약 금지 등 농가 인식도 바꿔 

설립 초기 하루 매출 20만원서
현재 월매출 4억5000만원 달해
농가 참여도 200명 ‘큰 폭 성장’


▲로컬푸드 알리기 일등공신=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은 2013년 1월 설립됐다. 매장 설립 초기에는 농업인들은 물론 소비자들도 로컬푸드가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직원들이 생산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출하를 하면 판매를 책임진다는 설명에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매장에서 물건을 사간 소비자가 냉장고에 보관했더니 잘 상하지 않아 방부제를 사용했냐는 오해도 받았다. 그만큼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낯선 단어였다.

한상훈 완주로컬푸드협종합 하가점장의 말이다.
“초기에 많이 힘들었죠. 출하 농가 독려를 위해 일일이 찾아 다녔어요. 로컬푸드 취지를 설명하면서 직접 포장도 해야 한다고 하니 이해를 하지 못했죠.”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매장 설립 초기 매출이 하루 20만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월 매출이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초창기 어려움 극복의 배경에는 진정성이 크게 작용했다. 농가들을 만나 로컬푸드는 사업 주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그렇게 생산된 농산물의 제 값을 받자는 취지를 설득하면서 참여 농가가 늘어나게 됐다. 한명, 두명 참여한 농가들이 현재는 200명까지 늘었다. 소비자들은 지역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교육을 시키고 체험 투어를 한 것이 효과를 봤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이 어떻게 길러지고 식탁에 오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농산물을 고르는 법도 알게 됐다.

소비자 유시원 씨는 “초기에는 신선하고 좋다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주변에 알릴 수 있는 안목이 생긴 것 같다. 특히 로컬푸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좋은 거니까 가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은 이처럼 생소한 로컬푸드의 개념을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알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역 공동체 실현=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접점에 있다. 그렇기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로컬푸드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농산물 생산과 포장, 더 나아가 가격을 제시하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입장을 헤아려 구매에 나선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 공동체 실현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신뢰가 초기부터 구축된 것은 아니다. 생산자들이 기존의 관행에 따라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해 왔는데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제초제 등의 사용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자 역시 소비자라는 인식을 갖고 양심에 꺼리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초기의 걱정은 현재 사라졌다.

완주군 구이면에서 호박잎, 양배추 등을 생산하는 모미숙 씨는 “주변에 농사를 짓는 분들 대부분이 고령농이다. 농사 짓는 것이 힘들다 보니 예전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로컬푸드 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면서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산 소비자가 ‘더운 날씨에 좋은 농산물 생산해 줘 고맙다’고 전화를 한다. 농사 짓는 보람을 느끼면서 내 양심에 반하지 않고 좋은 농산물 생산해야 겠다는 다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감대는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대형마트에 출하되는 농산물은 모양도 균일하고 보기에 좋지만 로컬푸드 매장의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웃의 생산자들이 정성껏 가꿔 출하한 농산물이면서 안전하다는 믿음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에 비해 불편한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을 감수하면서도 단골이 되는 것은 신뢰라는 단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시원 씨는 “로컬푸드는 공동체다. 농가들도 지역의 주민이다. 그들이 살아야 지역도 산다”며 “그런 의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는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우수 농산물 직거래 사업장 인증도 소비자 신뢰에 한 몫을 했다. 매장 입구에 인증 결과를 알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정부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증에 따른 사업비로 매장 홍보는 물론 신규 품목의 요리법 제안 등을 통해 지역 농산물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적극 알리고 있다.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소비자와 고령화된 생산자가 공존하고 있다. 생산자만을 위한다면 소비자 불만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소비자에 치중하면 생산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두 영역의 간격을 줄이는 것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하가점의 역할이다. 생산자들에게는 농사 짓는 즐거움을 주고, 소비자들은 좋고 필요한 농산물을 제 가격에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잘 이어오고 있다.

안대성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너무 성급하게 매장을 설립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농가들에게 연중 생산 계획서 작성부터 영농기술 보급까지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따라서 매장 설립 전까지 시범운영도 하는 등 충분한 기간을 갖길 바란다”는 제안도 잊지 않았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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