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농사일 잠시나마 잊고…‘삶의 여유’ 찾은 여성농업인들

▲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시상식이 17일 농식품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시상식에 참석한 농식품부 김종훈 차관보와 강혜영 농촌복지여성과장 등이 공모전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김흥진 기자

일반, 귀농, 청년·다문화
3개 부문 나눠 18편 선정 
바쁜 시간 쪼개 나온 수상자들
시상·수상소감 등 기쁨 나눠
청년·다문화 최우수 강보람 씨
"농업인으로서 자부심 갖게돼"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7일 세종청사 대회의실에서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시상식’을 개최했다. 시상식에는 김종훈 차관보를 비롯해 심사위원 3명과 수상자 13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심사평과 수상소감 발표, 시상 및 기념촬영 등이 진행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본보가 주관한 이번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은 여성농업인들이 힘든 농사일을 잠시나마 잊고 문예창작 활동으로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공모전의 주관사인 본보는 지난 4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한 달 반에 걸쳐 ‘농촌에서의 여성농업인의 삶과 일상’을 주제로 수기 접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총 99편의 수기가 접수됐고, 6월 19일 반숙자 수필가(심사위원장)를 비롯한 심사위원회가 작품성 및 현장성을 기준으로 일반부문, 귀농부문, 청년·다문화 부문 등 총 3개 부문으로 나눠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 결과 최우수상은 △성의정(일반부문) △노경진(귀농부문) △강보람(청년·다문화 부문) 등 총 3명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이정이·최태필(일반무문) △배정숙·최은정(귀농부문) △손다원·이수경(청년·다문화 부문) 등이 선정됐다. 장려상은 △박선녀·이기순·전경령(일반부문) △김미숙·박호순·정예진(귀농부문) △안훈경·임주현·함은미 (청년·다문화 부문) 등으로, 총 18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시상식에서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과 상금 각 150만원, 우수상은 상패 및 상금 각 50만원, 장려상에게는 상패와 상금 각 30만원이 수여됐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청년·다문화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강보람 씨는 “고구마를 수출하기까지 겪었던 수많은 실패의 과정들을 수기로 써내려가면서 어떠한 도전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또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애정과 농업인으로서의 자부심도 갖게 됐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보는 “앞으로도 여성농업인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자주 제공해 여성농업인들이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또 이분들이 농업과 농촌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국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도 갖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의 수상작 18편은 작품집으로 발간돼 지방자치단체나 농업 관련 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심사평/심사위원장 반숙자  
우리 농촌이 젊어지고 있다

여성농업인 육성 시행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것으로 여성농업인의 문예활동을 장려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2018년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사가 주관해 성황을 이뤘다. 응모작도 풍성하고 작품의 수준도 높아져서 심사자의 기쁨이 컸다.

여성농업인의 생생한 삶을 이야기한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응모작 99편 작품 가운데 43편이 본선에 진출했다. 심사기준은 체험의 진정성과 문예의 형상화 그리고 농촌여성으로서의 자긍심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여성농업인, 귀농 여성농업인, 청년 여성농업인 등 세 부문에서 각각 최우수상 한 편, 우수상 두 편, 장려상 세 편, 총 18편을 선정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뚜렷한 변화는 작품량도 늘었지만 질적인 향상과 치열성이다. 각자가 처한 삶의 현장에서 도전하고 실패하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가 가정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변화시키는 모습들이 감동을 주었다. 특히 청년여성농업인들의 수기를 통해 우리 농촌의 희망을 보았다는 점이다. 분명 우리 농촌은 젊어지고 있다.

특히 여성농업인 부문에서는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많고 진솔성이 강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땀과 사랑으로 직조해 낸 농촌여성만의 삶이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한 몸으로 농부,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역할까지 해 내느라 종종걸음 친 삶의 애환이 잘 나타났다. 그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랜 세월 성실하게 산 끝에 마침내 다복한 삶을 누리게 된 글이 많았다. 좋은 작품이 많았지만 가려 뽑아야 하는 일이 아쉬웠다.

여성농업인 부문에서 최우수상은 ‘감곡마을로 시집와서 출세한 여자’를 선정했다. 대기업을 다니며 독신으로 살겠다던 주인공은 뜻밖에도 농촌총각에게 빠져든다. 결혼 한 뒤에 남편에게 빚이 5000만원이 있고 땅은 300평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난한 집 막내며느리가 맏며느리 역할까지 다하고 한우로 가정 경제를 일으키고 마을 새마을 지도자와 이장을 하면서 마을 공동의 이익을 창출해낸다. 특히 의령군에서 최초로 시행해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공동거주제를 마을로 유치시킨 점을 높이 샀다. 

귀농여성농업인 부문의 수기에서는 낯선 곳에서 도전하고 고전하며 끈질기게 일궈내는 삶의 순간순간을 잘 포착해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귀촌의 어려움이 있는가 하면 농촌의 인심에 자신을 바꿔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다.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겠으며 마을사람과 동화되는 이 분들이 노후되는 농촌을 재건하는 과정이 잘 나타났다.

귀농부문의 최우수상은 ‘파프리카와 나의 일생’을 선정했다. 주인공은 시골농부와 결혼으로 귀농하여 3년차를 살고 있는 35세 새댁이다. 파프리카를 키우며 선진농법으로 컴퓨터에 환경제어와 연동을 시켜 모든 온실을 자동제어로 감지하는 시스템으로 선진농업을 구현하고 있다.
미니 파프리카를 경작하며 일본으로 수출하고 1만불수출탑에 선정되는 등 파프리카를 연구하기 위해 공부하는 자세도 믿음직했다.

최우수상과 경합했던 ‘나는 농사꾼입니다’를 언급하면 57세의 나이로 제주에 내려가 황무지 같던 돌밭을 일구어 감귤농장을 일궈낸 억척귀농인 이야기다. 끊임없이 공부하며 자연재해와 싸우며 ‘한라뜰’이라는 농장을 일구고 마침내는 농림축산식품부 주최 전국대표과일선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것이다. 이 농부의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소신에 찬 한마디가 오래 여운을 남긴다. 

청년여성농업인 부문의 수기에서는 진취적이고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이 많아 생생함이 잘 전달됐다. 농사도 잘 짓고, 가공도 하며, 판매도 적극적으로 한다. 농업·농촌을 소재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한다. 1차 산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6차 산업에도 뛰어드는 적극성도 보여준다. 한편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도 마음을 잡았다.

청년 여성농업인 부문에서 최우수상은 ‘27살 농업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나는 청춘 농부다’를 선정했다. 어린 시절을 아토피로 고생하며 보낸 주인공은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김제로 가서 살며 자연스럽게 농부의 길로 든다. 지역에서 처음으로 꿀고구마를 재배하는가하면 포장박스도 핵가족을 겨냥해 3kg로 바꾸어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판매한다. 가락동 시장에서 경매 최고가를 받아 우수한 고구마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마침내 수출까지 하게 됐으나 수출하는 과정에서 부패가 일어나 큰 손해를 본다.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고 부패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본인이 먼저 이 길을 개척해 후배농부들이 뒤따라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진취적이다.

교복 살 돈이 없어서 울어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고구마 심는 기계를 사 놓고도 쓰지 못한다. 그동안 일해 준 이웃들이 일자리를 잃는 것이 미안해 감행하지 못하는 휴머니티가 빛나는 작품이다.

특기할 것은 우수상에 선정된 다문화여성 농업인의 수기 ‘넌 할 수 있어’는 다문화 여성 농업인이 증가하는 시대에 많은 희망과 가능성을 준 작품이다. 한글로 쓴 글임에도 표현력이 좋고 적응해 가는 과정이 잘 나타났다.

글 한편을 쓰기 위해 많은 시간 생각하고 되돌아보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을 참가자 여러분의 노고와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입상자 수가 한정돼 있어 수상하지 못한 많은 분들께 다음 기회를 약속하며 몇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 드린다.


생활수기 주의사항
1. 제목은 그 글의 얼굴이다. 너무 긴 제목은 내용의 밀도를 떨어트린다. 또한 얼굴 없는 글은 없다. 무제나 제목 없이 쓰는 것은 주의하기 바란다.
2. 수기는 문학작품과 다르다. 사유보다는 사실의 기록이 알차야 성공한다.
3. 기록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꾸준한 글쓰기를 통하여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기를 응원한다.
4.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느냐 하는 육하원칙이 글의 흐름에 들어있어야 읽기 쉽고 알기 쉬운 글이 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