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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스러운’ 청년귀농정책
   

박기윤 화천현장귀농학교 교장

화천·홍성 등 특정모델 벤치마킹
‘마구잡이’ 보조금 뿌리기 성공 못해
자력으로 커 온 단체까지 망칠라


우리 학교는 농촌 현장에서 직접 한해 농사의 전체 사이클을 실습하는 전국 유일의 귀농교육기관으로 2010년부터 9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는 농정원이 주관하는 청년귀농장기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2030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첫 사업이다 보니 교육기관 선정, 예산 배정, 프로그램 확정 등 시스템을 갖추는데 시간이 걸려 4월 중순경 시작할 수 있었다.

3월 중순경 시작하던 예년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늦게 시작하다 보니 작물을 심는 것도, 수확도 늦어져 7월 중순이나 되어 학생들이 심은 작물을 첫 출하하게 되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던 도시 청년들이 우리나라 모든 농산물이 모이는 농산물 도매시장에 처음으로 자신들이 재배한 작물을 보내는 것이니 본인들도 나도 가슴이 뿌듯하다.

4월에 입학해서 열흘간 농업농촌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본 소양교육을 받고, 밭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일 년간 함께 먹을 감자, 옥수수 등 20여 가지가 넘는 작물을 심고 가꾸는 것으로 시골살이의 첫발을 디뎠다. 비오는 날을 이용해 학교에서 선정한 멘토 농가들을 찾아가 조언과 견학을 통해 꽈리고추와 애호박을 자신들의 한해 소득 작목으로 선정했고 이후 매주 찾아가 두둑 만들기부터 고추 줄띄우는 것까지 하나하나 멘토 농가의 지도를 받은 결과이다.

이렇게 서리가 올 때까지 관리와 수확, 출하 등 농사일에 전념하는 한편 ‘천연농약이나 퇴비 등 농자재 만들기, 청년농업인 등 지역 주민들과의 만남, 자원봉사, 심리상담, 애니어그램, 명상수행’ 등 다양한 일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러다 날이 선선해지면 ‘집짓기, 설비, 용접, 장 담그기’ 등 시골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교육과 함께 그간 벌여 놓았던 농사일을 정리해 간다. 콩, 들깨를 탈곡하고 모든 밭의 비닐이나 농자재를 처리한 후 다시 녹비작물을 파종하면 농사의 한 사이클이 끝나는 것이다. 이후 전국의 농사 고수들과 모범적인 귀농 선배들을 찾아가는 국내 견학과 해외 졸업여행을 다녀온 후, 마지막으로 직접 심은 배추와 무, 고춧가루로 내년 후배들이 먹을 김장을 하면 귀농학교의 전 과정이 끝난다.

이렇게 한 해의 교육과정을 글로 적어놓으면 크게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 큰 성인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6개월에서 9개월을 함께 먹고 자고 부대끼다 보니 갖가지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한 해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 본 적이 없다. 매년 그 전 해의 운영방식을 검토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오는데, 그래도 한 해도 만족스러운 적은 없었다. 항상 진행형인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자면 화천현장귀농학교는 근사하다. 깨끗하게 리모델링한 폐교를 임차해 있고, 비닐하우스와 노지 실습장에 관리기, 트랙터, 용접기 까지 모든 실습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학교를 수료한 후 당분간 머무를 수 있는 숙소와, 친환경 농업을 할 경우 학교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강원유기농’이라는 훌륭한 친환경 생산자단체에 회원으로 가입시켜 주고 선배농민들이 지도를 해서 작목선정과 판로까지 해결해 주는 일관 체계를 완비하고 있으니 농사를 전문으로 하겠다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시스템이다.

자. 그러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그럴 리도, 그런 적도 없지만 신규농업인을 길러내기에 우리 학교의 시스템이 훌륭하다고 평가를 해서 전국에 우리 학교와 같은 귀농교육기관을 여러 개 만들겠다고 시범사업을 하고 보조금을 쏟아 붓고 하면 과연 우리학교와 같은 기관을 만들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가 없다. 화천현장귀농학교는 강의실도 기숙사도 없이 마을 회관과 노인정을 임차해서 쓰고, 교장 개인 집의 거실에서 10여명의 교육생들이 흙 묻은 옷으로 세끼 밥을 해결하던 그 세월, 10년 할부로 구입해서 아직도 갚아 나가는 트랙터,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지은 기숙사와 그때부터 지금까지 월급하나 없이 이끌어 오는 교장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 오늘이 된 것이다.

홍성의 청년협업농장도 마찬가지다.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타니까 정부에서는 청년 농업인 육성 성공사례로 전국에 비슷한 사업을 확산시키겠다고 한다. 청년과 농업농촌, 협업과 농업농촌이 당신 눈에는 과연 어울리는 컨셉인가?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사업이 진행되어 온 것은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수십 년 세월동안 지역에 사회적 경제의 기반을 만들어 온 ‘홍성’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정민철’이라는 교장이 있어서 유지되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세월과 조건을 다 무시하고 결과만 갖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이다.

시범사업으로 보조금 밀어주고 하면 결국 다 망한다. 돈 맛을 먼저 보면 될 수가 없다. 정말 그 사업이나 프로그램이 훌륭하다고 생각되면 지금 그것을 잘 하고 있는 그 기관이나 단체에 정말 필요한 걸 도와주라. 그 다음 돈을 들여서라도 운영백서를 만들어 전국에 홍보하는 것으로 정부가 일차 할 일을 끝내라.

그리고 각 지역에서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하길 원하면, 그 지역의 사정에 맞게 몇 년 이고 운영해 보게 그냥 지켜보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청년농장’ 이든 ‘현장귀농학교’든 말이다. 그래서 지역이나 단체 나름대로 자생력을 가질 때 그때 가서 지원을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일이 될 수 있다.

청년귀농이 중요하다고 목표치를 설정하고 보조금을 뿌리기 시작하면 몇 명 안 되는 청년귀농 희망자들을 경험도, 준비도 제대로 안된 각 단체에서 사업을 나누게 되고, 성과 목표치를 맞추려다 보니 청년 귀농자가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다 가지고 있는 승계농을 모아다 구색만 맞추는 엉터리 꼴이 난다.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이러다 이 사업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결국 사업자체가 날아가 버리고, 그간 성실하게 자력으로 청년 창업농을 육성해 오던 단체도 다 죽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전라북도 순창의 지금은 기술센터소장님이 되신 당시 귀농담당 과장님과 계장님이 택시를 대절해서 강원도의 화천현장귀농학교 까지 방문했다. 그렇게 견학하고 공부해서 설립한 순창귀농지원센터는 9개월 과정 대신 그 지역에 맞게 6주간 합숙과정으로 변형해서 운영해왔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학교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게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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