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쌀값과 단순 비교
‘26.4% 급등’ 자극보도 잇따라
생강·고춧가루도 마찬가지
파·양파 등 급락엔 ‘침묵’


그동안 워낙 가격이 낮아 언론의 물가 상승 표적에서 빗겨나 있었던 쌀과 생강, 고춧가루가 최근엔 상반기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 품목의 가격이 가장 낮았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소비력 하락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 들어 각 영역별 상반기 결산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상반기 외식 물가의 화두는 쌀과 생강, 고춧가루를 중심으로 한 농산물 가격 상승에 맞춰져 있다. ‘쌀값 상승에 외식도 두렵다, 쌀값 잡으려다 서민 잡을라, 고춧가루 가격 급등에 못 살겠다 아우성’ 등 농산물 가격발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는 통계청 통계 결과를 일부만 확대해 쌀이 지난해보다 26.4%, 생강은 45.3%, 고춧가루는 43.6%나 가격이 오르는 등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이 외식물가 상승을 조장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 통계청 통계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쌀값은 전년 대비 26.4% 상승하긴 했다. 그러나 올해와 비교되는 지난해 상반기 쌀값은 지난 20년간 가장 낮은 가격대였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통계청의 상반기 쌀값 동향을 봐도 그 전년 대비 2017년은 12.6%, 2016년은 7.6%, 2015년은 2.3%, 2014년은 1.0% 각각 가격이 하락했다. 거듭되는 쌀값 침체 속에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유도, 농가의 자율적 생산량 감축이 맞물려 그나마 쌀값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쌀 소비에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다.

생강과 고춧가루도 그동안의 시세 침체 영향으로 재배면적이 급감, 올해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물가 상승을 일으킨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전년 대비 올 상반기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률을 보인 품목이라던 생강은 지난해엔 가격이 상당히 낮았다. 상반기 기준 2017년 생강 가격(농산물유통정보, www.kamis.or.kr)은 20kg 상품에 4만6000원으로 2016년 9만3400원, 2015년 13만400원, 2014년 9만2000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생강 평균 가격도 9만7600원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못했다.

고춧가루 역시 올해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이는 재배면적이 급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고춧가루 가격 침체가 몇 해 동안 계속되며 건고추의 연산별 건고추 재배면적은 2013년 4만5360ha에서 2014년 3만6120ha, 2015년 3만4514ha, 2016년 3만2719ha, 2017년 2만8337ha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상반기 대비 28%나 가격이 하락한 당근을 비롯해 파(-20.1%), 양파(-12.6%) 등의 품목에 대한 관심은 찾기 힘들다. 이들 품목은 내년에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몰릴 개연성이 크다.

이런 한쪽 면만 부각시키는 통계 보도에 대해 기사의 출처가 되는 자료를 조사하는 통계청에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에선 소비자 물가와 관련, 농산물 품목만 해도 50개 가까운 품목을 조사한다. 당연히 가격이 오른 품목이 있는 반면 내린 품목도 있을 수 있는데 오른 품목만 관심을 끌고, 통계청이 이를 주도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며 “절대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고, 최근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 역시 마찬가지로 농업계에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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