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밀 구곡 재고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진행된 한국우리밀농협의 수매현장 모습.

올해 생산량 2만2000톤 예상
예년에 비해 소폭 줄었지만
창고에 가득 쌓인 구곡 ‘골머리’

국산밀산업협회 회원사 재고
소비량보다 3000톤 더 많아
올해 수매량 만큼 또 남을 듯

정부 수매비축도 빨라야 내년
"계약재배 줄면 생산기반 붕괴"


6월 중순부터 우리밀 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구곡 재고에 대한 우려가 되풀이 되고 있다. 당장 (사)국산밀산업협회는 우리밀 구곡 재고가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도 계약재배 물량이 1만톤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밀 생산기반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밀 재배면적은 6600ha로, 생산량은 대략 2만200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지역 등을 중심으로 냉해로 인한 붉은곰팡이병 피해가 발생하긴 했지만, 전국적인 생산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우리밀농협 김태완 상무는 “냉해로 인한 붉은곰팡이병 피해로 전남지역 평균 27% 정도의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며 “현재 냉해피해 보상에 대한 신청을 받고 있는데, 얼마가 보상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결국 우리밀 생산량 자체는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창고에 가득 쌓여있는 구곡 재고가 골칫덩이다. 김태완 상무는 “올해 붉은곰팡이병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많지만, 4000톤 규모의 계약재배 물량은 다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재고 처리다. 현재 5000톤 정도의 재고가 남아있는 상황인데, 올해 확실하게 재고 처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밀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우리밀농협을 비롯, 국산밀산업협회의 회원사 재고는 총 1만6000톤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회원사들이 연간 소비하는 물량이 1만3000톤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매하는 우리밀은 온전히 재고가 되는 셈이다.

국산밀산업협회 유화영 국장은 “지난해 주정처리 조건으로 5400톤의 우리밀을 추가 수매하면서, 결과적으로 현재 재고가 1만6000톤에 달한다”며 “우리밀 원곡의 25%가 보관비로 발생하면서, 매년 구곡 재고로 인한 경영악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유 국장은 “계약재배 물량을 2017년 3만톤에서 2018년 1만4000톤까지 줄였는데, 재고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만약 올해도 재고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도 계약재배 물량은 9000톤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우리밀 구곡 재고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주정처리용으로 과잉생산된 보리가 계약된 상황인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수매비축은 빨라야 내년부터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구곡 재고를 고려해 계약재배 물량이 더 줄어들게 되면 생산기반이 무너지고, 밀 자급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있기 때문에 재고 처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주정처리나 수매비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충남도의 사례처럼 지자체와 함께 우리밀 소비가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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