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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회 농촌산업활성화 현장포럼] “바닥 다진 전통주산업, 재도약 가능할까”
   

▲ 지난 6월 21일 충북 청주의 전통주업체 ㈜조은술 세종에서 열린 제62회 농촌산업활성화 현장포럼에서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가 전통주산업 동향과 발전방안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쌀 1kg(약 2000원)을 가공해 즉석밥으로 만들면 1만원(2kg), 떡을 만들면 1만3000원(1.3kg), 증류식 소주로 만들면 약 4만원(알콜올 40%, 0.9ℓ).’  쌀 등 국산 농산물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국내 전통주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다.

지난 2010년 농식품부가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1년 ‘전통주 등의 산업발전 기본계획(2011~2015)’을 수립,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

시설현대화 지원에서부터 양조용 원료품종 개발, 주류산업 실태조사, 전문교육기관 양성, 품질인증제 및 우리술 품평회 등이 이어졌고, 소규모 탁주·약주·청주 제조면허 도입과 상업 인터넷 쇼핑몰의 전통주 판매가 전면 허용되기도 했다.

전통주 진흥을 위한 정부의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얼만큼의 성과를 거뒀을까.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향후 발전방안은 무엇일까.

지난 6월 21일 충북 청주의 전통주 업체 ㈜조은술 세종에서 ‘전통주 산업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열린 제62회 농촌산업활성화 현장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제2차 전통주 기본계획, 문제는 실천

이날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경기도농업기술원 이대형 박사는 주류시장 현황과 주요 정책 변천사, 제2차 전통주 산업발전 기본계획(2018~2022)의 핵심 내용 등을 소개했다.

2016년 기준 국내 전체 주류시장 규모는 9조3000억원으로 희석식 소주와 맥주가 83.8%를 차지한다. 법률상 전통주로 정의되는 민속주(무형문화재, 식품명인)와 지역특산주(농민주) 규모는 아직도 0.4%(397억)에 불과하다. 

숫자로만 보면 지난 몇 년 간 전통주 진흥을 위해 추진된 정부 정책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 탁주 출고액도 4,540억원(4.9%)으로 2009년 시작된 ‘막걸리 붐’이 2011년을 정점으로 꺼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박사는 “당시 산업기반이 열악한 상태에서 갑자기 수출이 늘고 수요가 커졌다. 그러다보니 체계적 준비도 없이 업체마다 만들어 파는데 급급했고, 일시적 붐이 꺼지고 난 후 타격이 컸다”면서 “지금은 법·제도의 정비로 기초가 탄탄해진 만큼 그때처럼 갑자기 시장이 급감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월 정부가 내놓은 ‘제2차 전통주 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분리해 정책대상의 범위를 확대하고 유통·판매 활성화에도 중점을 두는 등 그동안 업계에서 주장해왔던 내용들이 거의 다 담겼다는 것. 그는 “문제는 실천”이라면서 “앞으로 국세청을 비롯 기재부, 식약처 등과의 원활한 업무 협의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2차 기본계획에 있는 (가칭)한국술산업진흥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농진청과 한식연에서 관련 연구 및 기술지원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력과 재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주류총합연구소와 같은 조직을 설립, 체계적인 R&D·기술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면 한국술 연구의 연속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프리미엄급 증류식 소주를 주목하라

이날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 (주)조은술 세종의 이현중 이사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서 증류식 소주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현재 전통주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주종이 증류식 소주”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도 고급 증류식 소주 ‘이도’ 덕분에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이도’는 100% 유기농 쌀에 순수 토종효모를 이용해 저온감압방식으로 증류시켜 만든 국내 최초, 국내 유일의 유기인증 증류식 소주다.

최근 압구정동, 경리단길, 연희동 같은 서울의 젊은 동네를 중심으로 전통주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 압구정동에서 전통주 전문점인 백곰막걸리&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승훈 대표는 “거시지표상으로 보면 전통주 시장이 정체돼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질적인 부분으로 보자면 우리술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스스로 술 빚기에 나서면서 소형 양조장들이 활성화되는 등 토대가 단단해지고 있다”면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다양한 특색을 지닌 고급 술들이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개입 최소화, 소비자 중심 접근 필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줄이고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남재작 박사는 “민간기업들이 시장이나 소비자를 보지 않고,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을 따라다니면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동안의 정책 방향과 정책 개입의 성과를 심층적으로 진단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환 박사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도태되어야 할 기업들이 정부에 의존해 살아남아 과열경쟁 등 부작용을 양산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뛸 수 있도록 돕는데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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