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인머스캣의 당도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 정도(손가락 편 크기)는 알이 안 달리도록 해야 합니다.” 황의창 한국포도회장이 직접 손을 펴 보이며 샤인머스캣의 과다 과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샤인머스캣 재배 급증
전체 재배면적 10% 웃돌아
빠르게 시장 정착 주목

시세 양호했던 작년 이어
올해도 지난해 수준 기대

일부 과다 결실 욕심
당도 떨어뜨려 ‘되레 독’
소비자 인식 나빠질 수도
중량 기준 가격 결정 아닌
당도·품위에 초점 둬야


가온 시설 물량을 시작으로 포도 시즌이 시나브로 전개되고 있다. 특정 품종 위주의 생산, 수입과일과의 경쟁 심화 등 최근 몇 해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포도 시장은 껍질째 먹는 녹황색 포도인 샤인머스캣(Shine Muscat)의 인기에 따른 폭발적인 생산량 증가와 함께 포도 품종이 재편되면서 서서히 살아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반면 샤인머스캣의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올해, 샤인머스캣의 재배 관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7일 포도 주산지인 경북 상주의 포도 재배 현장을 찾았다.

“샤인머스캣, 무조건 가격을 잘 주지 마세요.”

국내에 샤인머스캣을 소개한 한국포도회 황의창 회장은 “샤인머스캣의 재배면적이 급증하고 있다”며 “몇 해 전만해도 전국에서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가 열손가락도 안 됐지만 이제는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10%를 넘어서고 있다. 새로운 품종이 들어와 이처럼 빠른 시간 내 자리 잡은 품종에 대한 유례가 언제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착 속도가 빠르다”고 전했다.

샤인머스캣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캠벨얼리, 거봉, 샤인마스캣 등 포도 품종 작기가 몰리지 않고 순차적으로 이어져 기존 품종의 수요도 유지되면서 전반적으로 포도 시세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샤인머스캣의 단가가 높게 유지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산지에서 발생하고 있다.

황의창 회장은 “샤인머스캣 단가가 캠벨얼리보다 몇 배가 높다. 이에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과다 결실을 하는 곳이 많다”며 “샤인머스켓은 500~700g이 가장 맛이 좋고 품위도 뛰어나지만 이보다 두 배인 1.2kg 이상 물량의 유통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샤인머스캣은 보통 당도가 18브릭스 이상 나가 주 수입포도 품종이자 당도가 17브릭스인 톰슨시드레스보다 당도가 높고 맛도 뛰어난데 과다 결실로 인해 13~14브릭스의 샤인머스캣도 대거 유통되고 있다”며 “결국 샤인머스캣이 기존 포도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맞물려 샤인머스캣이 이제 막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어 중량에 맞춰 가격이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황 회장은 “인기가 많다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샤인머스캣 가격을 잘 줘선 안 된다. 중량보다는 당도와 품위가 샤인머스캣 가격 결정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샤인머스캣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안 좋아지는 건 한순간으로 자칫 포도 시장이 다시 FTA 폐업지원금을 받았던 몇 해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가온 시설 물량이 출하되고 있고, 여름철을 지나 초가을까지 집중적으로 물량이 나올 예정인 포도의 산지 작황 상태도 궂은 날씨로 전반적인 작황이 좋지 못한 타 과일류와 마찬가지로 썩 좋지는 못한 상황이다. 다만 조생종 위주로 피해가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 회장은 “보통 노지 포도의 꽃피는 시기가 5월말인데 봄철 냉해 피해는 4월말에서 5월초에 집중 발생했다”며 “이에 조생종 위주론 작황이 좋지 않지만 중만생종은 다른 과일처럼 큰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샤인머스캣의 성장이 포도 산업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면서 시세가 비교적 양호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포도 시세 흐름이 올 시즌에도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용선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포도의 경우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소비자 트렌드와도 부합돼야 한다는 과제가 있었는데 샤인머스캣이 이런 과제를 일정 부분 해결해주고 있다”며 “캠벨얼리의 양이 많이 줄어 전체적으로 포도 시세는 비교적 양호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시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이사는 “올해 샤인머스캣이 작년 대비 4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캠벨얼리는 크게 줄어 전체적인 포도 시세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샤인머스캣의 경우 씨가 없고 신맛도 없을뿐더러 저장성은 강해 포도 산업을 살리는 획기적인 품종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 이사는 “다만 과일은 초반 시세가 중요한데 장마가 오다보니 물량을 빨리 납품해야 한다는 걱정으로 숙기가 올라오기 전에 신맛인 상태로 출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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