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 위치 접근성 ‘갑’…당일 수확·당일 전시로 ‘신선’

▲ 대구지하철 문양역에 위치한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은 생산자에겐 생산의 재미를, 소비자에겐 구매의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사진은 이종철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 대표이사(사진 맨 오른쪽)가 생산자 박상선 씨(가운데), 소비자 조미옥 씨와 매장을 둘러보며 함께하고 있는 모습.

한국향토문화대전에 따르면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과 하빈면의 경계에 위치한 마천산은 곳곳에 등산 안내도가 설치돼 있고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는 등 등산객들에 대한 배려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해발고도(274m)가 높지 않을뿐더러 소나무가 많고 산림욕장도 있어 대구시민들은 사시사철 어느 때나 가벼운 산행과 산림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 마천산을 등산하려면 이용해야 할 지하철역인 대구 문양역에는 마천산처럼 작지만 생산자와 소비자를 잘 안내해 생산과 구매의 재미를 선사하고, 제철 농산물이 즐비해 사시사철 언제든 우수한 농산물을 볼 수 있는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제철 품위 좋은 농산물만 판매  
주부들 ‘저녁 고민’ 해결 도움

마천산 등산객들 입소문 타고
방문객 1년에 40만명 달해 
품질 앞세워 젊은층에도 인기


▲구매의 재미=특징이 비슷하다는 인용을 넘어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과 마천산의 인연은 실제 깊다.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의 첫 고객층이자 직매장을 처음 알린 이들이 마천산 등산객들이었던 것이다.

이종철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 대표이사는 “국내엔 로컬푸드 개념이 생소했던 10년 전 농산물 판매장으로 시작해 2013년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으로 개칭, 2014년 재개장을 했다”며 “당시만 해도 로컬푸드가 생소했고 홍보 여력도 없어 마천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우리의 주 고객층이었다”고 회상했다.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은 등산객들의 입소문으로 시작해 지금은 하루 평균 1000여명, 주말엔 2000여명이 방문해 연중 40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국내 대표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이사는 “처음엔 등산객들이 많아 중장년 고객들이 주를 이뤘다”며 “반면 요즘엔 매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자주 들린다. 고객층이 젊은 층으로 확산됐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별다른 홍보 효과 없이 방문객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그 이유를 ‘접근성’과 ‘품질’이라고 밝힌다.

수년째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부 조미옥 씨는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언니, 동생과 산책을 하다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처음 알게 됐고, 이게 계기가 돼 8년째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찾고 있다”며 “로컬푸드직매장을 찾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접근성이 좋다는 것과 더불어 무엇보다 직매장 농산물의 신선도가 으뜸이다. 같은 농산물을 사서 냉장고에 보관해도 직매장 상품이 신선도가 4~5일 정도 더 오래 간다”고 말했다.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찾는 소비자들에게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조 씨는 “예전엔 장을 보기 전에 구매할 목록을 직접 적었다”며 “반면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애용하고 나서는 그런 목록을 적을 필요가 없어졌다. 방문한 날 제철이면서 품위도 가장 좋은 농산물이 매대에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재미가 쏠쏠하다”며 “주부들의 평생 고민인 저녁 반찬에 대한 고민도 사라지게 됐다”고 귀띔했다.

양질의 농산물이 직매장에 올라오는 데에는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 임직원들과 생산자 사이의 소통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농가에게 고품위 재배의 중요성과 재배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수시로 교육을 하고 있고, 대부분 당일 수확, 당일 전시를 해 신선도도 높다”며 “로컬푸드직매장의 장점이 많지만 양질의 농산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중 가장 큰 장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00여 품목·300여 농가 참여
대부분 고령·소농, 여성농업인

고추·케일 등 생산 박상선 씨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소득 
10시 출하, 근로 여건도 좋아"


▲생산의 재미=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은 소비자들에게 구매의 재미를 줬다면 생산자들에겐 생산의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처음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이 설립됐을 당시만 해도 농가가를 일일이 찾아 물건을 납품해달라고 부탁해야했지만 이제는 납품 문의가 먼저 들어오곤 한다. 400여 품목을 취급하면서 함께하는 생산자도 어느덧 300여 농가나 된다. 참여 농가도 대부분 고령농과 소농, 여성농업인들로 한마디로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이 농사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유지시킬 수 있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처음에는 산지에서 로컬푸드에 대한 인식이 낮아 농가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웠지만 이제는 지역의 많은 농가들이 함께하고 있고, 납품하고 싶다는 농가 문의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유통 과정에서 설 자리가 줄고 있는 소농과 고령농이 우리 직매장에선 주 출하층이자 그런 이들을 위해 로컬푸드직매장이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생산자 반응은 뜨겁다.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서 3000㎡ 규모의 고추와 케일, 호박잎 등을 생산하는 여성농업인 박상선 씨는 로컬푸드직매장을 만나면서 그만둘 수도 있었던 30여년 농업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밝히고 있다. 판로부터 생산 환경 등 많은 것이 개선됐기 때문.

박 씨는 “5년 전부터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이용했고, 현재는 전량 직매장에 납품을 하고 있다”며 “로컬푸드직매장을 알기 전에는 시장 중간상인에 납품을 해야 했고, 그들이 부르는 값에 거래가 이뤄진 반면 지금은 우리가 직접 출하를 하면서 단가 역시 높게 받고 있다. 적어도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직매장을 통해 얻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간상인에 납품할 때는 새벽 5시면 시장을 찾아야했는데 이제는 10시 정도에 출하하면 되니 근로 여건도 훨씬 좋아졌다”며 “이제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몰랐다면 아직까지 농사를 지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생산자들은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이용하면서 소득 향상은 물론 농사의 재미도 살아나고 있다. 박 씨는 “내가 생산한 농산물에 이름을 붙이고,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누군지도 확인할 수 있고 반응도 바로 와 농사짓는 게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생산자, 소비자와 상생을 도모하는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은 정부로부터의 우수 농산물 직거래 사업장 인증을 토대로 더 많은 이들이 직매장을 찾을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다. 이에 더해 경북 성주와 칠곡과 맞닿아있는 지리적 특성상 행정 개념이 아닌 거리 개념의 진정한 로컬푸드를 도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종철 대표이사는 “정부로부터 받은 우수 농산물 직거래 사업장 인증을 토대로 좀 더 다각적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매장 입구에 관련 현판을 걸어놔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 등이 하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석해 문양역로컬푸드직매장을 더 알리도록 하겠다. 전라권엔 우수 직매장이 많지만 경상권은 거의 없어 우리가 이 지역의 로컬푸드 홍보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양역은 행정상 대구로 대구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하지만 오히려 대구 동쪽에 있는 산지보다 성주와 칠곡이 훨씬 가깝고 푸드마일리지에 어울리기도 하다”며 “로컬푸드를 단순 행정구역이 아닌 거리로 따지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아 인근 지역 농가와의 상생도 도모하려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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