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복숭아 작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편이다. 사진은 영천의 한 복숭아 단지에서 복숭아 재배 농민들이 봉지에 싸여 있는 복숭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

여름철에 진입하며 복숭아, 포도 등 여름과일류가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대표적인 여름 제철과일인 복숭아와 포도는 재배면적 증감 유무에 따라 시장 상황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오리와 원황으로 대표됐던 여름 사과와 배는 추석과 가을철 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었다. 여기에 더해 올해엔 다양한 상황이 여름과일 시장에 놓여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냉해, 우박 등 날씨가 유독 받쳐주지 못했던 반면 샤인머스캣, 썸머킹 등 새로운 품종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품목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 이에 복숭아를 시작으로 품목별 여름과일 산지와 시장을 찾아 여름 시즌을 점검해본다.


최근 몇 해 재배면적 계속 증가
생산량 늘 것으로 전망됐지만
동해·냉해·우박 등 피해 잇따라 
영천 농가 "수확기 장마도 우려"

시장 초반 시세 평년보다 높아
"당도 유지·적기 출하를" 당부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걱정했는데 오히려 생산량 감소를 우려할 처지가 됐네요.”

포도에서의 작목전환 등으로 복숭아는 최근 몇 해 동안 재배면적이 계속해서 증가했고 올해엔 이 영향으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지난 20일 천도계와 유모계 등 양 복숭아 주산지인 경북 영천 산지에서 만난 복숭아 농가들은 ‘생산량 감소’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음 달 초 첫 수확을 할 예정인 정유식 씨는 “겨울 동해, 봄철 냉해, 늦봄 우박 등 계속해서 날씨가 좋지 못했다”며 “특히 5월 10일경 내린 우박으로 전체 물량의 30%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그는 “생산량 증가가 아니라 생산량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며 “이제 장마가 시작된다는 데 수확기가 장마와 겹치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봄철까지는 물론 수확기를 목전에 둔 최근까지도 복숭아 산지엔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영천의 대표적인 복숭아 생산자단체인 별다믄영농조합법인의 조영운 대표이사는 “천도계는 오늘(20일) 첫 선별을 시작했고, 유모계도 조만간 출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윤달이 낀 지난해 음력이 늦어 복숭아 첫 출하도 늦었는데 올해엔 지난해보다도 일주일 정도 첫 출하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겨울과 봄은 물론 수확을 앞둔 최근 날씨도 좋지 못했다”며 “야간 온도가 16도 이상은 돼야 하는데 며칠 전까지 10도에 불과해 과가 잘 클 수 없었다. 복숭아는 유통기간도 짧아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비단 이런 상황은 영천만의 일이 아니다. 시장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작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생산량도 많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강남규 농협가락공판장 경매부장은 “궂은 날씨로 노지 피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중부 지방은 겨울철 동해, 남부 지방은 봄철 꽃눈이 온 뒤 냉해 피해를 크게 입었다”며 “영천은 물론 남원, 햇사레(이천, 음성) 등 전국적으로 피해를 받아 생산량이 10% 정도까지 감소할 수 있고, 출하도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복숭아의 초반 시세는 좋게 형성돼 있고, 시세 전망 역시 어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가락시장에서 천도계 기타 5kg 상품 평균 도매가격은 2만871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2만원 내외의 시세를 보이며 1만원 중후반 대였던 평년과 지난해보다 높은 시세가 나오고 있다. 유모계도 물량이 워낙 없어 정확한 시세 정보는 잡히지 않고 있지만 평년보다 높은 초반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가락시장 중앙청과의 서영우 영업이사는 “현재 조생종 천도계열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고, 유모계도 조생 품종은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며 “초반 시세는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고, 생산량 감소로 전반적으로 올 시즌에 복숭아 시세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시장에선 높은 시세를 기대하기보다는 적기 출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황 악화 시즌에 대하는 다양한 주문을 하고 있다.

서영우 이사는 “작황이 좋지 않다보니 특히나 선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중량 속임도 없어야 복숭아 소비가 유지될 수 있다”며 “그렇게만 되면 수확기 전 일주일 정도 비가 오지 않으면  품위는 좋아지고, 일조량도 풍부해 높은 당도 속에 소비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강남규 부장은 “세 가지를 부탁하고 싶다. 우선 당도인데 사과나 배는 당도가 안 나와도 갈아먹거나 즙으로 먹으면 되지만 복숭아는 무조건 당도가 유지돼 시장에 출하돼야 한다”며 “또 올해 작황이 좋지 못해 부패과가 많을 수 있는데 꼭지 작업을 할 때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해 부패를 줄여야 한다. 여기에 복숭아는 품종이 다양한데 각 품종 시즌에 맞추는 게 좋지만 숙기가 올라오지 않을 경우엔 굳이 시즌을 맞추려 하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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