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5일 한국농어촌유산학회가 서울 aT센터에서 개최한 '2018 정책세미나 및 학술발표회'에서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윤원근 협성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농어촌유산학회 정책세미나
핵심지역 개발행위 엄격 제한
지역주민 보전 활동 뒷받침
세계농업유산직불제 공론화를


국가중요농업유산이 제대로 보전·계승되기 위해서는 개발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제수단 마련과 함께 지역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농어촌유산학회(회장 이병기 협성대 교수)가 지난 15일, aT센터에서 개최한 2018 정책세미나 및 학술발표회에서 나왔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현황과 정책과제=우리나라는 2013년 △청산도 구들장논(1호)과 △제주 밭담(2호)을 시작으로 총 9곳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했다. △구례 산수유농업(3호) △담양 대나무밭(4호) △금산 인삼농업(5호) △하동 전통차농업(6호)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7호)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8호) △울릉 화산섬 밭농업(9호) 등이다. 이중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농업’ 등 3곳은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실시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도 등재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에 지정되면 농식품부는 3년간 총 15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는 농업유산을 브랜드화해 지역특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축제 등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지역 홍보에 나서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국가중요농업유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백승석 한국농어촌공사 지역개발지원단 과장은 “농업활동이 이뤄지는 농업유산의 특성상 지속적인 정비와 관리가 필요한데, 일부 지역의 경우 무분별한 개발과 관리 소홀로 인해 농업유산이 훼손되거나 가치가 저하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농업유산에 대한 정밀한 관리와 지원을 위해 농업유산지역을 핵심지역과 주변지역으로 구분하고 핵심지역에 대해서는 개발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되 지역 주민들에 대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주변지역의 경우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보전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민협의체 운영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자체 애로점=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은 농업유산을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큰 애로점으로 예산문제를 꼽았다. ‘농촌 다원적 자원 활용사업’을 통한 3년간의 국비 지원이 끝나고 나면 자체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

강희천 금산군 세계중요농업유산사업단 팀장은 “지정도 중요하지만 유산 지정 이후 어떻게 지속적으로 보존 관리할 것이냐가 핵심”이라며 “국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 매칭사업이 가능한데 국가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지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많다”고 우려했다.

윤재현 담양군 대나무자원연구소 소장은 “국가의 이름으로 농업유산을 지정했으니, 중앙정부가 좀 더 체계적인 지원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부안군 김문갑 농정기획팀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양잠농업의 경우 별로 돈이 안되기 때문에 농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군 차원에서 직접지불제를 검토 중”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연구원의 강승진 박사는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보존관리 활용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제주 밭담의 경우 지역발전위원회에 제주 밭담을 활용한 6차산업화를 제안, 40억원의 예산을 추가 확보해 사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강 박사는 덧붙여 “농업유산은 농업이나 농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원인 만큼 세계농업유산직불제 도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학열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겠지만 지역주민이나 농업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농업유산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행정이나 전문가가 아닌 지역민 스스로 주민협의회나 연구회 등을 조직해 보전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경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역사문화전시체험관 추진팀장은 “농업유산 지정 이후 보존 관리를 위한 주연배우는 결국 주민일 수밖에 없다”며 “국가와 지자체, 전문가, 지역주민이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서 사업을 내실화할 수 있을지, 한국농어촌유산학회를 중심으로 학계에 계신 분들이 보다 심도깊은 제안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업유산의 발굴 및 보전, 활용과 관련한 연구조사를 위해 지난 2013년 설립된 (사)한국농어촌유산학회는 ‘농어촌 유산’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도입,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가 정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2014년부터 매해 한·중·일 연구자들이 함께하는 동북아농업유산(ERAHS)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국제 학술교류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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