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가공 식료품 과세…영세율·저율과세 검토를

물가상승 등 파급효과 우려
생산자·소비자 세부담 대비
세제개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과 비교할 때 식료품에 면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에 미가공 식료품의 면세 제도의 개선을 모색할 경우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과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해외 사례=유럽과 북미,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40개 국가의 농식품 부가가치세 제도를 살펴보면 식료품에 대해 면세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몰타, 호주, 멕시코,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등 6개 국가는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식료품에 저율과세한다. 저율과세하는 유럽 국가들은 신선농산물과 가공식품, 식당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적용하기도 하는데 스위스, 키프러스,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은 가공식품이나 식당에 식료품에 적용되는 세율보다 높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한다.

외국에서의 식료품에 대한 부가기치세제의 특징 중 하나는 미가공 식료품과 가공식료품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가공 식료품과 가공 식료품을 구분하지 않음으로써 부가가치세 특례의 적용을 받는 사업자는 농산물 생산자뿐만 아니라 식품 가공업자, 외식업자, 농산물 유통업자 등 농식품 관련 전체가 부가가치세 특례 대상이 된다.

또한 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농업인, 농산물, 가공업자, 농산물 유통업자가 일반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일반 세율을 적용받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고 매출세액과 매입 세액의 차이만큼을 과세당국에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각 나라는 소규모 사업자의 납세 관련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매출 규모 이하의 사업자에게 부가가치세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신고 면제 상한을 적용받는 농업인은 매출세액을 신고하거나 납세하지 않으므로 투입재에 부과된 매입세액도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유럽 전체 농가 중 40%가 판매액 2000유로 이하의 소규모 농가로서 유럽 농가의 상당수가 소규모라는 점에서 부가가치세 신고 면제 상한은 농가의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국가별 경제발전 정도에 따라서 상한의 적용으로 신고가 면제되는 농가의 비중은 국가마다 다르다. 저성장 국가에서는 대부분의 농가가 부가가치세 신고 면제 상한의 적용을 받아 신고 의무를 지지 않지만 고성장 국가에서는 일부 농가만 신고의 의무에서 면제된다.

결론적으로 외국 대다수 국가의 경우 농업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과세체계 내로 편입돼 있음으로 인해 외국의 부가가치세제는 우리나라에 비해 간소화 돼 있다.

▲시사점 및 과제=국내 부가가치세 면세로 발생하는 문제와 외국 사례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미가공 식료품 면세제도는 저소득층 생활비 및 농업인의 신고 부담 경감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이를 고려할 때 미가공 식료품의 면세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며, 현재 면세제도는 장기적으로는 바뀔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만약 면세 제도 개선을 하게 된다면 대안으로는 △영세율로의 전환 △현행 세율인 10%보다 낮은 저세율 부과 △현행 세율인 10% 부과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소규모 농업인의 납세 부담 경감을 위한 다양한 장치 마련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변경에는 전제 조건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부가가치세 제도 변화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가공 식료품에 대해 과세가 된다면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민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소형 부연구위원은 “미가공 식료품 면세제도가 가진 문제점과 현재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치르고 있는 비용, 제도 변화의 장단점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가공 식료품 면세제도를 폐지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의 세부담, 행정부담 증가 등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세제 개편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세 전환 시 △가계의 식품소비 지출 부담 증가 △부가가치세 과세에 따른 농산물 수요 감소 등 농업인과 도시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개편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농업인의 납세협력비용 절감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가공 식료품에 대해 부가가치세가 과세된다면 농업인은 납세를 위한 제반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반면 농업인에게는 복잡한 세제를 이해하고 납세준비를 하는 것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있다. 이에 농업인의 납세를 돕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임소영 부연구위원은 “부가가치세 제도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에 대해서는 보다 정밀한 분석과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구체적인 방안 수립을 위해서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적용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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