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날로 연중 태양의 적위가 가장 커지는 시기이다. 하지는 정오의 태양 높이도 가장 높고 일사 시간도 가장 많은 날이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때인 청년기에 비유할 수 있다. 청년기는 일생에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시기다. 하지에 연중 가장 태양이 오래 비추듯이 청년은 낮에도 밤에도 눈에 불을 밝히면서 인생을 설계하고 목표를 향해 쉼 없이 젊음을 불태운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 환갑, 보리 환갑이란 말이 있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 줄기가 마르기 때문에‘감자 환갑’이라 하였고,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차 있을 때 ‘보리 환갑’이라고 한다. 이때가 수확 시기인 것이다. 남부지방에서는 하지 무렵이면 모내기가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와“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苗)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처럼 하지는 농사짓는 데 중요한 시기이고 풍흉을 가름하는 절기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노지에서 수확하는 감자이다. 감자는 대표적인 국민 간식이자 주식으로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나라마다 전통에 따라 다양한 요리법을 선보이고 있으며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밥이 돼주었고 지금은 간식으로 사랑 받고 있는 소중한 식량 작물이다.

감자는 땅 속의 사과라 불릴 정도로 비타민 C와 B1이 풍부하다. 하지에 수확하는 감자는 비타민C가 사과의 2배에 달한다. 또한 감자에는 칼슘, 인,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한데 그중에 칼륨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이고 혈액을 약알칼리성으로 유지하는 데 좋은 작용을 한다.

감자 때문에 청년들이 농촌으로 귀농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전북 김제다. 이 지역은 한 개 면 단위에서 감자를 450여ha 재배하고 있다. 수입은 타 작물에 비해 높다. 규모와 재배방법에 따라 다르나 경영체당 3억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매서운 추위와 바람에도 겨울동안 하우스를 관리하고 농촌진흥기관에서 교육받아 고품질 감자를 수확할 수 있어 높은 수익이 가능한 것이다. 인근 지역에서는 감자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과 체험으로 소득을 높이고 있어 벤치마킹을 하려고 찾아온 이들도 많다.

미국, 유럽에서는 감자를 이용하여 전분, 감자칩, 프렌치프라이 등 다양한 가공제품이 생산 소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공에 적합한 국내산 품종을 활용하여 냉동식품, 스낵류를 생산한다면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 확대도 가능하다.

이제 농업은 사양 산업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융복합된 최첨단 성장산업이다. 그동안 1차 산업으로만 여겼던 농업이 3차 산업인 서비스와 어우러진 6차 산업으로 발전해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다. 농촌도 이제 단순한 삶터가 아니라 쉼터이자 일터인 창조의 공간이다. 농업에서는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농업과 농촌의 일자리 외연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꿈을 키울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현대그룹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으켜 세운 고(故) 정주영 회장이 생전에 직원들에게 자주 했던 ‘당신 해 봤어’라는 말이다. 요즘 같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담대한 용기와 불굴의 도전 정신이다.

청년들의 청춘은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 및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이 있고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가 있다.

청년들이여, 주변 상황이 아무리 나쁘고 어렵다 하더라도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농업·농촌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고 꿈을 이루어 가길 기대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김기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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