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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냐, 진보냐-지방정부 농정개혁의 기준
   

김태연 단국대학교

현 중앙집권적 농정시스템 개편
측정 가능한 ‘경제적 성과’가 아닌
농민 행복-공동체 복원에 초점을


13일에 지방선거가 종료되면서 이제 각 지역에서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몇몇 농업관련 단체들이 지방선거 농정과제를 공동제안하는 등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이를 실천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새롭게 농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지방정부 수장들이 꼭 인식해야 하는 개념이 하나 있다. 본인이 시행하려고 하는 농정이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자각하는 것이다. 정책을 선도해야 하는 지방정부 수장들이, 본인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농정을 이끌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 농정개혁이 아니라 기존 농정사업도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논쟁해 왔던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농정에서는 어떻게 인식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예전부터 농업계에서는 ‘농정에는 여야가 없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었다. 농업정책에 대해서는 정당별로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고 실제로 농정과 관련해서 정당별로 서로 극명하게 대립되는 공약을 제시한 적도 거의 없었다. 우리 역사에서 농민들은 지배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탈당했던 그룹이기 때문에, 농민의 생존과 이익을 옹호하는 것은 항상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활동으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두고 보수와 진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로 인식되어 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수출증대와 대기업의 성장이 우리 모두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농업과 농촌도 변했다. 그래서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한 정부 보조금의 증액이 우리 농민과 농촌 주민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정책담당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수농정은 현재의 농정시스템과 지향점은 그대로 두고 개별적인 정책사안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축산폐기물 대책, 친환경농산물 인증체계 개선, 쌀목표가격 조정, 유통효율화 추진, 농업생산시설 현대화, 귀농귀촌 지원 등 개별적인 사업의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서로 상충되는 정책사업도 있지만, 농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서 각 정책사업 간에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개별적인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느냐 아니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 성과는 물론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경제적 성과가 중심일 것이다.

진보농정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모든 문제가 농정시스템과 지향점이 잘못되었기 때문이고 이에 따라 개별적인 정책도 잘못 시행되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앙집권적, 생산 지향적 농정시스템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농업과 농민은 어려워도, 특정한 부류의 농민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유지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점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농정에서는 예산 지원의 형평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기존 농정에서 소외받은 그룹들이 농업과 농촌의 발전과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개별 농가의 소득 증대보다는 농촌주민 전체의 삶의 질 개선, 농민의 행복, 공동체 활동의 복원 등을 추구하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이것은 생산중심적인 기존 농정이 사회적 형평성, 행복 및 웰빙을 중시하는 농정으로 변화되어야만 실행 가능한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시대상황 변화에 따라서 그 이상과 가치가 변한다. 1970년대에는 농업을 산업화시키는 것이 진보농정이었지만, 이제 산업화 농정은 보수농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화 농정으로 기존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각 지방의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보수농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존 농정이 지역에서 농가의 양극화, 공동체의 해체, 삶의 질 저하 등을 초래했다고 판단된다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민선 7기 지방정부 수장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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