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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관전기
   

박기윤 화천현장귀농학교 교장

시종일관 상대후보 흠집내기 ‘눈살’
기초단체장 등 ‘정당추천제’ 없애고
지역사회 갈등 풀어낼 일꾼 나오길


지방선거가 끝났다. 내가 사는 지역은 어느 때보다 뜨겁고 살벌한(?) 선거전을 치렀다. 네거티브 선거의 전형을 보는 듯 선거기간 내내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로 시종일관 했다. 물론 양쪽 다 자신은 정책 비판이고 상대가 네거티브라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도긴개긴이다. 군 인구 다 합쳐봐야 2만60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지역에서 두 편으로 나뉘어 다시는 보지 않을 듯이 서로 헐뜯는 일은 몇 번의 선거를 치러 보았지만 처음 보는 일이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간의 지방선거는 압도적인 집권당 후보와 상대가 안 되는 야당후보 간의 대결이었으니 오히려 여당후보 간의 경선이 더 이슈가 되는, 그러니까 선거라 보기 어려운 일방적 게임이었다. 촛불혁명 이후 중앙권력의 교체와 함께 지역사회의 권력 교체라는 전무후무한 대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니 만큼 정책과 행정 전반에 걸친 논쟁이 치열할수록 지역 주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해질 수 있다. 단순 행정의 수혜자의 자리에서 행정과 권력의 감시자 내지 주인의식이 눈뜨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선거방식과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돌아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방선거에서 정당추천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광역단체장 정도 이외에 기초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선거에서 정당추천제가 과연 필요한지는 정략적 계산을 버리고 진지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의 시장, 군수 선거에서 정당이 갖는 의미라는 건 당선을 위해 당명을 빌리는 것일 뿐이지 어느 정당에 속했느냐에 따라 행정이 차이가 나는 건 아니었다. 주민과 밀접한 지방행정이다 보니 지자체장 개인의 성향과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정책의 우선 방향이 결정되는건데 어느 정당에 속해 있느냐 보다는 개인의 역량과 인품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초의회 의원 선거도 마찬가지다.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자라온 사람을 키워내기 보다는 어느 정당 소속이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현재의 시스템은 지방자치제도의 의미와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정책이나 능력에서 특별한 차이를 드러낼 기회가 없는 현 지방자치제도 상황에서 정당 추천을 통해 한 번 걸러내는 것이라든가 소수정당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행 정당추천제가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공천권을 갖는 국회의원에 의한 줄 세우기나 능력과는 관계없이 정당에 의해 투표를 하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있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직접민주주의를 응용해서 앞으로 의회나 군수로 나갈 사람들이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공간이나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대세가 되겠지만.

그리고, 역시나 농업 보조금 문제가 있다. 지자체장의 농업에 대한 투자와 시책이 선거를 대비한 내편 만들기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뜨거운 감자였다. 각 보조금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배분하는 것은 지자체 고유의 판단이며 행정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대량의 보조금을 일부에게 지급하는 것은 그렇지 못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치적 행위일 수 있다. 게다가 선거에서 이슈가 되는 지극히 정치적 사건에서 보조금 수혜의 대상으로 지적받는 사람들이 자신들 명의의 정치적 성명서를 내는 행위는 보조금의 용도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행동이며 같은 농민으로서 창피한 일이다.

현장에서 바라보는 보조금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평등하다. 내가 어떤 작물을 재배하면서 어느 정도의 기반을 갖추어 놓았고 조금만 도와주면 훨씬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생산해 낼 수 있을 때 숨통을 터뜨려 주는 것이 보조금의 순기능이라면, 그 지역에 생산의 경험도 없는 신규 작물을 재배하겠다는 계획만으로 시설지원, 선진지 견학, 농자재 지원, 판매처 알선 등 온갖 혜택을 주는 것은 보조금의 필요성을 의심하게 하는 짓이다. 일단 저질러 놓고 생산도, 판매도 제대로 안되면 그냥 포기해 버린다. 그래도 지원받은 시설과 농자재가 있으니 일단 남는 장사다. 이러니 보조금은 늘 받는 사람들이 받는다는 얘기가 도는 것이다.

지난 글에서 지적 했듯이 포도 주산지에서 포도과원 폐원 지원금을 줄 때 우리 지역은 신규 포도과원 시설자금을 지원했다. 그리고 현재 그 포도과원에선 아직도 포도 소식이 없을 뿐 아니라 보조금 관리 연한만 기다리며 내버려 둔 곳만 해도 여러 곳이다. 이를 해결 할 근본대책은 보조금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여러 형태의 직불제로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란의 소지를 없애고 농민들도 보조금의 노예가 되는 것을 면했으면 한다.

가장 걱정하던 문제도 드러났는데 지역원주민과 이주민간의 갈등이다. 어느 일방의 문제이기 보다는 양쪽 다 잘못이 있다. 지역 사회는 각 사회마다 역사적 문화적 상황에 따른 나름의 운영 방식이 있다. 그러니 귀농자들은 지역 사회와 주민들을 어느 정도 이해할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일부 얼치기 새내기 주민은 3년도 채 살아보기 전에 그 지역의 주민, 군정, 농정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고 하물며 선생질까지 하려고 든다. 지역을 안다는 것은 세상을 다 아는 것만큼 정말 어려운 일이다. 채 익지도 않은 경험과 자기 생각으로 재단하기에는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상대적으로 좀 오래 살아온 나도 화가 나는데 지역에서 대대로 살아온 분들 입장에서는 오죽하겠는가?

반면에 일부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부분들을 토박이와 이주민 간의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간다. 상대편 진영 소속의 이주민 입장에 대응하여 우리만의 지역, 원주민들만의 사회를 주장하는 것이다. 어차피 십년 후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조그마한 지역에서 말이다. 이러니 선거 이후가 걱정되지 않겠는가?

내가 사는 지역은 접경지대라서 군인들과 관련된 경제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인구의 다수도 직업군인들과 그 가족들이다. 십년 후 우리 지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 지역 주민들은 아니 선거에 나오는 지자체장과 의원 후보자들은 우리 지역의 내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까?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함께 이미 세계사의 큰 흐름은 평화를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동네에 자리 잡고 있던 군부대들이 떠나게 된다면 우리 지역은 소멸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이 시급한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오늘 내 살림살이에 도움을 주는 정책도 필요한 것이고 내일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정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우리 지역사회의 앞날을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미래 비전을 그리는 문제를 민과 관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포럼이든 TF 팀이든 어떤 형식이든 만들고 이를 통해 갈라진 민심을 한데 모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울러 다음 선거 때는 우리 시민의식이 좀 더 성숙하여 우리 지역의 문제를 우리 지역주민들이 선정하여 지역의 일꾼이 될 후보자들에게 토론 과제로 제시하는 그런 지자체 선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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