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쌀값 조사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히 갈리는 것 같다. 전순 조사치와 비교해서 계속 상승하고 있는 쌀값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심기는 ‘오르는 것을 그냥 두고 볼 것이냐’는 것 같고, 반면 생산자는 ‘오르는 것이 아니라 회복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같은 쌀값조사치를 두고 왜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인식을 보이는 것일까?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으면서도 싼 것’을, 반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은 나야 한다’는 게 인식의 골자일 것 같다.

기준점 가격이 이전에 비해 떨어졌던 것이건 오른 것이건 간에 이를 기준점으로 오르면 비싸진 것으로 인식한다는 건데, 반대로 쌀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현재의 쌀값 추이가 그간 떨어졌던 것을 회복해 가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가 시작된 후 산지쌀값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13년 10월이었다. 당시 가격은 17만8550원. 정부가 쌀생산농가의 소득안정을 위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정해놓은 쌀목표가격 18만8000원보다 낮았던 이 가격이 최근 5년간 최고치였다. 그리고 물가인상여부는 차지하더라도 농민들은 이 5년전 가격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에 현재의 쌀값 추이에 대해 ‘회복’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다. 

“상품 생산자가 판매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유일한 품목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농산물입니다.” 지난 11일 열린 쌀수급안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농민·생산자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일반 공산품이나 서비스, 하다못해 식당에서 파는 밥까지 인건비와 적정한 이윤을 포함시켜 가격이 결정되는데 생산비와 인건비, 적정 이윤을 고려한 기준가격조차 없는 게 농산물이 처한 현실이다.

모든 상품은 가치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상품의 가치가 시장에서 화폐로 환산되어서 거래된다. 과연 우리는 농산물에서 이런 가치를 찾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을 해보기는 하는 것일까?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면서 농산물 생산에 투여된 노력과 가치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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