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가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담합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해당 법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의 농산물 하역 장면.

서울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담합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해당 도매법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해당 제도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냈음에도 과징금 결정이 내려진 것에 당혹해 하고 있다. 이에 담합으로 인정된 해당 도매법인을 중심으로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정위 주장은
2002년 농안법 개정 당시
하역비 부담주체 변경 불구
5개 법인 대표자회의서
출하자에 부담 전가 결정

법인들 입장은
정부·공사 지침 따랐을 뿐
소송 통해 불명예 해소


▲공정위의 결정=공정위는 2000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이 개정되면서 표준하역비 부담주체가 기존의 출하자에서 도매법인으로 변경됐지만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이를 담합해 시행했다고 결론내렸다.

도매법인들의 담합 근거로는 2002년 4월 8일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대아청과 5개 도매법인 대표자들이 도매시장법인협회 회의실에서 위탁수수료를 기존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를 더한 금액으로 합의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4개 도매법인들은 다음날인 4월 9일부터 현재까지 위탁수수료를 거래금액의 4%에 정액 표준하역비로 적용해 출하자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대아청과는 2004년 2월 1일자로 거래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 배추, 양배추 품목에 대해 위탁수수료를 달리 정하면서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봤다. 이 같은 도매법인들의 합의가 농안법 개정의 취지인 출하자의 비용 부담 경감의 효과와는 다르게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전가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쟁점이었던 판매장려금 담합은 중도매인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인정했다. 공정위가 들여다 본 내역은 2006년 9월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4개 법인 대표자들이 서울청과 회의실에서 중도매인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을 거래금액의 0.55%에서 0.6%로 인상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그러나 이 판매장려금이 동일하게 인상되고 현재까지 유지한 것은 중도매인들의 요구에 따른 행위였음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공정위는 담합에 참여한 5개 도매법인 가운데 대아청과를 제외한 4개 법인에 대해 총 1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도매법인들의 경쟁 유도 및 투명하고 공정한 사업영위를 통해 출하자는 물론 소비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 개선을 관련 부처에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위가 제안한 의견은 △도매법인 신규지정 및 재심사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 △위탁수수료 산정방식 등에 대해 품목별 구체적 산정기준 마련 △도매법인들의 경영정보에 대한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이다.

▲공정위의 담합 결정 배경은=공정위는 2000년 개정된 농안법의 시행 과정에서 가락시장 5개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담합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농안법의 시행 주체인 농식품부는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견서의 내용에 따르면 당시 농림부는 농업인의 하역비 부담 경감 및 합리적인 하역비 결정을 위해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토록 요청했으며, 그 결과 하역비를 위탁수수료 4%에 정액하역비를 더해 징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2002년 표준하역비 제도 도입은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한 사항이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도매법인들이 개설자로부터 지정을 받아 영업하는 관계이고, 관계 부처가 법인들이 영업하는 도매시장의 제도나 운영에 대해 일정 부분 관여나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정에 있어 도매법인들이 합의를 했고 이 합의가 법을 위반했다고 본 것이다.

김근성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과거와 같이 도매법인이 (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받아서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주장을 하는데 이는 법 개정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과거의 구조를 빌미로 (도매법인들이 표준하역비를) 위탁수수료에 반영시켜 합의하는 조건으로 한 것은 카르텔을 금지하는 합의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도매법인들의 반응은=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도매법인들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농민단체와 2002년 당시 개정된 농안법의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탄원서와 의견서까지 제출했던 터라 담합의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한 도매법인의 관계자는 “담합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와 서울시공사의 지침에 따라 시행을 한 것인데 이것이 어떻게 담합이 되느냐”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의견 제출 당시 “정부에서도 담합이라고 보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 아니겠냐”며 긍정적으로 해석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달리 법인별로 많게는 38억원에서 적게는 21억원까지 과징금이 부과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 법인들 중심으로는 공정위의 결과에 대해 소송을 통해 담합이라는 불명예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러한 목소리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공정위 결정 이전부터 담합을 할 이유도 없고,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과징금이 나올 경우에 대해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의 또 다른 관계자는 “우선 공정위의 의결서를 최종적으로 받아 봐야 한다”면서 “의결서의 내용에 따라 어떠한 소송을 진행할지가 결정될 것이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