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과일 수입 확대 요구


국내 주요 과일 수입국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근 방한해 국내 과일산지에 달갑지 않은 소식만 남기고 떠났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해선 필리핀산 바나나 관세 인하를 우리 정부에 요구했고, 국내 유통업체를 찾아선 바나나 등 필리핀산 농산물과 관련된 행사를 살펴보며 교역 확대 약속을 받아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필리핀은 바나나 등 열대 과일 수출에 관심이 많다. 한국 정부에선 관세를 인하하고 시장을 개방하길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고, 현재 진행 중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면 그 틀 내에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수입 농산물 중 바나나 비중이 절대적이고, 이 중에서도 필리핀산 바나나가 가장 많은 수입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 필리핀산 바나나의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국내산 과일 시장은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국내 마트에서도 필리핀산 과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 중 한 곳인 이마트는 5일 엠마뉴엘 피뇰 필리핀 농림부 장관과 LOI(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필리핀 푸드 페스티벌을 매년 정기화하고 교역도 확대키로 합의했다. 당장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문 기념 필리핀 푸드 페스티벌이 5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행사에선 대표적인 필리핀 수출 품목인 바나나와 파인애플, 망고 등이 주요 행사 품목으로 나왔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이번 방한 기간 중 국내 기업으론 유일하게 이마트를 방문하는 등 한국 시장에서 자국의 열대과일이 더 확대되도록 국내 유통업체의 관심을 당부했다.

과일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필리핀산 과일은 국내 수입과일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관세가 인하되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필리핀산 과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어 국내산 과일 시장을 크게 위협하게 된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기존 주 수입 품목뿐만 아니라 타 품목까지 수입선이 넓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과일 물량은 87만7926톤이었다. 이 중 필리핀에서 42만826톤이 들어와 전체 수입과일 물량 중 절반 가까이 이른다. 바나나 34만4527톤, 파인애플 7만164톤 등 두 품목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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