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이 전국 토마토 통합브랜드로 만든 케이토마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산지에서의 토마토 수확 장면.

농협 ‘국가대표 브랜드’로 론칭
산지·시장 비판 목소리 거세

광역 통합마케팅 조직과 충돌
취급물량 전체의 15% 불과
“공급 과잉 속 내수경쟁 유발
…K멜론 실패 전철 밟을 것”


농협이 토마토 통합브랜드로 내세운 K토마토(케이토마토)에 대해 산지와 시장에선 ‘그들만의 토마토’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협은 최근 ‘국민 국가대표 토마토’라고 K토마토를 칭하며 K토마토 브랜드 론칭 행사도 개최했다. 농협은 K토마토는 농협 토마토 전국연합의 공동브랜드로, 토마토 전국연합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참여농협 조합장과 농업인,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K토마토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또 품종별로 일원화된 품질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전국 농산물산지유통센터를 통해 공동선별 과정을 거친 상품에만 K토마토 브랜드를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K토마토를 보는 산지와 시장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또 하나의 유통 단계만 늘어났고, 토마토 공급 과잉 속에 내수 경쟁만 치열해진다는 등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부여 굿뜨레와 같은 지역의 우수한 브랜드도 있고, 강원연합사업단처럼 호평을 받고 있는 광역단위 통합마케팅 조직도 있는데 이런 브랜드나 조직과 충돌하게 된다. 유통 단계만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꼴”이라며 “지역 농협에서도 (상위 단체라) 어쩔 수 없이 케이토마토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하소연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전국 토마토 물량의 15% 정도를 취급한다고 하는데 이 물량 가지고 어떻게 수급조절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마늘 같은 저장성이 있는 품목은 몰라도 토마토와 같은 저장성 없는 산물은 의미가 없고, 이미 케이멜론을 통해 입증도 됐다”고 지적했다.
산지에서의 불만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리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한 토마토 농민은 “K토마토라는 전국 브랜드를 만들면서 연락 한번 받지 못했다. 농협과 거래하지 않는 다수의 농가는 철저히 배제한 채 진행됐다”며 “6개월 만에 전국 대표 브랜드라는 K토마토를 론칭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으로 K토마토가 아니라 그들만의 토마토”라고 비판했다.

전북 부안의 한 토마토 농민도 “지금 토마토 산업의 문제는 공급이 과잉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온실만 만들어 공급량만 늘린 것이 문제인데 이런 것은 도외시한 채 농협에서 경쟁 상대만 늘려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전용 단지를 만든다고 해놓고 내수 시장으로 풀린 사례를 봐서 100% 믿지는 못하지만 수출 시장을 개척한다고 하면 그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며 “당장 농협 하나로유통에선 케이토마토를 우선 취급할 것 아니냐”고 불만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협에선 통합브랜드 구축 취지의 당위성과 함께 향후 참여농가 확대 등 개선의 의견도 밝혔다.

농협 품목연합부 관계자는 “그동안 농협의 기능은 산지, 도매, 소매 등 단계·기능별로 돼 있었는데 각자의 역할은 하지만 연결되는 부분이 약했다. 이에 품목별로 전국 관리를 하기 위해 통합브랜드를 추진하게 됐다”며 “강원연합처럼 잘하는 곳도 있지만 전국적으론 통합브랜드의 필요성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전체 토마토 취급 물량의 15%밖에 되지 않지만 수급조절에 있어서도 유의미한 결과는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참여 농가도 확대해나가겠다”며 “브랜드도 지역 브랜드와 윈윈할 수 있도록 하고, 수출 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여 나가는 등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선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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