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韓牛)는 한민족을 말할 때 쓰는 ‘한(韓)’의 의미를 지니는 유일한 가축이다. ‘소의 조상 오록스에서 북방계열로 진화한 소’이며, 고구려 무덤 쌍용총에 우교차도(牛轎車圖) 벽화와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운명을 같이 하는 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한우고기 자급률은 38.9%에 그치고 있다. 이는 가격이 저렴한 수입 쇠고기 비중이 점차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 쇠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미국산 쇠고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호주산을 넘어섰고 이러한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국내산 쇠고기의 자급률 하락을 막고 경쟁력 있는 한우 산업을 지속할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 국민의 쇠고기 소비 트렌드를 잘 파악해 한우고기 생산 방식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의 품질은 등급판정 기준에 따라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이 중 고기질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항목은 마블링이라 불리는 근내지방도로, 잘 침착된 근내지방이 근육 사이에 얼마나 많이 분포하는가가 판정의 척도가 된다. 지난해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발표한 쇠고기 선호 부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쇠고기 구매 시 고려사항은 품질과 원산지에서 최근에는 가격과 품질, 안전성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선호하는 쇠고기 요리는 구이, 국·찜, 불고기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생산자 단체, 유통업계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한우고기 소비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한우고기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와 수출이다.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에서는 한우 숯불구이 축제, 직거래장터 사진행사 등 소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역별로 한우고기 소비에 대한 도농상생 소비촉진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는 정부와 생산자 단체, 한우 수출업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2015년 12월 1톤가량을 홍콩에 첫 수출한 이래 지난해 57톤을 수출했다. 한우만이 가지고 있는 고급육 이미지 홍보와 수출 시장 수요 확대로 한우가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한우고기의 우수성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쇠고기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 한우고기의 근내지방에는 다른 품종보다 올레인산(C18:1)이 많이 함유돼 있다. 올레인산은 혈중 고밀도 지질 단백질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높여주는 동시에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저밀도 지질 단백질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춰주는 등 인체에 유익한 지방산임이 증명된 바 있다. 그리고 고지혈증의 원인이 되는 총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추고, 혈압을 낮춰 고혈압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통해 소비자가 수입육보다 한우고기를 선택하게 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축산물 생산의 흐름은 이제 과거처럼 양적인 것이나 최대 생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 트렌드를 고려해 품질과 안전성, 균일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미래 고객의 쇠고기 수요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히고 고품질, 안전성, 맛이 보장된 규격화된 한우고기 생산으로 한우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중동이나 동남아 등으로 수출이 확대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비하는 한우고기가 우리나라 한우 산업을 지속하게 하고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권응기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장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