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법인협회 ‘농산물 경매사 교육’

▲ ‘국내 육성 신품종·신기술 농산물 경매사 교육’엔 가락시장에서 활동하는 경매사들이 참석, 신품종의 도매시장 정착을 위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국내 소비시장 다양화 추세
기존 농산물만으론 대응 한계
일본 오타시장 도쿄청과처럼
‘주문형 생산’에 역점 둬야


국내 육성 신품종을 통해 도매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내산 농산물의 소비도 확대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7일 가락시장 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회의실에선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가 후원한 ‘국내 육성 신품종·신기술 농산물 경매사 교육’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선 산지와 도매시장, 소비지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 ‘신품종’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신품종 왜 필요한가=‘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한 도매시장 차별화 방안’을 발표한 위태석 농진청 연구관은 농산물 유통의 현실을 분석하며 신품종의 시장 정착 필요성을 제안했다.

위 연구관은 “국내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있어 국내 농산물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데 기존 농산물만 가지고는 새로운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도 다양화되고 있고, 소비 다양화에 맞는 경쟁력 강화도 요구된다”며 “이런 산지와 소비지 여건의 변화 속에 지역 특성에 맞는 신품종이 농산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 유통 환경과 비슷한 변화상을 겪은 일본 도매시장의 경우 도매시장법인이 주도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발굴, 육성해 나가며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위 연구관은 “일본 오타시장 내 도매시장법인인 도쿄청과(동경청과)는 연간 농산물 거래실적이 2조원을 넘어서는 일본 내 최대 도매법인”이라며 “그만큼 전국에서 물량 집중이 잘 돼 가만히만 있어도 물건이 넘쳐나는 도쿄청과도 철저히 Order-Made(주문형 생산)에 중심을 두고 중매인과 매매참가인이 원하는 맞춤형 상품을 관리하고, 도쿄청과만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청과는 Order-Made를 유지하다보니 종묘회사나 관련 연구소와 연계해 품종선택에서 생산 지도까지 하고 있다”며 “도쿄청과만의 주력 채소와 과일을 발굴하고, 새로운 산지를 육성해나가며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도매시장 역시 신품종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위 연구관의 주장이고, 실제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위 연구관은 “신품종 농산물을 전국단위로 조직화해 창구를 단일화해 출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신품종은 규모가 작아 농가 개별적으로 판로를 확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름 사과인 썸머킹이 이런 사례로 지난해 썸머킹의 전국 생산물량 120톤을 모아 가락시장의 한 법인과 거래를 해 물량을 취급하니 소비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고, 올해엔 생산량이 늘어 300톤의 썸머킹을 그렇게 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여름철 사과는 익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돼 소비자에게 한해 첫 사과 맛을 좋지 않게 인식시키는 면이 있었는데 썸머킹을 통해 첫 사과에 대한 맛을 좋게 해 전체적인 사과 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위 연구관은 “신품종 농산물이야말로 도매법인을 차별화시키기에 상당히 용이하다”며 “농가 조직화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농가들을 규합하면 그 해당 산지는 장기적으로 차별화된 도매법인만의 산지를 확보하는 것이 된다. 그런 면에서 도매법인이 좀 더 차별화해 신품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품종 소개의 장 확대돼=이번 교육에선 국내에서 육성한 다양한 신품종이 가락시장 경매사들에게 소개됐다. 2014년 농진청이 도매시장법인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3년 동안 시장과 산지에서 소개한 신품종들이 이날 대거 한자리에서 소개된 것.

사과의 경우 수확기별로 나눠보면 조생종으로는 썸머킹과 썸머프린스, 중생종으로는 아리수와 홍금, 그린볼이 있다. 과형별로는 소과종인 루비-에스, 중과종인 피크닉과 황옥이 있다. 배는 중생종 중소과 한아름,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 이른 추석용 신화, 뛰어난 식미 슈퍼골드, 급식용 소과 예스쿨 등이 소개됐다. 포도, 복숭아, 플럼코트, 다래, 버섯, 딸기, 감자 등의 품목에서도 다양한 신품종이 이날 경매사들에게 다시 한 번 소개되는 자리가 됐다.

이번 교육은 이날 가락시장을 시작으로 지방시장까지 확대되 진행된다. 6월 19일엔 대구 북부시장, 28일엔 부산 엄궁시장, 다음달 5일엔 광주 서부시장, 19일엔 대전 오정도매시장에서 교육이 예정돼 있다.

조명래 원예원 원예작물부장은 “도매시장법인협회와의 업무협약 체결 이후 매년 경매사를 초청해 교육을 실시해왔고, 그동안 신품종 생산부터 유통까지를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올해부터는 더 많은 경매사분들이 참석하도록 서울을 시작으로 주요 지역 공영도매시장에서도 교육 자리를 마련했다. 일방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신품종 시식 및 평가도 마련해 이번 교육을 통해 국내 육성 신품종·신기술이 조기에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했고, 도매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의 오세복 사무국장은 “농산물 유통의 중심이면서 가장 많은 농산물이 거래되는 도매유통의 중심인 도매시장에서 국가 연구기관이 육성한 신품종이 소개되고 정착하게 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하나의 품종이 육종돼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10여년의 시간, 길게는 수십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렇게 육종한 신품종이 소비자 식탁에 올라 국내 농업, 농촌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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