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
우리 사회 곳곳 성차별 ‘고질병’ 수준
지방선거 공약서도 대부분 외면
성 평등교육 의무화·제도화가 핵심


얼마 전 대호농기계의 성차별적인 농기계 광고로 신문지상이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농기계를 남성으로 상징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등장시켜 성희롱적인 언어를 노골화하여 상품을 홍보하는 저질 광고였다. 물론 이러한 성차별적인 광고가 대호농기계 광고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2018년 5월 한국양성평등진흥원과 한국 YWCA의 대중매체의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 결과는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광고를 포함하여 성차별적인 광고는 총 36편으로 성 평등 광고 17편의 2배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성차별은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만성적인 고질병이다. 성차별적인 광고 논쟁은 해외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얼마 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알리바바의 인터넷 기업인 타오바오는 건강식품 광고에서 남아선호사상을 노골화한 광고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사과광고를 해야 했고, 일본의 유명한 화장품인 시세이도는 ‘26살은 여자가 아니다’는 광고로 불매운동까지 당한 적이 있다.

어디 기업뿐이랴. 한국도로공사 호남선 전광판은 작년에 ‘아빠, 졸리면 졸음쉼터래요, 운전습관 아빠로부터 배운다’ 등의 대형 전광판 광고를 했다가 여성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광고를 수정하였다. 심지어 ‘아빠의 음주운전, 엄마의 평생눈물’이라는 여성을 완전히 남성의 부속물 취급하는 광고를 했다가 수정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국가를 막론하고 가부장적인 의식과 성별 고정관념은 광고 속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틀지워진 가부장 의식으로 가두는 일을 서슴지 않고 행한다. 또한 여성의 존재를 집안일을 하거나 외모 지상주의로 평가, 성적 대상물로 전락시키는 것을 당연시 해왔다.

이러한 광고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성차별을 당연시 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를 일반화하고 성폭력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의도적이고 강력한 사회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재발될 것이다.

세계의 성격차보고서에서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144개국 중 118위로 거의 꼴찌국가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성 격차 지수 1위~5위인 성 평등 국가는 대부분 북유럽이고, 이들 나라의 국민소득이 전세계 10위 내에 거의 포함되어 있으며, 출산율 역시 우리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통계가 보여주는 의미는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면 ‘성 평등한 국가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국가는 성 평등 국가이다. 성 평등이 낮은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이나 미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 가능성은 적다는 점이다.

작년과 올 초까지 MeToo로 세상이 떠들썩하길래 성 평등이 지방선거의 중요한 공약이 될 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뭐가 중하고 어떤 방향을 보고 나가가야 할지 제대로 알고 지방정부를 운행할 선장은 없는 듯하다. 여성관련 정책이 대부분 출산율을 얘기하면서도 지방선거 공약에 성 평등을 위한 정책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후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아동, 여성의 행복, 가족행복, 좋은 일자리, 안전 등에 대한 형식적인 공약이 여기저기 구색맞추기로 제시될 뿐이다.

농촌여성과 관련한 정책은 농번기 공동급식, 행복바우처 지원확대 등 기존 정책을 제외하고 전담부서 설치나 농민수당, 농어촌 지역 성 평등 강화 등 여성을 농업의 핵심주체로 인정하는 정책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들 후보자들에게 일본의 지방소멸지수 연구학자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30대 젊은 여성인구의 증가를 위한 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싶다.

UN에서는 성 평등을 위해서는 남성의 참여가 중요함을 인식하고 2015년부터 HeforSh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즉 성 평등을 위해서는 남성의 참여를 증진시키고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각을 바꾸는 일은 교육을 통해서 시작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학교 성평등 교육부터 시작해서 민방위 교육, 농협 조합원 교육, 정책자금 대상자 교육, 농기계 교육 등 모든 교육과정에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성차별적인 농기계 광고회사가 사과문 한 번 냈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성 평등은 지역의 미래이고 국가의 미래이다. 이번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란다. 지금이라도 공약으로 또는 당선 이후 정책으로 성 평등을 최고의 기치로 내거는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시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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