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백련동편백농원 김진환 팀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

▲ 지난 5월 31일 전남 장성의 백련동편백농원에서 열린 제61회 농촌산업 활성화포럼. 이날 김진환 팀장(사진 왼쪽에서 여섯 번째)은 ‘청년이 추구하는 농촌관광의 길’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진행,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욕심을 비우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눴더니 더 크게 채워지더라고요.”

국내 최대 편백나무 조림지인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 가면 백련동편백농원이 있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두 아들까지 3대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백련동편백농원은 국내의 대표적인 6차산업화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곳이다.

지난달 31일, 이 곳에서 제61회 농촌산업활성화포럼이 열렸다. 이날 ‘청년이 추구하는 농촌관광의 길’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맡은 김진환 팀장은 “6차사업체가 농촌 마을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려면 주민들과의 신뢰가 우선”이라며 “신뢰를 얻기 위해선 나눔과 공유, 비움을 먼저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어릴 적 김 팀장의 꿈은 ‘시골탈출’이었다. 초등학생 때인 1997년 장성으로 들어와 연이은 농사 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던 부모님을 보며 자란 탓이다. 지역 주민들과의 잦은 갈등도 상처가 됐고, 힘든 노동도 싫었다.

10여년을 고생만 하던 김 팀장 가족이 새로운 활로를 찾은 건 ‘안되는’ 농사 대신 편백나무로 눈을 돌리면서부터. 생물학을 전공한 할아버지는 편백나무 묘목을 키웠고, 건축설계사 출신인 아버지는 편백나무를 활용해 도마나 목침 같은 목공예품을 만들었다.

2010년 김 팀장이 본격적으로 농원에 합류하면서 사업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2차 가공영역을 넓혔다. 편백잎 추출물로 만든 천연화장품과 비누, 치약, 가글 등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품만 140여종에 달한다. 김 팀장이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체험프로그램. 대학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50여 가지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농원을 찾은 관광객은 4만7200여명으로 늘었다. 김 팀장은 “마을과의 상생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세가지 성공 키워드로 나눔, 공유, 비움을 꼽았다.
 

▲ 편백나무로 만든 도마, 주걱 등 다양한 목공예품(사진 왼쪽)과 편백잎 추출물을 활용한 천연화장품과 치약, 가글 제품 등 편백농원의 2차 가공품은 140여종에 달한다.


▲나눔…지역 농산물로 차려낸 ‘시골밥상’=조리학을 전공한 요리사인 막내가 운영하는 시골밥상은 농원과 마을주민을 이어주는 힐링밥상이다. 흑임자 손두부, 돼지 수육과 생선, 담백한 제철나물, 유기농 야채쌈 등 13가지 반찬이 곁들여져 나오는데, 모두 지역에서 구매하거나 계약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시골밥상이 활성화되면서 이제 마을 주민들은 공판장 나갈 일이 없어졌다. 한 끼 가격은 10년째 6000원. 저렴한 가격 탓에 마진은 얼마 남지 않지만 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농산물 판로를, 방문객에게는 맛있는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 우리 아빠처럼 멋진 아빠, 도둑을 잡는 경찰관,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 내꿈은 유치원 선생님’. 축령산 등산로를 걷다보면 편백꿈마을학교의 ‘나의 꿈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의 소박한 꿈을 엿볼 수 있다.


▲공유…마을 주민에 내어준 ‘직거래장터’=매장 초입에 들어가면 무상 농특산물 판매장이 눈에 띈다. 직거래를 원하는 농가에 자리를 내주고 비가림막과 데크 시설은 물론 전기료, 수도요금 등 모든 부대 비용을 편백농원이 부담한다. 조건은 하나. 자신이 기른 A급 농산물만 판매할 것. 정말 좋은 품질의 농산물만 가져와 팔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만족해하고 있고 농원 이미지도 함께 좋아진다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다. 현재 15가구가 참여 중인데 극성수기엔 한 달에 600만원까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비움…잘나가던 숙박시설 스스로 닫다=편백농원은 몇 년 전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던 농원내 숙박시설을 과감히 폐쇄했다. 귀농·귀촌인이 들어오면 손쉽게 시작하는 게 펜션사업이고, 지역민들도 농외소득을 위해 농가민박 등을 하는데 손님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내린 결단이다. 소득은 줄었지만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주민들도 손님이 오면 농원의 시골밥상을 안내하고, 농산물 출하도 열심히 해준다. “10년 고생 끝에 깨달은 거죠. 먼저 나누고, 비워야 지역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습니다.”

김 팀장이 요즘 새롭게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마을학교 운영과 치유농업. “마을학교를 찾아 진로체험교육에 참여한 농촌의 초·중·고 학생들이 농촌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그 중 한 두명이라도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란다.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 시범사업으로 추진 중인데, 편백의 기운을 받고자 찾아온 50여명의 환우들에게 땅을 무료로 분양, 치커리·쌈야채 등 원하는 작물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부 지원이나 좋은 시설이 농촌을 찾아오게 하는 열쇠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김 팀장의 새로운 시도가 지역에 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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