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생산자-수요자간 정보 연계 
계약재배-계약거래 늘려가야
정시·정량·정품질 공급 필요


우리나라 가계별 월평균 식료품 소비지출의 절대금액은 1985년 약 39만원에서 2015년 약 66만원으로 30년간 1.96배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외식지출 절대금액은 1만6000원에서 약 33만원으로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이 기간 식료지출액 중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4.3%에서 50.6%로 급증했다. 이에 반해 가정식 지출의 절대금액은 약 37만원에서 약 32만원으로 13.5% 감소했다. 이러한 소비구조의 변화는 1인 가구의 증가, 맞벌이 부부 증가, 고령화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소비구조의 변화는 식품제조 및 외식산업 규모를 확대시켰다. 2015년도 식품제조·외식산업의 규모는 191조9505억원으로 2005년 대비 약 113.5% 증가했다. 한편 같은 기간 농림업 생산액규모는 36조2729억원에서 49조8909억원으로 29.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농림업 생산액 증가가 식품제조·외식산업의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이유는 바로 원료 농산물의 상당부분을 수입 농산물로 충당하기 때문이다.

‘2017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식품제조 기업체의 국산 원료 농산물 이용 비율은 31.4%에 불과하다. 식품제조·외식기업은 국산 원료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가격 경쟁력과 불안정한 공급시스템을 지적한다. 따라서 산지는 소비구조의 변화와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경영의 안정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올해 관세청은 설을 맞아 소비가 늘어나는 주요 농산물 36개 품목의 수입가격을 공개했다. 이 중에서 24개 품목의 수입가격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가 농산물이 늘어난다고 하는 것은 수입 농산물의 주요 수요처인 식품제조·외식기업의 원료 농산물 조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민관의 다양한 노력으로 식품제조·외식산업 부문의 국산 농산물 원료사용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으나, 최근 4~5년간 식품제조·외식산업의 국산 농산물 원료사용 비중은 약 31%대에서 정체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제조·외식기업이 한번 원료 농산물을 수입으로 바꾸게 되면 국산으로 다시 전환하기 곤란한 경향이다. 따라서 국내 산지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공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국산 농산물의 품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산·유통시스템의 구축으로 실현될 수 있다. 특히 국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 품질 경쟁력, 안정적 공급체계는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공외식에 적합한 품종 선정에서, 재배, 수확·선별·포장·유통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 이러한 맞춤형 대응이 궁극적으로는 가공외식용 수요처에 대한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 생산은 날씨와 기온에 영향을 받기 쉽다. 여기에 농산물은 수확 이후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뤄지며, 대부분은 보관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산물 유통도 공급 상황에 맞춰 작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이 공급자 주도형 유통이다. 이러한 공급 중심의 유통대응은 심각한 가격변동을 초래하고, 그 결과 생산자의 소득안정과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주도형 유통에서 수요자 주도형 유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요자 주도형 유통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계약재배 또는 계약거래를 확대하고 동시에 생산자와 수요자 간의 정보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계약재배나 계약생산은 생산과 소비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수요자 주도형 농산물 유통은 농산물 공급이 자연조건에 따라 변동되는 문제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산지가 수요자 주도형 농산물 유통을 실현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크게 네 가지이다.
첫째, 계약내용을 준수하는 사업방침과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계약생산이나 계약재배 시에 생산자와 판매자가 결정한 계약 내용대로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의지와 그것을 보증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농산물 생산은 자연조건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려는 생산자는 결코 경쟁력 있는 생산자가 될 수 없다.

둘째, 수요자의 판매계획에 근거한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농산물의 계약거래에는 예상치 못한 생산변동이나 소비변동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연계해 판매계획과 생산계획을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어떤 품목이 언제, 어떤 품질로, 얼마나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조정·관리함으로써 정시·정량·정품질의 농산물 공급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셋째, 정보시스템을 활용한 면밀한 농산물 생산관리를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필지별·품목별 생산계획과 재배단계별 공정계획 등을 통해 필지별·작목별 수확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시스템은 안정적 계약거래를 보증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마지막으로 수요처의 발주변동에 대응한 생산과 공급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선 수요처의 발주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판로확보가 중요하다. 반면 수요처의 발주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지 간 연계가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농협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공동마케팅활동은 안정적인 계약이행을 보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