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저온에 큰 일교차…
과크기 4~6kg대 많아
출하 지연에 후작도 걱정
그나마 당도는 높은 편


“매년 여름이 되면 기대를 하지만 올해엔 시세 전망이 좋아 유독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는데….”

여름 길목에 들어서며 대표적인 여름 과채류인 수박 출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작황 악화와 당초 전망과 다른 시세 침체로 산지와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지난달 30일 주요 수박 산지인 충남 논산에서 만난 수박 농가 및 산지유통 관계자들에게선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이날 올해 첫 수박을 수확한 이계덕 씨(논산 노성농협 수박공선출하회원)는 “올해처럼 수박이 크지 않은 해도 드물다. 봄에 춥더니 최근에도 밤 기온이 낮아 과가 크지 않고 있다”며 “그나마 우리는 하우스에 이중 비닐을 씌워 피해가 적은 편인데 이웃 농가들은 수확기에도 과가 크지 못해 아직 수확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박 농가인 이두행 씨도 “지난해는 수박을 당겨서 따는 농가가 많았는데 올해엔 뒤로 미루는 곳이 많은 것 같다”며 “올해와 같이 수박 생육에 좋지 못한 날씨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날씨로 인한 생육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이런 작은 과 크기로 농가 수취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고, 후기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노성농협 산지유통센터(APC)의 박희종 센터장은 “보통 6~8kg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올해엔 4~6kg이 많아져, 지난해와 같은 단가라도 농가 수취가는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며 “수박 이후 후작으로 멜론 등을 심어야 해 수박 작황 악화와 출하를 미루는 경향이 여름 이후 작기나 타 작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센터장은 “과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일교차로 인해 당도는 높게 나아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수박을 구매하면 과 크기는 작아도 맛은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박 수확기 산지 표정이 더욱더 어둡게 느껴지는 건 올여름 수박장에 대한 전망이 좋았고, 기대감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격이 나쁘지 않았던 상황에 올해엔 지난해보다 재배면적이 감소해 시세가 전년 대비 더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사전 밭떼기 거래 역시 비교적 높게 형성됐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5월 수박 관측에서 밝힌 수박 포전거래 동향을 보면 4월 밭떼기 거래된 수박의 평균 가격은 그 전년 대비 11%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박희종 센터장은 “보통 포전거래가가 높으면 시세도 좋아 올해도 수박 시세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실제 시세는 이렇게 나오지 않고 있어 산지에서의 실망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도매시장에선 현재 수박 소비가 상당히 침체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날씨와 선거 영향이 맞물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이재현 중앙청과 경매차장은 “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되지 않아 시세가 좋지 않다”며 “그동안 비가 잦고 밤 기온이 서늘한 면과 선거철로 행사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더해져 소비가 위축돼 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쓰레기 문제 등도 수박 소비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규효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과장은 “올해만 놓고 보면 날씨와 선거 영향이 큰데 전반적으로 종량제가 실시되는 상황에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점과 깎아먹기 불편하다는 점도 수박 소비에는 안 좋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돌려보면 선거가 끝나고 기온도 올라서면 올해 단기적인 수박 소비와 시세 침체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중장기적으론 흑수박, 미니 수박, 조각 수박 등 변화하는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수박 생산 및 유통이 전개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와 같은 작은 수박이 잘 소비될 수 있는 홍보의 필요성도 제시되고 있다.
김규효 과장은 “1인가구가 늘어나고, 쓰레기 문제 등도 발생하는 상황에 과 크기가 클 필요가 없다. 작은 수박 홍보를 강화해 소비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엔 현재 침체된 수박 소비와 시세를 반등시키기 위해선 출하를 늦춰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4~5월 출하량은 재배면적 감소로 줄어들 것으로 본 반면 6월에 한해선 충북 음성과 예산의 2기작 시설수박 정식이 증가해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출하가 늦춰질 경우 이들 물량과도 맞물려 홍수 출하로 인한 시세 폭락도 우려되는 것이다.

이재현 차장은 “시세가 낮다보니 산지에서 대기 물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고 기온이 상승하면 수박 소비도 늘어나겠지만 자칫 물량이 몰릴 경우 이런 상황에서도 시세가 폭락할 수 있어 고품위 위주의 지속적인 출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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