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장(농학박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축산단체, 중앙부처 T/F 불참 선언
9월이면 축산농가 30% 퇴출 상황
정부·국회, 제도개선 수용여부 답해야


지난 3월 24일까지 전국 3만8000여 축산 농가가 시군 환경과로 미허가축사 적법화 신청을 했다. 이농가들은 9월까지 적법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오는 9월 24일 시군이 적법화가 불가하다고 판단할 경우 일괄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 소, 돼지, 가금 등 전체 축산농가의 약 30%가 9월에 축사 사용중지를 받을 수 있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지난 2개월간 미허가축사 적법화 중앙 T/F에서 논의돼 제도개선이 이뤄진 사항은 거의 없다. 축산단체들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T/F 불참을 선언하고, 축산단체가 요구하는 제도개선 사항과 협조사항을 마련해 최근 대외적으로 발표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요구했는지, 수용가능성은 있는지 짚어보자.

첫째, 축산단체가 중앙부처 T/F에서 가장 먼저 요구했던 내용은 현행 법률에서 적용이 가능한데도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16개 사항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려운 법 개정보다 가장 앞서 현행법에서 적용 가능한 것부터 챙겨보자는 것인데, 중앙부처의 반응은 ‘지자체 권한’이라며 노력해 보겠다는 책임 없는 답변뿐이었다. 축산단체는 정부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요구사항은 입지제한 농가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였다. 입지제한 지역이라도 학교가 들어서기 전부터 학교 인근에 있었던 축사나 군사보호구역 지정 전부터 있었던 선량한 축산농가 등은 구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적법화 대상이 아니라며 모두 폐쇄해야만 한다는 강한 입장이어서 더 이상 논의가 어렵다고 축산단체는 판단했다.

이러한 분위기로 계속 중앙부처 T/F가 진행된다면 결국 미허가축사 적법화 가능 농가는 전체의 10~20% 수준에 머물 것이다. 정부와 축산단체를 믿고서 지난 3월까지 미허가축사 적법화 신청서를 접수한 3만8000여 농가는 오히려 적법화를 신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농가보다 더 빠른 행정처분을 받게 될 상황에 놓였다.

축산단체는 이 외에도 그간 축산 농가들의 민원이나 애로사항을 중심으로 △미허가 축사 근본문제 해소를 위한 가축분뇨법 개정 △불합리한 제도 및 법령 개선 7개 사항 △관계부처 유권해석 8개 사항 △행정절차 간소화 2개 사항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부족하지만 축산단체의 제도개선 사항이 공식적으로 전달됐으니, 이제 답변을 해야 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다. 국회도 정부에 항목별로 수용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것이며, T/F팀장을 맡은 국무총리실도 각 부처에 수용 여부를 파악하고, 만약 불수용 된다면 이에 대한 사유를 묻게 될 것이다.

각 부처에선 아마도 대다수 항목들에 대해 수용 불가 답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거나, 형평성 문제가 있다거나, 현행 법 위반이라는 각각의 사유를 달겠지만, 결국 제도개선이 어려워 그동안 적법화를 못했던 농가들은 최종적으로 적법화 불가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축산단체는 법률 개정도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지는 못하더라도 명분을 갖고 개정을 요구하면서 축산단체의 의지를 계속 전달할 방침이다. 그 이후에는 또 다시 여의도 아스팔트 위 농성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도, 국회도 외면할 수 있겠지만 축산 농가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태도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미허가축사 적법화가 수 십 년 간 축산을 해 오던 기존 농가들에 대한 마지막 기회임을 생각할 때 ‘가급적’ 적법화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방법을 찾아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제도개선을 요구했을 때보다 오히려 더욱 강경하게 미허가축사를 없애겠다고 기본입장을 밝히는 환경부의 모습에서 더 이상의 제도개선은 어렵겠다는 좌절감을 느낀다.

제도적으로 도저히 적법화가 어려운 농가는 제외하더라도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억울한 농가들에 대한 구제만 이뤄져도 축산단체들은 미허가축사 규제에 대한 수용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와 같이 개방형 축사에 대해서는 옥내소화전을 설치해야 한다든가, 인·허가된 건물의 GPS 측량 착오로 적법화가 불가한 상황이라든가, 이미 운용되고 있는 축사에 수질오염총량제를 적용해 적법화를 거부하는 사례 등 상식적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사항들에 대한 개선도 없이 6개월의 미허가축사 적법화 유예기간 중 2개월이 지나가 버렸다.

환경부는 타 부처의 제도개선은 본인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사용중지 명령을 시행하는 환경부가 전격적으로 입장을 전환해 농가 잘못이 아니거나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용중지 명령에서 제외해야 한다. 즉, 법 목적에 맞도록 가축분뇨 처리 위반, 환경오염 문제가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중지 명령을 시행하는 근본적인 규제방향 전환이 검토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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