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유배곤 한농연충남도연합회 감사가 사과나무의 조기낙과 피해를 설명하고, 지원을 호소했다. <오른쪽>낙과된 사과는 대부분 노란색을 띠다 떨어진다.

괴산·충주·음성지역 물론
예산·장수·안동서도 나타나
홍로 심하고 후지도 피해

정확한 원인 아직 몰라 당혹
농민들 “저온피해 탓” 추정 


결실된 사과가 갑자기 떨어지는 낙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저온 피해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 적용도 어렵다는 게 보험회사 측의 주장이라고 한다. 보험회사가 동상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 입장은 다르다. 4월 7, 8일 전국적 냉해 피해 이후에도 5월 들어 서리가 내린 적이 있어 저온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동상해 적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월 28일, 방문한 충북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 유영동씨의 과수원. 과원은 언뜻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다. 막 성장을 시작한 과가 방울토마토 크기여서 피해가 커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 밑을 보자 여기저기 노랗게 떨어진 과실이 눈에 띤다.

“5일전에 소독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몰랐어요. 모임 밴드에서 낙과된다고 하길래 확인했더니 3일 전부터 조그만 게 빠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과가 크지 않아 피해가 커 보이지 않지만 엄청 떨어졌습니다.”

유씨는 후지 5000평(1만5000㎡), 홍로 2000평(6600㎡) 농사를 짓는데 홍로에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작목반이 35농가쯤 됩니다. 80∼90%가 다 피해를 입었다고 그래요. 후지는 아직 안 빠지는데 홍로는 피해가 큽니다.”

유씨에 따르면 사과재배 농가가 많은 연풍면 일대에도 피해가 크다고 한다. “제가 아는 사람은 90% 이상 떨어졌다고 그러더라구요. 연풍면에서도 피해가 큰 거 같습니다.”

실제 괴산군 군자농협 정찬식 지도상무는 “연풍면은 홍로가 많다. 지난주부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고 다만 피해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덜 할 뿐 후지품종에서도 낙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후지 1500평(4500㎡) 농사를 짓는 장연면 박노한씨의 과원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박씨는 “홍로가 심한데 후지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꼭지가 노랗게 변하면서 과가 떨어져요. 달려있는 것도 색이 노란 것은 다 떨어진다고 봐야 됩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적과를 하려고 인부들을 맞춰놨는데 지금은 적과가 필요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사과주산지인 충주지역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척면 송모씨는 “한 두명이 아니다. 주변에 물어봤더니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고 그런다”고 말했다.

충북원협 박철선 조합장도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주부터 농가에서 알려왔다. 28일 음성읍 한벌리 피해농가를 방문했더니 심각했다. 홍로가 피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과 집산지인 충남 예산군내 사과재배 농민들도 사과 조기낙과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예산군능금농협 관계자 및 사과 재배농민들에 따르면 5월 초순경 부사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해 NB, 홍로 등 대부분 사과나무에서 열매가 우수수 떨어져 농가 당 50∼70%, 많게는 90%정도의 낙과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갑작스런 낙과 피해에 대해 농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이처럼 심한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며, 심지어 지난 봄 일교차가 심했을 때도 냉해 피해를 입은 배, 마늘 등 과수 및 밭작물과는 달리 사과나무는 별 문제 없었다.

하지만, 과실 꼭지 부위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떨어진 과육 속에 씨앗이 없는 현상을 두고 농민들의 마음은 애간장 타는 심정이다.

“낙과 피해로 인해 올 농사를 망친 것도 걱정이지만, 원인을 모르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벌써부터 내년 이후의 농사를 어찌해야 할 지 불안할 뿐입니다.”

예산군 예산읍내에서 사과 농사짓는 유배곤 한농연충남도연합회 감사는 “부사 꽃이 좀 늦게 펴 걱정했으나 다행히 수정된 후 착과돼 안심했었는데, 5월 초순경에 낙과가 시작되면서 3∼4년 된 NB는 물론 홍로, 부사 등 대부분 사과나무에서 낙과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NB 사과의 경우 5000여만원의 소득을 예상했으나, 이번 피해로 1000만원의 소득도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낙과 피해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북 장수지역은 홍로가, 경북 안동지역은 후지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저온피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5월 초순까지 고온이 계속되다 최근 밤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면서 저온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또 충남 예산 관내 농협 관계자와 농가들은 저온피해와 함께 사과나무의 ‘수세’가 약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추측이다. 지난해 가을 수확 시기에 잦은 비로 인해 수확 시기가 늦어져 사과나무의 영양이 부실해지는 등 수세가 약해졌고, 이로 인해 사과 열매가 맺힌 최근에 영양공급이 부족해 과실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또 지난 봄 심한 일교차로 발생한 냉해 피해가 지금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해도 농작물재해보험 구제가 어렵다는 게 농민들의 전언이다. 봄 동상해는 꽃이 피해를 입었을 때 적용받지만 착과 후 과실상태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과재배 농민들은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기 전까지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할 수 없다”는 하소연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조속한 원인 규명과 함께 농어업재해대책법이 적용돼 보상 지원이 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예산능금농협 관계자는 “홍로, 쓰가루, 감홍, 앤비 등 조기낙과 현상이 전북, 경남북 등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으며, 후지의 경우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낙과율이 적게는 20%, 많게는 85% 이상이기에 적과를 최대한 늦춰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예산=윤광진 기자 yoonkj@agrinet.co.kr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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