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수출 배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인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국내 생산물량 크게 늘어나
수출가격까지 직접 영향
15kg 박스당 5000원 떨어져

해외 수요·수출 물류비 등 고려
일정한 수출단가 유지 필수
현지인 공략 홍보활동 강화
수요 확대 마케팅 전개 시급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는 6월이 되면서, 지난 추석에 생산된 우리 배의 수출이 마무리 됐다. 이에 지난 9월부터 올 4월까지의 배 수출 상황을 점검해봤다.

배의 생산과 수출시기를 감안해 지난해 9월부터 올 4월까지의 수출실적을 살펴본 결과,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실적 대비 물량 증가율이 더 높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출실적은 늘었지만=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우리 수출 배는 6220만9000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의 수출실적은 5445만8000달러. 수치상으로는 2017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우리 배 수출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출물량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의 수출물량은 2만2305톤, 2017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의 수출물량은 2만6457톤으로 집계,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실적 증가율(14%)보다 수출물량의 증가율(18%)이 더 높은 것. 이는 늘어난 수출물량을 수출실적이 따라오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실적을 수출물량으로 나눠 수출단가를 따져보면, 그 점이 더 명백해진다.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가 2.44달러, 2017년 9월부터 2018년 4월까지가 2.3달러다.

이순녕 현진월드와이드 대표는 “2017-2018 수출은 점수는 올랐지만 실질적인 등수는 떨어진 성적이라 보면 된다”며 “배의 작황이 좋아 수확 물량이 크게 증가해 국내 가격이 떨어진 것이 수출시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많이 미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지중 김제지평선배영농조합법인장은 “수출실적이 늘긴 했지만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며 “15kg 박스의 수출단가가 지난해 대비 5000원 정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교민 의존도 낮추는 노력 필요=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신선식품 수출의 경우 국내시장과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시세와 해외 수요, 수출물류비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일정한 수출단가가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진행하는 수출에 큰 의미가 생긴다. 하지만 배의 경우, 대부분이 교민이라 국내 시세를 국내 유통업체 만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고 있어 이것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017-2018년 배 수출처럼 말이다. 이경원 참배수출단지회장은 “물론 다른 식품의 경우도 교민 소비가 많겠지만, 배의 교민 의존도가 특히 높은 것 같다”며 “딸기는 현지인에게 인기가 높고, 파프리카는 식자재용으로 사용돼, 현지인 바이어와 수출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배를 수출하는 업체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과 수출을 진행 중이며, 현지 바이어와 계약을 하고 있는 업체는 정말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지중 김제지평선배영농조합법인장은 “배는 주로 교민 시장에 수출돼, 바이어들이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이라 국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 역시 국내 시세가 떨어진 것을 미리 알고는 먼저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순녕 현진월드와이드 대표는 “최근에는 해외 바이어들도 빠르게 한국 시세를 파악해 협상을 하지만, 교민 바이어들은 이들보다 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협상카드로 더 강하게 이용한다”고 말했다.

수출이 71%(2016년 9월~2017년 4월: 629만2000달러, 2017년 9월~2018년 4월:1076만5000달러) 늘어난 베트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민의 영향이 크다. 김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베트남 지사 과장은 “베트남에 우리 교민이 엄청 증가하면서, 한국 배의 수출이 증가한 것”이라며 “현지 소비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고품질 전략 바탕으로 현지인 소비를 늘려 교민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우리 배의 수출 확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얘기하고 있다. 한낙영 동서농산 대표는 “현지인을 공략하는 홍보활동이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며 “미국을 비롯해 수출된 우리 배는 교민 위주의 시장에 머물고 있는 만큼, 현지인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원기 aT 농산수출팀 부장은 “본격적인 수출시즌이 오기 전에 효과적인 홍보 방을 구상할 것”이라며 “하지만 현지인 공략은 품질이 가장 중요한 만큼 우리 농가들이 수출 배 품질에 좀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수출 농가들이 배 외형에만 신경을 쓰고 당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중국산배는 예쁘지는 않지만 당도가 높아 좋은 평가를 듣고 있는데, 우리 제품은 달지 않아 재구매가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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