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구제역에 대한 전국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되고,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에서 ‘주의’로 하향 조정되는 등 올해 3월 경기도 김포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추가 확산 없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쯤해서 이번 구제역 발생 현장에 다녀오고, 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접한 일반 언론의 취재·보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양돈 농가를 비롯한 축산 농가들에게는 구제역과 같은 가축질병이 공들여 키운 가축을 한 순간에 잃어야 하는 ‘재난’이다. 실제로 구제역·AI 등은 ‘국가재난형 질병’으로 표현되고, 정부에서는 질병 발생 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한다. 하지만 일반 언론에서도 구제역을 재난이라는 범주에 놓고 취재·보도하는지 의문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가축질병 발생 현장은 방역 인력 외에는 외부인들의 접촉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차단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질병 발생 피해 농가를 보호하고, 살처분 현장의 자극적인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 현장의 경우 몇 년 사이 보급이 급격하게 늘어난 ‘드론’의 활약 속에 구제역 발생 농가와 살처분 현장이 여과 없이 공개됐다. 질병 발생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농가 앞에서 드론을 날리면서까지 현장을 촬영하고 보도해야만 하는 것인지는 언론인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김포 구제역 발생 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가 “우리는 상황이 궁금해도 조심스러워서 피해 농가에 전화도 쉽게 못하는데 드론까지 동원해 보도 자체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사를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을 떠올려 보면 양돈 농가들도 가축 질병 현장을 대하는 언론의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인 듯 보인다.

물론 가축질병 발생 상황을 국민들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방역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질병 발생 원인까지 분석한 언론사들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재난 상황을 염두에 둔 내용보다는 자극적인 사진에 정부 브리핑을 경쟁적으로 받아 쓴 언론사들의 보도가 훨씬 더 많았다.

같은 언론종사자로서 축산 농가에 더 부끄러웠던 것은 구제역 발생과 연관 지어 보도된 주식정보 기사를 접하고서다. 과연 다른 재난 상황도 이렇게 증시분석 소재로 오르내렸을까?

언론의 온갖 자극적인 보도 속에 국민들에게 축산 농가들이 질병 확산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축산 현장에 가보면 질병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 노력하는 축산 농가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농가들에게 가축질병 발생은 ‘재난’이라는 것을 언론인들이 반드시 명심했으면 한다.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재난보도준칙의 첫 머리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는 가축 질병 발생 현장에서도 다른 재난 현장에서와 같이 재난보도준칙이 지켜지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정수 축산팀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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