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 불모지서 주요 생산지로…계약재배 덕 ‘톡톡’

▲ 황남빵 최상은 대표(사진 오른쪽)와 아들 최진환 씨.

전체 빵 무게 70%가 팥 앙금
부드럽고 깊은 맛이 ‘인기 비결’
최상의 팥 품질 유지에 심혈
원종자 확보·재배기술 교육 앞장
경주 뿐 아니라 서울까지 진출


경북 경주시의 식품업체 ‘황남빵’(대표 최상은)은 1939년 창업이후 오랜 기간 핵심 식재료인 팥은 반드시 국산만을 고집해온 경북도가 인증한 향토뿌리기업이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표 메뉴가 바로 경주의 명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황남빵’(상표등록 제397164호)이다.

황남빵은 달지 않은 팥 앙금에서 우러나오는 그윽하고 깊은 팥 맛과 부드럽게 반죽된 얇은 빵 껍질에서 나오는 고소한 맛이 잘 조화를 이뤄 독특한 맛을 낸다. 황남빵 측은 맛의 우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팥 가격이 크게 오른 시기에도 묵묵히 국산 팥만을 원재료로 고집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는 경주지역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핵심 주재료인 팥을 전국 평균가격 보다 높게 전량 수매해 기업과 농업의 상생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국산 팥과 엄선된 식재료 만을 고집하는 향토뿌리기업=황남빵은 계약재배 등을 통해 엄선된 식재료만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황남빵의 가장 중요한 식재료인 팥은 오랜 기간 국산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한 팥 앙금을 감싸는 반죽피를 만드는 밀가루는 제분회사에 ‘황남빵 전용 밀가루’를 직접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

황남빵의 맛의 비결은 전체 빵 무게의 70%를 차지하는 팥 앙금에 있다. 그래서 황남빵 측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 유지를 위해 오랜 기간 국산 팥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때때로 국산 팥 가격 급등하더라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국산 팥만을 엄선해 팥 앙금 재료로 사용해 온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11년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계약재배를 통해 경주에서 생산된 팥을 수매해 사용해 오고 있다. 이는 당시 잇따른 FTA 체결 등으로 경주지역 농가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는 위기상황을 맞아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팥을 공급받으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심한 끝에 찾아낸 묘안이었다.

계약재배 첫 해인 2011년에는 경주지역 173개 농가와 최저 영농비 보장과 전량 수매를 조건으로 39ha 면적의 팥 계약재배에 나섰다. 당시 계약재배 첫 해임을 고려해 농가에 종자와 비닐을 무상으로 지원했으며, 수확한 팥을 보관하기 위한 전용 저온창고(223㎡)도 신축했다. 그해 팥 수확기에 농가에서 생산한 팥 30여 톤을 전량 수매했다.

지난 2013년에는 계약재배 물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그해 경주지역 729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팥 205ha를 재배하고 무려 230여 톤의 팥을 수매했다. 이후 계약재배 면적이 조금 줄어들긴 했으나, 황남빵 측은 여전히 지역농가와 팥 계약재배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경주지역 340여 농가와 103ha의 계약재배를 체결해 지역에서 생산된 팥 약 97톤을 황남빵의 식재료로 소비했다.

이로 인해 과거 팥 재배와 관련한 변변한 통계수치 하나 없던 팥 생산 불모지였던 경주시가 몇 해 전 부터 전국 주요 팥 생산지역으로 중 한 곳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올해도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팥 재배를 앞두고 지역농가와 계약재배를 준비 중이다.

▲신품종 팥 종자 개발과 보급에도 앞장,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길 고심=황남빵 측은 가장 적합한 팥 앙금의 맛을 좌우할 최상의 팥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황남빵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팥 농사를 짓는 데 사용되는 엄선된 원종자를 확보하고 이를 계약재배농가에 공급해오고 있다. 계약재배농가를 대상으로 한 팥 재배기술 교육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균일한 품질의 팥을 공급받기 위해 이 같은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남빵 측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팥 신품종 ‘아라리’를 시험재배와 종자증식을 거쳐 지난 2014년부터 계약재배 농가에 원종자로 보급하고 있다. 아라리는 다수확 가능하고 찰기가 뛰어난 특징이 있으며, 남부지역에서는 양파나 마늘 등과 함께 이모작이 가능한 품종이다. 팥 앙금을 감싸는 얇은 빵의 원료인 밀과도 잘 어우러지는 황남빵에 최적화된 품종이라는 평가다. 황남빵을 통해 신품종 ‘아라리’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개기가 됐다.

최상은 대표는 “지난 2016년 계약재배 당시에는 여름 가뭄과 가을 강우 등 자연재해로 팥 생산량이 크게 줄어 팥 값이 크게 올랐지만 농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고가로 팥을 전량 수매했다”며 “그해는 계약재배를 위해 공급한 팥 종자 값을 되돌려 받지 않고 무상으로 지원해 자연재해로 농사를 망친 농민들과 아픔을 같이 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 나아가 황남빵 측은 경북도의 향토뿌리기업으로서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하기 위해 자신들이 만든 황남빵 제품 뿐 아니라 경주지역 농·특산물 알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황남빵 경주 본점과 신경주역 역사,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황남빵 판매장 옆에 경주지역의 다양한 농·특산물을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고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경주시 농·특산물 전시 판매장’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해오고 있다.

황남빵 관계자는 “과거 황남빵의 잠실 롯데월드몰 입점계약을 앞두고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경주시 농·특산물 전시 판매장’을 반드시 함께 입점하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지역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팥을 수매하는 것 외에도 지역에 뿌리를 둔 향토기업이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찾아낸 해법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경주=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황남빵<사진>은 최근 경주 ‘황리단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경북 경주시 황남동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고 해서 ‘황남빵’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영화(1917~1995) 옹이 조상대대로 집안에서 팥으로 밥과 떡을 빚어 먹던 것을 독창적으로 개발해 1939년부터 만들어 오고 있다. 현재는 최영화 옹의 차남인 최상은씨(66·황남빵 대표)가 선친의 비법을 전수받아 아들 최진환(42)씨와 함께 3대에 걸쳐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황남빵’ 본점은 경주시 황오동에 소재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사업규모 확대…올해 4억원 투입 계획”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

영농환경 개선·생산성 향상 지원
신제품 개발·마케팅 등 뒷받침
중소업체에 전화 연락해 참여 유도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 사업의 2017년 실적은?
“경북도는 지난해 가공용 농산물 생산지원을 위한 생산자 단체 2개소, 가공용 농산물 이용지원을 위한 식품업체 4개소 등 6개소를 대상으로 국·도비 등 사업비 1억3550만원을 투입해 연계강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생산자단체에는 농약보관함·수거함, 영농기술교육지원을 통해 영농환경개선과 생산성향상을 추진했으며, 식품업체에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신제품 개발 10종, 판로개척을 위한 컨설팅 실시, 라디오 방송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가공용 농산물 생산지원을 한 경주시 산내팥작목반과 식품업체인 황남빵의 상생협력 사례는 눈여겨 볼만 합니다. 황남빵은 지역 팥 재배농가와 계약재배, 전량수매로 팥 재배 불모지인 경주지역에서 팥을 통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한 ‘농업과 기업 간의 우수한 상생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 농업인 및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 활동은?
“우선, 경북도에서는 시·군을 통한 사업 홍보 외에 경북농민사관학교와 연계해 1500여명의 학교 재학생과 1만3000여명의 경북농민사관연합회(졸업생 동문 모임) 회원을 대상으로 사업 홍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 식품업체와 6차산업 인증 경영체에 대해서는 일일이 개별 전화 연락을 통해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작년에는 경북 식품산업분야 최대 행사인 ‘2017 경북농식품산업대전’ 행사장 내에 마련된 ‘상생협력 홍보관’을 통해 다양한 상생협력 사례와 정책을 홍보했으며, 올해 9월 열리는 ‘2018 경북농식품산업대전’에서도 홍보관을 개설·운영 할 계획입니다.”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 사업의 2018년 계획은?
“올해는 지난해 보다 사업규모를 확대해 국·도비 등 4억 여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사업을 추진합니다. 사업내용으로는 가공용 농산물 생산지원, 가공용 농산물 이용지원, 연계 촉진 및 성과관리 지원 등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달 27일까지 사업신청 접수를 한 결과 상주중동감자작목반 등 생산자단체 6개소, 청도감와인 등 식품업체 8개소가 사업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생산지원과 관련해 가공용 농산물 품질관리, 시설·장비 임차 및 영농환경개선 등 농가 역량 강화 활동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용지원을 통해 제품개발, 시장수용조사, 마케팅 판촉활동 및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의 홍보활동 등을 지원하게 됩니다. 또한, 연계촉진 및 성과관리 지원을 통해서는 연계 강화 추진 협의회 구성·운영, 사업설명회, 우수사례 발굴 및 홍보 등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생산자단체와 식품기업 간 연계를 통한 계약재배 확대 사례 발굴·홍보 활동으로 새로운 연계 사례가 확산돼 지역 농업계의 안정된 수익 창출을 유도하고 식품업체와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 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습니다.”

안동=조성제 기자 ch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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