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주범 내몰리다 
5월 하순부터 하락세로
무는 평년가격도 못미쳐
노지 봄물량 출하 앞두고
‘소비에 찬물’ 지적도


‘평양냉면 인기로 가격이 상승했다’던 무와 ‘감자탕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시세가 뛰었다던 감자 모두 5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의 물가 상승 이유에 대해 시세가 낮았던 다수의 품목은 무시하고 무와 감자에만 표적이 맞춰졌지만 결국 이들 품목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5월 들어 감자와 무에 대한 수급 불안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5월초 열린 정부의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재배면적 감소와 겨울철 한파 영향 등으로 가격이 상승했던 무와 감자가 집중 논의되면서 5월 내내 무와 감자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언론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평양냉면이 거론된 이후 ‘평양냉면 인기로 무 시세가 급등했다’거나 ‘감자탕에 감자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감자 대란’이라는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국회 일정으로 취소가 되기는 했지만 기획재정부 차관의 감자 산지 방문이 계획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산지와 시장에선 무와 감자 시세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박이 이어졌다. 무의 경우 후기작인 시설 봄무 재배면적이 평년에 비해 증가했고, 생육기 작황도 좋을 것으로 전망됐다. 감자 역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6월 감자 출하량이 노지 봄감자 출하가 본격화돼 전년 동월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여름과 선거철로 접어들며 소비 역시 침체되고 있다.

실제 두 품목 시세 모두 5월 하순으로 가며 하락하고 있다. 무는 이달 초 가락시장에서 20kg 상품에 2만원 중반대까지 갔던 도매가격이 21일 1만6453원, 23일 1만3918원, 24일 1만439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평균 도매가격인 1만3415원은 물론 평년 가격인 1만2939원보다도 낮은 시세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감자의 경우 수미 20kg 상품 기준 21~24일 4만원 중후반대에 형성되며 3만원 후반대였던 지난해 이맘때보다 높은 시세는 나오고 있다. 그러나 7만원대까지 갔던 이달 초에 비하면 시세가 크게 떨어졌고, 6월 이후에도 출하량 증가로 하락세가 예고되고 있다.

시세가 평년 이하로 떨어졌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최근까지도 무와 감자에 대한 수급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5월 평균 가격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의 무와 감자 시세가 4월 평균 가격을 중심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무의 경우 평년보다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가격이 높다는 억울한 상황(?)까지 놓이게 됐다. 산지와 시장에서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

전남 소재 한 농협 관계자는 “이제 무와 감자 모두 노지 봄 물량이 본격 출하되면 시세 하락을 걱정할 처지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가뜩이나 선거철로 소비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최근까지 무와 감자 가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것은 소비 하락을 부추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도매시장 관계자도 “지금 시장에 반입되는 배추, 양파, 과채류 등 다수 품목의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며 “특히 무더위가 본격화되면 감자와 무 소비도 줄어들게 되는데 굳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까지도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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