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재배면적의 30% 이상 폐원 필요"

▲ 대구경북능금농협장과 한국사과연합회장을 역임한 사과 역사의 산 증인 서병진 대표.

생산량 증가·소비침체 직격탄
칠레·중국산 저가 농축액 난립
정책 당국 과감한 결단 내려야

다이어트 효과 좋은 풋사과
국내시장 수입산이 장악
발 빠르게 시장대응 해야
‘사과꼭지째 유통’도 제안


“개방화에 따른 FTA 가속화로 국내 과실산업분야는 장기예측이 불안한 어려움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과실산업의 대표품목인 사과분야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원인에는 생산량증가와 소비침체, 나아가 최근 관세장벽이 허물어진 저가의 외국산 사과농축액을 포함한 대체과일 수입증가와 새로운 소득 작목 불안으로 인한 신규과원조성 확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시절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과 한국사과연합회장을 역임한 후 경북 상주에서 사과농사를 직접 짓고 있는 서병진 미원농장 대표를 만났다.

원예학전공의 학사출신으로, 농업계에서 전도가 양양했던 편하고 안정된 직업군을 마다하고 지난 40여년 간 사과농사를 지으며, 국내 품목조합의 대표격인 대구경북능금농협의 임원활동을 중심으로 한 생산자단체 운영과 함께 경북능금산업의 반세기 역사를 온 몸으로 체험한 서 대표는 지금의 국내사과산업의 진단과 미래 과제에 대해 가감 없는 지적과 대안을 제시했다.

경북 상주에서 당초 2만6400㎡(8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경영하다 고속도로 부지 편입으로 현재는 절반규모에서 후지와 홍로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서 대표는 우선, 최근의 사과산업의 현안으로 “저가의 칠레와 중국산의 사과 농축액 수입과 오렌지와 같은 계절과일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국내 사과산업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며 “과거 포도와 복숭아의 사례처럼 정책당국의 과감한 결단에 따른 대책강구와 함께 현재 재배면적의 30% 이상의 폐원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혔다.

여기에다 “현재 사과 한 상자(15Kg) 생산비는 이미 1만5000원대를 넘어서고 있으나, 산지 평균 시세는 이미 3만 원대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무분별한 재배면적 확대에 따른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아우르는 통제시스템 구축과 적정생산량 조절을 위한 폐원 및 폐업지원책의 신속한 대책과 정책을 주문했다.

여기에다 서 대표는 생과에 대한 소비패턴변화와 신세대 소비문화유형을 감안한 깜짝 제안으로 풋사과 활용론을 내세웠다.

서 대표는 “풋사과가 다량함유하고 있는 폴리페놀성분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높으나, 지금은 수입산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의 30분의 1수치인 1000억원대 시장만 창출해도 국내사과 재배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수입산을 대체하는 발 빠른 시장대응을 주문했다.

나아가 생과소비 다양화와 함께 노동력절감의 대안으로, “‘사과꼭지째 유통’도 필요하다”며 “국내 생산유통에서 꼭지 제거 인건비만도 연간 200억원대의 인건비가 소요 된다”며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유통형태를 도입할 때”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남북경협의 새로운 물꼬가 트이고 있는 시점에서 대북 현물 지원사업 추진과 사과산업 발전 자조금조성사업도 준비해야할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2008년 대구경북능금농협장 재임 시 경북도와 대구경북능금농협 공동으로 개성지역에 인도적 차원의 묘목 공급과 식재경험을 살려, 대북 현물지원 사업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자조금 사업은 이미 축산분야에서 선행된 예가 있는 만큼 한국농업의 한 축인 과수산업분야에도 방법적인 절차를 슬기롭게 모색해야 할 때”라며 “현장농업인과 생산자단체조직의 현실을 능동적으로 대처해내는 발 빠른 농정정책이 서로 호흡을 같이해야 한다”고 마무리 했다. 평생을 농업과 농촌, 그리고 경북능금인으로 살아온 서 병진 대표.

과수원 일이 없는 시간에는 여전히 지역 과수전문가들과 소통의 시간을 즐기고 고민하는 서 대표의 신앙처럼 한결같은 인사말은 ‘경북능금을 사랑합니다’를 앞세운다. 서 대표와의 짧은 만남에서 경북능금, 나아가 한국사과산업의 미래는 아직도 어둡지만은 않음을 느꼈다.

상주=박두경 기자 park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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