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아일랜드 농촌사회보장제도 같은
농민이라는 직업 보장받으면서
다양한 공공사업 관련 일자리 창출
농촌 주민 삶의 질·만족도 높아질 것


본격적으로 지방선거가 시작이 되었고, 많은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약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업·농촌에 대한 공약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농업·농촌분야의 정책공약으로 꼭 다루어졌으면 하는 농촌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일자리 창출이 제시되고 있지만, 농촌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은 논의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간 농촌 일자리에 대한 논의는 6차산업화의 구조에 한정되어 있고, 좋은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러나 우리 현실의 농촌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의 농촌주민들은 농업이라는 1차 산업에 종사를 하고 있고, 고령화되어 있으며, 농업 이외의 전문성이 높지 않다. 그런데 정부정책은 6차산업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좋은 일자리 제공을 추구하고 있다. 정말 6차산업화와 좋은 일자리가 농촌의 현실에 맞는 일자리 정책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농촌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현재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이여야 한다. 대부분의 농촌주민들은 1차 산업인 농업 혹은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즉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농업 및 관련분야의 일자리에서는 생계에 필요로 하는 소득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촌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런 측면에서 아일랜드의 농촌사회보장제도(Rural Society Scheme)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아일랜드의 농촌사회보장제도는 농촌의 어메니티와 시설을 유지 및 관리하는데 농촌 주민들의 기술과 재능을 직접 투입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소득을 창출하는 제도이다. 농촌사회보장제도는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참여하는 농민들은 1주당 최대 19.5시간을 참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1주당 26만원 정도의 보수를 지급받게 된다. 결국 매월 100만원 정도의 소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농촌사회보장제도의 운영사례는 다음과 같다. 아일랜드 멀린가(Mullingar)의 한 농부는 장터가 열리기 전인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장터 안내판을 설치한다. 그리고 장터가 열린 다음날인 월요일에 표지판을 모두 회수한다. 아일랜드에서는 매년 9월에 다음연도에 수행하게 될 농촌사회보장제도의 사업을 공개하고, 농촌주민들이 참여하게끔 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농촌주민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참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소득을 창출하게 된다.

농촌은 수많은 공공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있고, 실제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공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농촌 공공서비스의 공급 과정에서 농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컨대 농촌 고령자를 위한 공동급식을 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시군에서는 입찰을 통해 공동급식의 경험을 갖고 있는 외식업체를 선정하게 될 것이고, 그 외식업체가 농촌 고령자에게 급식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농촌마을의 경관개선을 위해 꽃을 식재하기로 했다고 해도, 입찰을 통해 조경업체가 선정된 이후 해당 사업이 진행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농촌고령자의 공동급식과 농촌마을 꽃길 식재 과정에 농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면, 농촌지역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하게 될 것이다.

물론 농촌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농민이 농업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좋은 일자리 보다는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일자리는 농촌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공공서비스를 통해 창출할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의 대상과 범위를 조금 더 확대한다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려운 방식과 사업이 아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아일랜드에서 시행하고 있는 농촌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농촌에는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고,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만족도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사회보장제도 도입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길 희망해 본다. 그 일환으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많은 후보들이 농촌 일자리에 관한 공약을 제시하고, 그 공약이 실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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