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농산물이 집결하는 가락시장의 한 해 거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농산물 거래연보와 유통정보가 지난 4일과 9일 각각 나왔다.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반입 물량과 거래 가격이 게재된 가운데 유독 관심이 가는 품목이 있었다. 봄과 여름을 아우르는 대표 과채이기도 한 ‘참외’와 관련한 동향이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 반입된 참외 물량은 3만1193톤으로 2016년의 반입량 2만8746톤과 비교해 8.5%나 증가했다. 지난해 참외는 2010년 들어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 가락시장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에 2017년도 참외 가격은 10kg 기준 2만7798원으로 2016년의 3만2276원에 비해 14%나 하락했다.

반면 올 초 발표된 통계청의 참외 재배면적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참외 재배면적은 그 전년의 5064ha 대비 약 30% 줄어든 3581ha이었다. 당연히 이 재배면적은 통계 조사치가 나온 2000년 이후 최소 면적이기도 했다.

뭔가 이상하다. 한 품목의 재배면적이 30%나 감소했음에도 시장 반입량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물론 기상에 따른 단수 변화 등 시장 반입량은 재배면적 이외에 다른 요인도 배제할 수 없지만 단순 1~2%도 아니고 30%나 되는 면적이 감소했음에도 시장 반입물량이 9%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은 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참외산업의 주체인 참외 농가들이 통계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함에도 통계청은 묵묵부답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참외만이 아니다. 최근 평년 대비 각각 35%와 20%나 면적이 증가했다고 통계청이 발표한 양파·마늘의 재배면적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양파와 마늘 농가 및 관련 업계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매달 추적 조사를 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재배면적 추정치와 비교해서도 두 배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 역시 통계청은 참외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그나마 참외와 양파, 마늘은 비교적 주산지가 한정돼 있어 통계 조사가 어느 품목보다 수월한 품목이기도 하다.

현재 참외 시세는 저온피해로 초봄에 나오지 못했던 물량이 시장에 반입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양파와 마늘도 지난해산 저장물량 증가 등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해당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낮은 시세보다 장기적으로 농가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산업의 근간이 되는 통계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이제 매달 정례화해 농산물 수급 동향 및 관련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그 근간이 되는 통계의 정확성 없이는 대책 발표가 단순히 옥상옥이 될 수 있다.

김경욱 유통팀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