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매일이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이 매일 있다는 것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길


태백산맥의 크고 작은 지맥에 둘러싸인 강원도 홍천군은 산골 중에 산골이다. 그런 깊은 산골짜기에서 나고 자라며, 반세기 넘는 삶을 사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홍천을 떠나본 적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스물다섯 나이에 육남매 중 장남인 남편과 결혼했다. 대농이었던 시조부모님과 시부모님, 층층시하에서 두 아이를 낳아 키웠다. 또 두 아이를 키우듯 숱하게 많은 농작물을 키우는 여성농업인으로 살아왔다. 이순(耳順)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돌아본다. 내가 만약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했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상상할 수조차 없다.

나는 여성농업인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믿음직한 일꾼이자 한 농가의 경영주이다. 가정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이자 한 마을의 이장으로 그 사회적 책임 또한 다하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성농업인 단체인 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장으로 여성농업인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강화를 위해 언제나 발로 뛴다. 가끔은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이지만 그저 거드는 손이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여성농업인을 인정해가는 그 사회적 변화 또한 즐거워 행복하기만 하다.

어쩌면 농촌에서 여성농업인으로 산다는 건 매일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이 매일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이제 막 돋아난 여린 감자 싹처럼, 마냥 해맑고 예쁜 여섯 살배기 우리 손녀가 좋아하는 동화책은 ‘곰돌이 푸’이다. 빨간 스웨터에 볼록한 배를 가진 곰돌이 푸처럼 농촌에서 농업인으로 산다는 건, 인생을 느긋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거둬들이는 일이 당연하듯, 서두르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일이다. 밭갈이하다 만나는 굼벵이 한 마리에도, 밭이랑마다 씌워둔 촘촘한 비닐 구멍 속에서 빼꼼 머리 내미는 감자 순 하나에도,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난 뒤 시원하게 들이키는 막걸리 한 잔에도 행복은 있다.

정신없이 일에 치이며 일상의 평범한 행복을 놓치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의 여성농업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제2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 에 참여한다면 모두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이야기, 농촌에서의 알차고 보람 있는 우리 여성농업인의 삶을 보여줄 기회이다. 36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성공한 여성농업인으로서의 나의 삶을, 또 지역사회에 봉사하며 느꼈던 보람과 행복했던 기억을, 내 곁의 누군가와 나눠왔던 것처럼 ‘제2회 여성농업인 수기 공모전’을 통해 10만여 여성농업인 모두가 서로의 삶을 함께 나누며, 멋지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강부녀 (사)농가주부모임전국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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