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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기 칼럼] 남북농업협력, 차분히 멀리 내다보자정문기 논설위원·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농업 등 각종 협력사업과 교류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쌀을 포함한 비료, 농약, 농자재 등의 대북지원을 촉구하는가 하면 지자체들도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농업을 비롯한 교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특히 과거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던 지자체들의 행보는 더욱 발 빠르다. 더욱이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광역단체장을 비롯한 시·군 의원 지방선거 출마자들조차도 지역발전과 연계한 각종 남북 교류사업을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공공·산하기관 역시 중앙정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나름 여러가지 사업들을 검토하거나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의 입법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당을 중심으로 남북정상회담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한 남북교류 및 경제협력법 논의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7일 현재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모두 12건에 이른다. 이처럼 역사적이고 성공적이었던 남북정상회담이 대한민국의 모든 시선과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냉전의 산물인 분단과 대결을 종식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균형적 발전, 나아가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같은 ‘속도전’, ‘가열전’은 반드시, 그리고 분명히 지양돼야 할 일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앞으로 있을 북미정상회담의 지렛대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아직까지도 북미회담의 결과는 불확실하다.

때마침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판문점 선언이행 추진위원회로 전환하고, 남북경제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키로 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 선언이행 추진위원회가 사실상 남북경제협력 컨트롤타워 역할에 나선 것이다. 선언이행 추진위원회 성격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우선 청사진과 로드맵을 만드는 기구로서, 이행기의 잠정적 기구”라고 설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북 경제교류사업이 본격화되면 정부가, 여러 부처가 중심이 돼야 하나 아직은 본격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지 않았고, 국가 차원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우선 만들겠다는 의미다. 맞는 얘기다. 우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미국의 독자제재, 유엔안보리의 결의가 부분적으로 해소돼야만 남북 경제·교류사업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대북 쌀 지원도 이 문제와 연관돼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분위기에 취해 봇물처럼 터져버린 대북 지원과 교류가 무차별하게 진행된다면 자칫 삼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당장 의제만 해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거대담론 속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면밀한 청사진과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 자칫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남북농업교류 문제 역시 지난 10년간 중단된 교류와 협력을 과거 수준까지의 복원이 아니라 이 차제에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전처럼 인도주의적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저 과거로 회귀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더욱이 남북교류 첫 사업으로 산림분야가 된 것은 앞으로 남북농업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남북농업교류가 단순한 식량 지원이 아닌 농업 생산 인프라 구축, 농업개발 공동협력사업을 통한 남북공동식량계획 마련, 나아가 남북한 공동농업정책 수립 등 단계적 전략과 목표를 수립해 나가는 담대한 구상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 과정에서 농업계는 물론 관·학계·산업계 간 긴밀한 협조체계는 절대적이다.

남북 농업협력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이라는 역사적 숙명을 낼 수 있도록 지금의 조바심과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먼 미래를 바라보고 차분히 면밀하게 준비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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