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떼기’로 팔던 진도울금, 판로 확보해 몸값 올려

▲ 전남 진도울금 재배농가들과 천호식품이 공동 추진하는 협력 사업은 농업과 기업의 상생 방안을 실천해 나가고 있는 우수사례 중 하나다. 하주형 진도울금주식회사 대표가 진도울금 제품을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군·농가 등 참여 울금사업단
2017년부터 ‘천호식품’과 맞손
농가는 고품질 원료 지속 공급
기업은 판로 제공해 ‘시너지’

농가가 만든 ‘울금주식회사’
대기업·홈쇼핑 연계로 수익↑ 


항암 효과와 치매를 예방하는 ‘커큐민’ 성분이 풍부한 ‘울금’은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 모두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농작물이다. 울금은 생산자에게 소득 작물, 기업에는 큰 잠재력을 갖춘 식품 소재, 소비자들에겐 매력 있는 건강식품 중 하나로 그 입지를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다. 국내 생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 진도에선 이 울금을 매개로 한 농업과 기업 간의 협력 사업이 추진되며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생산자와 기업, 손을 맞잡다=진도군과 관내 울금 재배농가, 가공업체 등으로 구성된 사단법인 울금식품가공사업단(울금사업단)은 2017년부터 건강식품 업체인 ‘천호식품(주)’과 협력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울금사업단이 갖고 있는 탄탄한 생산 기반과 천호식품의 마케팅, 판매 역량이 만나 공동홍보 마케팅과 상품 개발, 천호식품 자체 판매망 활용 등을 통해 울금 소비 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농가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 양 측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재배농가의 최대 약점인 판로 측면을 기업이 보완해 주는 대신 농가는 품질 좋은 국내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기업의 ‘원료 수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양 측 모두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천호식품은 진도울금 납품 계약을 통해 농가의 재배 여건에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해 건울금 15톤(생울금 90톤)을 계약했지만, 실제 납품 물량은 계약 물량보다 많은 건울금 25톤(생울금 150톤)으로 확대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건울금 50톤(생울금 300톤)을 납품 계약한 상황이다. 

울금사업단은 전처리시설과 분말제조시설 등 가공시설을 완비해 천호식품에 균일한 울금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진도에서 생산되는 울금의 경우 국내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품질도 뛰어나다. 아열대성 작물인 울금의 재배 여건에 진도의 따뜻한 해양성 기후가 적합한 데다 비옥한 토양, 풍부한 일조량, 청정한 해풍으로 가꿔진 울금은 최상급의 품질을 자부한다는 게 울금사업단의 설명이다. 진도울금은 지리적표시 제95호에 등록된 바 있다.

울금사업단과 천호식품은 제품 개발과 판매에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울금분말인 ‘진도울금 100’ 제품이 대표적이다. 제조원은 울금사업단의 자회사인 ‘진도울금주식회사’이고, 판매원은 천호식품으로 돼 있다.

▲농가가 만든 ‘진도울금주식회사’=진도울금주식회사는 2013년 9월 울금사업단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울금식품가공사업단’을 지역전략산업육성사업단으로 선정하고, 2014년 1월 울금식품가공사업단이 본격 출범하는 과정에서 사업단 회원 270명 중 152명의 생산농가들이 출자해 만든 것이 지금의 진도울금주식회사다. 생산 농가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가공과 유통, 판매 등을 전담하는 조직인 셈이다.

진도울금주식회사는 ‘울금재배농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진도울금’을 모토로 150여 울금 재배농가가 출자해 운영되고 있다. 1차적으로 농가로부터 울금을 수매하고 원물을 유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차적으론 참여업체와 협력해 가공·제조 및 판매·유통 역할을, 3차적으로 대기업과 홈쇼핑 등과 연계해 수익 증대를 꾀하는 데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첫 발자국을 내딛기까지 진도군과 전남도청, 농식품부 등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하주형 진도울금주식회사 대표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울금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울금의 효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며 소득 작물로의 가능성이 높아 진도에서 울금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이 있었는데, 판로가 여의치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밭떼기’ 형태의 거래가 많았는데, 결국 생산 농가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구조를 바꿔보자는 차원에서 고민이 많았고 농식품부와 진도군 등의 지원을 받아 진도울금주식회사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주형 대표는 “생산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유통·판매 등의 역량을 넓히는 것에 많은 역량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역의 중소 업체 역량만으론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부지기수”라며 “전남도청과 진도군이 많은 도움을 줘 천호식품과 협약을 맺고 일정 부분 판로를 확보할 수 있어 다행이며, 점차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퍼푸드’ 울금은
울금은 생강과로 분류되는 아열대 작물이다. 원산지는 인도 등 열대아시아다. 인도에선 ‘강황’으로 불린다. 흔히 카레의 주원료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울금의 ‘커큐민’ 성분은 치매와 항암, 소염, 소화 등에 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장수마을로 알려진 일본 오키나와 일대에서 특용작물로 재배돼 건강식품으로 애용되고 있으며, 국내의 경우 진도에서 1980년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



#전종화 전남도청 농림축산식품국장
"지역 농산물 활용 제품 개발…지난해 실적 44억 올려"

‘상생협력 협약’ 5개 기업에 
울금·고추 등 1053톤 판매

-2017년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 사업 실적은?
“최근 농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농업 생산에 관심을 갖고 단순 협력을 넘어서 서로 상생관계를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천호식품 등 5개 기업들이 농업과 기업의 상생협력 업무협약으로 전남과 인연을 맺고,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등을 추진했습니다. 농업 단체와 기업에 2억원의 사업비 지원을 통해 686농가에서 울금, 고추, 양배추 5개 품목 1053톤을 5개 기업에 44억원 판매하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지역 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홍보 활동은?
“도내 식품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참여 확대를 위해 6차산업지원센터, 식품산업연구센터 등과 연계해 사업수요를 발굴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도 출연기관인 식품산업연구센터와 협력해 간담회나 협의회 등을 통해 농가와 식품업체들의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가와 농식품기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2018년도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와 6차산업화 정책 및 지원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갖은 바 있습니다. 기존 관 주도의 상생협력 추진 방식에서 벗어나 6차산업지원센터와 식품산업연구센터를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체계적인 상생협력 시스템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사업 참여 생산자단체와 기업의 만족도는?
“기업과 농가 등을 대상으로 설문응답 및 개별면접을 통해 기업과 농업과의 상생협력 효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농업계와 기업 모두 신뢰구축, 의사소통, 브랜드 가치 증가 순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습니다. 기업에서는 이미지 제고 향상, 품질 향상, 신시장 창출 등의 긍정적인 평가를, 농가는 안정적 판로 확보, 소득 증대, 브랜드 인지도 증가 순으로 높게 평가했습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신뢰 획득, 제품 브랜드 인지도 증가, 협력지역 발전 순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습니다.”

-사업 확대를 위해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전남도는 기업의 상품화에 유리한 울금, 헛개, 함초 등 기능성이 규명된 식품이나 유자, 매실 등 집적화된 자원과 한과, 모싯잎송편, 된장 등 향토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농업·농촌의 전통자원이나 특화자원을 농가 소득화하는 향토산업이나 6차산업 등 다양한 농촌개발 사업을 많이 유치하고 있습니다. 향토산업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250개소의 23%에 해당되는 57개소로 전국 최다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6차산업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향토적 전통성과 고유성을 가진 비교우위의 특산자원을 농식품 기업과 연계해 생산·가공시설과 상품개발, 마케팅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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