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공사가 본보의 기사에 해명자료를 내면서 일본의 도매시장법 제도를 비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농산물도매시장 내부 모습.

일본 도매시장 경매율 하락
정가·수의매매 확대 이유 두고
모든 품목 비상장 ‘호도’

‘정가수의매매는 상장거래’
농식품부 해석 불구
비장상 설명에 업계 “이해 안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일본 도매시장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 확대 이유를 호도하거나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는 비상장거래라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는 본보 기사의 해명자료를 배포하면서 적시된 내용으로 개설자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조차도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공사는 본보 3004호(2018년 4월 27일자) 15면 기자수첩의 ‘누가 도매시장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해명자료를 지난 4월 27일 배포했다. 주요 해명내용에는 △일본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를 축소하고 정가·수의매매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 △가락시장에 출하자와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거래경로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개설자의 의무 등을 담았다.

▲일본은 모든 품목이 상장예외 품목으로 운영된다?=서울시공사는 본보가 제기한 일본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를 축소하고 정가·수의매매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모든 품목을 중도매인이 개설자의 허가를 받아 출하자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비상장(상장예외) 품목으로 운영하고 있고 △도매법인이 출하자나 중도매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출하자와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매시장법 44조와 동법 시행규칙 28조에는 중도매인이 중앙도매시장의 도매법인으로부터 매입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 개설자에게 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아 매입해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상장예외 품목과 유사한 제도로 일본에서는 ‘직접집하’로 불린다. 그러나 이 직접집하는 원칙으로는 금지돼 있고,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예외 인정의 사유가 개설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4가지로 한정해 뒀다. 일본의 도매시장법 시행규칙에는 이 4가지를 △개설자의 허가를 받고 있을 것 △도매시장 간의 공동집하 △새로운 농수산물의 수요개척에 관한 사항 △수출을 위한 농수산물 매입으로 한정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식료산업국 식품유통과의 하가 타츠야 계장은 본보의 질문에 “현행 제도에서는 중도매업자(중도매인)의 경우 중앙도매시장에 있어 생산자로부터 직접조달하는 것은 원칙으로 금지돼 있지만 개설자의 허가를 얻은 경우 등은 예외로 직접거래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은 직접집하가 금지돼 있지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공사는 이 예외를 두고 개설자의 허가를 받고 있을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 중도매인이 개설자의 허가를 받아 모든 품목을 비상장 품목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설자의 허가를 받는다는 조건을 달면서 마치 모든 품목이 비상장 품목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해명자료만 봐서는 일본은 모든 품목을 비상장 품목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오해가 충분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우 직접집하는 중도매인이 원하면 모두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허용의 범위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일본이 예외적으로 중도매인의 집적집하를 허용했지만 이 경우 매수판매만이 해당되고 우리나라의 상장예외품목은 위탁판매와 매수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것 역시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일본은 중도매인들의 역할을 이른바 차액상인의 위치로 인정하고 있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을 구분해 놓았다는 것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직접집하는 해당 도매시장의 수집 기능이 취약한 부분, 다시 말해 도매법인의 집하가 약한 전통채소나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 친환경 농산물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비상장으로 허용해 도매시장의 집하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다”며 “이 부분을 예외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도매시장의 도매법인이 경매를 축소하고 정가·수의매매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서울시공사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일본 동경청과의 오오타케 잇페이 영업본부장은 “산지에서 요구하는 거래 금액이 있고, 중도매인이 판매하고자 하는 금액이 있는데 여기에서 차이가 생기면 경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러한 차이를 좁히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경매가 줄어들고 정가·수의매매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공사의 해명과 같이 모든 품목을 비상장 품목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가·수의매매가 늘고 있다는 해명이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가·수의매매는 비상장 거래?=서울시공사는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가·수의매매는 시장 반입 전에 거래가 성립돼 도매시장은 보관, 집배송 등 물류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비상장거래라고 했다. 이 내용은 일본의 도매시장법이나 우리나라의 농안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개설자가 상장거래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내용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나오게 한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정가·수의매매가 비상장거래가 맞느냐는 확인에 “팩트(사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팩트”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에 들어와서 가격이 결정됐느냐, 안 됐느냐를 상장과 비상장으로 본다”고 했다.

과연 이 말이 맞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행한 정가·수의매매 시행지침에 따르면 정가·수의매매의 정의를,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판매 예정가격을 정한 ‘상장’ 물품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에게 해당 가격과 판매물량을 제시해 거래가 성립되는 매매방법이라고 했다.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이 대상 물품의 판매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자와 1대 1로 협의해 가격과 물량 등 거래조건을 정하는 매매방법이라고 나와 있다. 정가매매는 상장 물품을 거래한다고 분명히 했고, 수의매매 역시 어디에도 비상장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정가·수의매매는 상장거래로 봐야 한다. 통계를 낼 때도 상장거래 가운데 경매와 정가·수의매매로 나누고, 비상장거래를 따로 (통계를) 낸다”고 설명했다.

업계를 중심으로 서울시공사의 해명자료가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시공사는 본보 기사에 대해 도매시장의 변화를 산지나 유통인에게 맡기고, 개설자와 정부는 개입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현재 도매시장의 유통주체들이 안고 있는 현실을 볼 때는 출하자와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거래경로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개설자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농어민신문의) 기사는 도매시장의 변화에 있어 핵심은 산지와 소비지라는 측면이라고 보인다. 물론 여기에 정부와 개설자의 역할도 있어 서울시공사는 이 부분을 해명하면 될 것을 거래제도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해명에 담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일본의 도매시장법도 그렇고 우리의 농안법 해석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다가 결국 개설자가 정가·수의매매가 상장인지 비상장인지 개념도 모르는 격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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