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비료, 수입산 유박 등에 의존하는 비순환적농업에서 자원순환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향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이에 가축분뇨로 만든 퇴·액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로 만든 액비의 품질이 우수하고 농작물에 시비하면 영농비를 절감할 수 있어 경종농가에서 이용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까지 액비는 기비용으로 주로 이용되면서 12월부터 이듬해 5월 사이에 시비가 집중되고 있다. 작물재배 기간 중인 6~9월에는 추비로 살포할 수 없어서 액비저장고에 장기간 저장되기도 한다. 이 같은 계절별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개선하고 액비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연중 사용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가축분뇨 퇴·액비 생산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생산되는 가축분뇨 액비는 악취제어와 부숙도가 높다. 고액분리 및 침전 과정을 거치므로 부유물질(SS, suspended solid) 함량이 낮고, 이화학성 성상에서 속효성인 무기태 양분의 비율이 높다. 특히 안정된 상태의 액비로 제조되기 때문에 시설재배에 추비 또는 관비재배 형태로 이용이 가능하다.

여름작물인 시설 채소, 과수재배 농가의 대부분은 점적관수와 스프링쿨러를 이용해 물과 비료를 동시에 주는 관비재배를 하고 있다. 관비재배 시 점적호스의 막힘이 없어야 하는데, 부유물질(SS)을 제거한 관비용 액비를 사용하면 여러모로 장점이다.

특히 맞춤액비가 각광을 받고 있다. 맞춤액비는 액비에 작물별 비료 요구량을 고려해 부족한 성분은 화학비료를 첨가해 양분 균형을 보정한다. 농작물 재배 시 질소, 인산, 칼륨의 성분함량 뿐만 아니라 성분 간의 양분균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소, 과수 농민들은 시비량 계산을 경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고, 시비량이 부족하거나 불균형해 생산성 저하와 과다 시비로 인한 염류집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작물별 맞춤액비 시비처방서(액비+화학비료 혼합량)가 개발됐고, 작물재배 기간 중 시용량을 산출하는 과학적인 맞춤액비 시용기술도 확립됐다.

이를 토대로 여주, 철원 등의 지역에 보급한 결과 농민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았다. 2015년 여주시에서 농촌진흥청 특성화사업으로 맞춤액비 사업을 통해 여주 지역을 중심으로 약 200ha 농경지(시설채소, 과수)에 사용했다.

그 결과 화학비료 사용을 70% 줄였고 생산비 절감, 시비 노동력 절감, 작물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입증됐다. 또한 기존의 액비는 벼, 사료 작물 위주 기비로 사용했었는데, 맞춤액비는 시설재배 및 과수재배 추비용으로 모든 작물에 적용 할 수 있었다. 특히  봄철뿐만 아니라 4계절 연중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가축분뇨 맞춤액비 보급의 성공요인은 산·학·관·농민(가축분뇨공동자원화센터, 대학교, 농업기술센터, 작목반) 협력모델 구축이었다. 우리나라 가축분뇨 자원화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국가 및 지방정부의 축산 부서와 작물원예의 경종 부서간의 협업이 잘 되지 않는 문제이다.

여주시의 가축분뇨 맞춤액비 보급은 축산·경종 부서와 산·학·관·농민과의 협업이 이루어낸 귀중한 성과이다.

우리시대에 융복합 기술 개발은 시대적인 조류이다. 농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융복합 기술의 개발과 보급은 멀리 있지 않다. 경종과 축산, 산·학·관·농민이 협업하고자 하는 조직 구성원의 마음의 변화가 기술 혁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류종원 / 상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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