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고령자를 위한 식품정책 및 제품개발 전략 세미나에선 식약처가 관련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KS 있는데…‘기준·규격’ 추진
"시장 활성화 전 규제 만드는 꼴"
식품업계 중심 ‘우려 목소리’

‘고령자’ 용어 부정적 이미지로
명칭 자체 재검토 의사도 밝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령친화식품의 기준·규격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활성화되기도 전에 사실상 규제부터 만들어지는 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식약처가 관련 부처와 협의 없이 일방통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고령친화식품의 KS(한국산업표준) 기준을 신설한 바 있다.

지난 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고령자를 위한 식품정책 및 제품개발 전략 세미나’에서 윤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장은 ‘고령친화식품의 식품유형 신설 검토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앞으로 식약처가 고령친화식품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윤 과장은 “고령친화식품의 기준·규격이 만들어지면 고령자에게 안전하고 올바른 식품이 제공될 수 있는 관리기반이 마련되고, 식품업계는 제도권 내에서 제품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친화식품으로 판매하고자 하는 자가 준수해야 하는, 준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 규격을 설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미 식약처는 지난 4월, 20여 식품업체가 참여하는 관련 T/F를 구성하고, 고령친화식품의 식품유형 신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식약처는 현재 고령친화식품의 KS 기준이 다양한 식품 유형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물성규격은 물론, 영양성분까지 포함한 기준·규격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윤 과장은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고령친화식품이 개발될 텐데, 현재 KS에서 제시하고 있는 물성규격은 모든 식품에 적용되는데 적절하지 않다”며 “또한 고령친화식품은 보조식품이라기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양성분에 대한 기준 마련을 함께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식약처는 고령자에 대한 용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고령친화식품’이란 명칭 자체도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고령자들이 먹는 식품이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UDF(Universal Design Food)’ 또는 ‘스마일 케어식품’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식약처가 고령친화식품의 기준·규격 마련에 나서면서 관련 규제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기준·규격이 너무 디테일하게 만들어질 경우 오히려 기능성식품처럼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농식품부에서 고령친화식품의 KS 기준을 만들 당시에도 식품업계의 의견을 모아 최대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했는데, 굳이 식약처가 새로운 기준·규격을 만들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윤 과장은 “기존에는 시장의 제품을 분석해 기준·규격을 만들었다면, 고령친화식품은 사실상 정부가 선도해 기준·규격을 만들고,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며 “식품안전 부분에선 규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관련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올해 안에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기준·규격(안)을 마련하고, 관련 개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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