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 푸른육묘가 상동면청년회와 함께 19년째 진행한 고추모종 나눔행사.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건설로
밀양 푸른육묘 이전 불가피
타 작목 보상기간 2년 불구
육묘장은 고작 ‘4개월’
잔여농지도 영농 피해 불구
보상 대상서 제외 ‘문제’


도로공사 등으로 육묘장이 수용될 경우 육묘 농업인은 폐농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농손실보상이 농업현실과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4월 27일 아침에 찾은 경남 밀양시 상동면 중섬들판의 한 육묘장 앞에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고추를 비롯한 원예모종 5만포기가 담긴 상자를 상동면청년회 회원들이 트럭에 옮겨 싣느라 분주했다. 이 모종은 이날 상동면의 어려운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밀양 푸른육묘(대표 전강석)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19년 동안 이렇게 매년 5만본의 고추모종을 내놓아 상동면청년회와 함께 농심을 담은 특색 있는 나눔을 실천해왔다. 올해는 가지, 복수박, 가시오이 모종도 추가했다. 그러나 내년 20년째 모종 나눔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신설될 울산~함양 간 고속도로가 중섬들판을 가로지르게 됐는데, 이 육묘장에 그대로 육묘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없는 수준의 영농손실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라 폐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상 25m 높이에 상판 너비 26m의 고속도로가 중섬들판을 동서로 관통하는 공사가 주민들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행수순을 밟고 있다.

절대농지이자 상수원보호구역인 중섬들판은 시설하우스가 많은데, 직격탄을 맞게 됐다. 북쪽 잔여농지의 경우 거대한 그늘이 져 계절별 입사각도에 따라 35m에서 70m 가량의 일조피해가 1년 내내 나타나게 된다는 주민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일조피해에 대한 시뮬레이션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곳 주민들은 이 공사에 수용되는 농지 약33% 이외에 67%의 잔여농지도 농사기능을 크게 상실하는데, 영농손실 보상은 없다며 대책위를 꾸려 반발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경작하고 있는 농지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면적이 편입된 경우에 한해 잔여지의 농업손실보상을 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육묘장의 경우 수용되는 농지의 영농손실보상 기간이 통상 2년인 다른 작물과 달리 4개월에 불과하다고 알려와 해당 농가를 폐농의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질타가 거세다.

밀양 푸른육묘장은 도로 남쪽 비닐하우스 4950㎡(1500평) 중 약 1650㎡(500평), 북쪽 유리온실과 비닐하우스 9900㎡(3000평) 중 약 3300㎡(1000평), 창고 1650㎡(500평) 중 528㎡(160평)이 수용된다. 핵심 시설이 있는 북쪽 잔여지는 도로그늘로 인한 일조량부족이 우려돼 육묘농사를 지속할 수 없음에도 영농손실 보상에서 제외된다. 수용대상지에 대해서도 4개월치만 영농손실보상이 이뤄지는데, 육묘장 이전의 엄두를 낼 수 없는 수준의 ‘쥐꼬리’ 보상이다.

전강석 대표는 밀양지역의 육묘산업을 선도해왔고, 경남통일농업협력회 초대회장을 맡아 ‘통일딸기’ 등으로 남북교류협력사업까지 주도해온 실력파 농업인이다.

그러한 전 대표조차도 고속도로 공사로 한방에 폐농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인식한 한국육묘산업연합회는 이 문제를 육묘 농업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농업적폐’로 규정하고 국토교통부 등에 질의서를 보내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핵심쟁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육묘 농업인 몰래 일방적으로 끼워넣어진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48조 제2항 제2호와 별지2에 관한 내용이다.

직접 해당 농지의 지력을 이용하지 않고 재배중인 작물을 이전해 영농을 계속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단위경작면적당 실제소득의  4개월분을 곱해 산정한 금액을 보상토록 했는데, 이전해 중단 없이 계속 영농이 가능한 작목 및 재배방식으로 육묘를 적시한 것이다.

전강석 대표는 “접목 위주로 육묘가 전환되면서 육묘장은 거대한 외과수술실과 같다”면서 “접목실, 활착실, 양생시설까지 중환자실과 같은 시설이 필요하고 유리온실의 경우 최소 6개월의 공사기간이 필요한데 어떠한 근거로 영농손실보상기간을 4개월로 잡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농업의 현실과 현저히 괴리되고 헌법 및 영농손실보상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규칙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객관적인 지장물 재감정과 잔여지 일조량부족피해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밀양=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