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률이 1.8%에 불과한 국산밀. 반면, 쌀은 과잉생산으로 인해 생산조정이 필요한 게 국내 곡물자급의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산밀은 소비처 확대가 관건이며, 쌀은 가공용 시장개척이 관건이 됐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농업과 기업이 노력하는 지역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전라북도 소재의 풍년제과 강동오케익과 황등농협이 그 주인공이다.


10여년째 우리밀 고집…‘수제 초코파이’로 명성
전주 풍년제과 강동오케익

한그루영농법인 ‘고소밀’ 계약재배
어린이 초코파이 체험키트도 개발

▲ 강동오 대표이사(왼쪽)가 지난 해 개발한 ‘내가 만든 풍년제과 전주 수제 초코파이 만들기 체험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북 전주 소재 풍년제과 강동오케익의 강동오 대표이사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의 직업은 빵을 만드는 것. 그것도 잘 부풀어 오르지 않아 빵 만들기가 어렵다는 국산밀만을 원재료로 사용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강동오 대표이사가 국산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국제곡물가가 급등하며 지난 2007~2008년 사이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이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전쟁은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를 가지고 이뤄지겠다는 판단에 그간 사용하던 수입밀에서 국산밀로 원재료를 전환한 것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강동오 대표이사는 “처음 국산우리밀로 원료를 완전히 바꾸겠다고 하니까 당시 함께 일하던 직원 총 13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불투명한 일이었다”면서 “또 원재료를 국산우리밀로 바꾼 다음에도 납품가격을 올리지 않으니까 ‘수입밀을 섞어서 쓴다’는 투서도 많아 조사도 많이 받았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를 괴롭힌 것 중 하나는 밀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높아지기만 했던 국산밀 가격. 단경기 밀가격이 2배 이상씩 폭등하면서 원료 구하기도 힘들었다. 원재료를 국산밀로 전환할 당시의 국산밀 자급률은 0.3%대에 지나지 않던 시기였기도 하다.

“겨울을 지나면서 자라는 것이다 보니 병충해도 없어 수입밀과는 차별화가 된다”면서 “지금은 소비자 패턴도 많이 바뀌어 국산밀만을 사용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층도 많아졌다”고 말하는 강동오 대표이사.

그는 “지난해부터 익산의 한그루영농법인과 ‘고소밀’품종 계약재배를 통해 매년 50톤의 원료를 조달받아 초코파이를 한정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원재료 생산단계에서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서 지리적표시제 인증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체험활동으로 국산밀을 접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교육키트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국산밀로 만든 초코파이 속에 크림을 발라 먹을 수 있는 ‘내가 만든 풍년제과 전주 수제 초코파이 만들기 체험 키트’다. 이 키트는 지난해 정부와 지방비 자부담 등을 합쳐 총 2800만원을 사업자금을 들여 생산자단체인 전주우리밀영농조합과 강동오케익이 함께 개발한 제품.

강동오 대표이사는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면서 국산밀에 대한 교육이 가능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교육용으로 수제초코파이 키트를 만들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국산밀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농업과 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보람찬 벼를 통이춘래 황등농협 팀장이 황등농협에서 생산된 쌀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석밥용 쌀 ‘보람찬’ 생산 4년차…역량 강화 초점
전북 익산 황등농협

CJ프레시웨이와 계약재배
재배방식 통일…품질 균일하게


전북 익산시에 소재하고 있는 황등농협은 즉석밥 제조업체인 CJ프레시웨이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가공품종인 ‘보람찬’을 재배·판매하는 데 특화된 농협이다.

‘보람찬’품종은 가공용으로 등록된 품종으로 이 종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식품업체와의 납품계약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에 따라 황등농협은 지난 2015년부터 지역 농민과 황등농협, CJ프레시웨이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범생산단지 2ha를 조성하는 것으로 시작된 협업은 2016년에는 햇반용 보람찬 벼 생산단지가 240ha로, 이어 2017년에는 500ha로 늘었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춘래 황등농협 팀장은 “올해는 사업면적이 더 늘어 1300ha로 보람찬 품종 재배면적이 늘었다”면서 “이중 황등농협 조합원이 참여하는 면적이 850ha가량에 이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나 보람찬을 전담하는 담당계가 지자체에 마련됐다고.

올해 4년차에 접어든 사업은 역량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황등농협은 가공용 쌀 생산단지 농업인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품질 균일도가 생명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이 재배기술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도 ‘보람찬’ 품종을 공급하고 있는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종자사업본부 관계자가 직접 황등농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품종의 특성과 생산을 위한 핵심기술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사업을 진행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황등농협 관계자를 통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이춘래 팀장은 “사업을 시작하는 초기단계에서는 참여농민 별로 그간 재배해온 관행에 따라 벼를 재배하면서 재배방식 통일에 애로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재배방법이 거의 통일된 상황”이라면서 “이와 함께 종소규모 농가에 대해서는 공동육묘장에서 모를 공급하는 한편, 방제도 항공공동방제를 실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공동방제사업이란 범농협이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공동방제단 사업을 말하는 것으로 방제단이 전국을 돌며 공동방제를 진행해 영농의 편의성은 물론 방제의 효율성도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 또 농협의 공동방제사업 뿐만 아니라 익산지역의 경우 공동방제를 위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었다.

이춘래 팀장은 “농민과 농협, 기업과 지자체가 이렇게 합심해서 농업과 기업간의 협력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는 잘 없을 것”이라면서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협력사업을 함께 하는 CJ프레시웨이에서도 공동방제기금을 제공하는 등 협력사업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운석 전북도청 농정기획팀장은 “농업법인과 식품기업을 연계해 품목별 주산지 개발을 통한 계약재배를 확대해야 전북 삼락농정의 핵심인 제값 받는 농업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올해 ‘기업은 앞에서 당겨주고 생산자단체는 뒤에서 밀어주는’이라는 슬로건으로 농·기업 상생협력협력을 통해 전북만의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