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헌 윤봉길의사 4.29 상해의거 86주년을 기념하고 제45회 윤봉길평화축제가 충남 덕산면에서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본보와 매헌윤봉길월진회 등이 선정한 매헌 농민상 시상식이 함께 마련됐다.

지금으로부터 86년 전인 1932년 4월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는 상해 훙커우공원에서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 조국의 ‘봄’을 꿈꿨던 20대 청춘은, 그렇게 봄날의 ‘꽃’처럼 산화했다. ‘독립운동가’ 윤봉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는 농촌·농민운동가로서의 활동이 중요한 토대가 됐다. 뜨거운 애국심, 그리고 농업을 민족의 생명창고라고 강조했던 그의 정신을 기리는 ‘매헌윤봉길의사 4.29 상해의거 86주년 기념-제45회 윤봉길평화축제’가 4월 28일과 29일 윤 의사의 고향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서 열렸다. 기념식과 함께 매헌윤봉길월진회·매헌윤봉길농민상위원회·한국농어민신문이 선정한 매헌농민상 시상식, 관련 학술토론회도 마련됐다.


일본 제국주의에 ‘도시락 폭탄’
조국의 봄 꿈꿨던 윤봉길 의사
4.29 상해의거 86주년 다례 행사
매헌농민상 시상 등 넋 기려


매헌 윤봉길 의사 4.29 상해의거 86주년 기념 다례 행사가 29일 오전 충의사 본전에서 남궁영 충남도지사 권한대행, 황선봉 예산군수, 홍문표 자유한국당(충남 예산·홍성) 의원, 유족, 참배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이어 윤 의사의 생가가 있는 도중도 일대에서는 (사)매헌윤봉길월진회 주최로 ‘매헌 윤봉길 의사 4.29 상해의거 86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의 분야별 시상식이 진행됐고, 매헌 윤봉길 농민상 시상도 이뤄졌다. 수상자는 농민권익보호 부문에 차흥도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전국협의회 운영위원장, 신농업인 부문에 조강희 허브다섯메 대표, 협동조합 부문 서정홍 가톨릭농민회 회원(시인), 여성농업인 부문에 박영숙 나눔영농조합 대표 등 4명이다.

이밖에도 행사장 곳곳에 윤봉길 의사의 넋과 뜻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졌고, 주최 측 추산 양일간 연인원 5만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 이인제 자유한국당 충남도지사 후보 등을 비롯해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자리했다.

이태복 매헌윤봉길월진회장은 “윤봉길평화축제는 윤봉길 의사의 숭고한 세계 평화사상과 애민정신을 기리기 위한 장”이라며 “단순한 지역의 축제가 아니라 무너진 민족의 정신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시대정신을 가다듬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헌 농민상 수상자에게 듣다

"중소·가족농으로 농정 전환을"

▲농민권익보호 부문/차흥도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전국협의회 운영위원장=“대농과 기업농 위주의 농정을 중소·가족농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차흥도 생명창고·지역순환사회전국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보는 현재 농정 전반에 관한 진단이자 대안이다. 그는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장(목사)으로서 농을 중심으로 모든 자원들이 자연 순환과 사회적 순환이 이뤄지는 대안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2016년부터 로컬푸드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으며,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도 지냈다.

그는 “대농과 기업농을 포함해 농가 소득이 4000만원을 육박하고 있지만, 중소 가족농의 농가소득은 연간 1000만원도 안 된다”며 “농정이 중소 가족농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농과 기업농을 위한 것이다. 그동안 농정 방향은 가족농 뿐만 아니라 청년 농업인들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보장해 줘야 지속가능한 농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청와대의 개헌안에 공익적 가치가 들어가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농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농정 역시 농민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하고 있다”면서 “농의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적극 보장해 줘야 하고, 농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농정이 바뀌지 않으면 청년 세대가 지역으로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고 결국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허브 발굴·보급 힘써"

▲신농업인 부문/조강희 허브다섯메 대표=조강희 허브다섯메 대표는 서울 송파, 경기 광주, 강원 평창 등 2만8000평의 농장에서 150여가지의 허브를 21년째 재배하면서 한국 환경에 맞는 허브를 발굴해 전국에 보급하고 있는 국내 조경용 허브 생산 1인자로 꼽힌다. 도심 근교라는 지리적 여건에다 생소한 분야인 농업 분야에 뛰어들면서 숱한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는 서울 근교에서 화훼 농사를 하다 당시 대부분의 화훼 농가들이 서울을 떠나며 선택한 난이 아닌 허브를 선택하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갔다. 그것이 바로 차별화의 길이 됐다고 했다.

조 대표는 “남이 선택하지 않고, 흙을 만지고, 햇볕을 받아야 하는 난을 선택했다. 또 대도시 시장과 가깝고 많은 인력을 구할 수 있는 서울에 남아 농사를 지은 것이 어떻게 보면 차별화 아닌 차별화가 됐다”면서 “뿐만 아니라 ‘좋은 상인이 좋은 농산물을 만든다’는 생각에 유통 분야도 중요하게 여기며 허브를 재배해 왔고, 지금 직원 30여명과 함께 하고 있어 나름 성공한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농장에서 허브전문가를 양성하고 체험농장으로 개방해 허브의 보급화에도 기여를 하고 있으며 올해 3월까지 한국허브협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자기 생을 희생한 윤봉길 의사의 정신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이런 부분이 큰 밑천이 될 것이라 여기고 있다. 남을 돕고자 하는 생각이 있으면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다른 시장을 찾아내는 노력을 펼치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청년 농부들에 관심 가져야"

▲협동조합 부문/서정홍 가톨릭농민회 회원·산골 농부(시인)=“매헌 농민상이 앞으로 청년 농부들에게 많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서정홍 가톨릭농민회 회원이자 시인은 청년 농업인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을 호소하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청년 농부들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라며 “이들을 위해 환경을 덜 오염시키고,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소박하게 살고 있다. 이들이 없이는 사회도 농업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6년 경남 합천 가회면 황매산 자락 산골 마을에 뿌리를 내려 ‘열매지기 공동체’를 만들고 ‘강아지 똥 학교’와 ‘담쟁이인문학교’를 열어 젊은이들이 꿈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또한 농부 시인으로 1996년부터 가톨릭농민회에서 ‘우리밀살리기운동’과 ‘우리농 생활공동체운동’을 하면서 경남생태귀농학교를 설립해 농약과 병든 땅과 무너져가는 농촌을 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헌 농민상 수상 소감에 대해 서정홍 시인은 “노동자로 살았을 때 ‘전태일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매헌농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문득 그때 생각이 떠올랐다”면서 “아직도 농부를 귀하게 여겨주는 많은 분들이 곳곳에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농부로 사는 맛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농(農)은 ‘별 진(辰)’자에 ‘노래 곡(曲)’으로 돼 있다. 저는 농부를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면서 “아울러 농부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내가 지은 농산물이 누군가의 밥상에 올라가고, 이렇게 생명을 살리는 마음이 농업에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최근 들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철채소 꾸러미로 농가소득 쑥"

▲여성농업인 부문/박영숙 나눔영농조합법인 대표=“1996년 귀농한 이후 여성농업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반갑고 영광스럽습니다. 지역의 여성농업인들과 이 상을 함께 받고 싶습니다.”

박영숙 나눔영농조합법인 대표는 1996년 서울에서 충남 청양군으로 귀농했다. 남편의 건강 문제가 이유였다. 서울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여성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에 주력해 오던 그는 귀농 이후 2010년부터 지역의 여성고령 농민, 친환경 생산자들과 함께 제철채소 꾸러미 ‘시골맛보따리’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마을기업 나눔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해 여성농민의 소득증대와 친환경농산물 생산 확대, 지역의 문화 복지 향상에 힘쓰고 있다.

그는 또 2015년부터 청양 로컬푸드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017년부터 지역 특산물인 구기자를 가공제품으로 출시해 농업의 6차산업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는 ‘농민들이 떠나지 않고 살 수 있는 농촌’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얘기다.

박 대표는 “2010년부터 꾸러미 사업을 운영해 올해 6월이면 8주년이 된다. 매주 1회씩 한달에 4회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전국 1000여명의 회원들에게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다. 2013년에는 마을기업으로 운영하고 있고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부밥상도 운영하고 있다”면서 “농사를 열심히 짓고, 떠나지 않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업은 생명창고라고 규정한 매헌 윤봉길의사 사상에 대한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다.


#매헌과 농업, 그의 생명창고사상 학술토론회
"생명창고 열쇠 쥔 농민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살아"

농촌 계몽 힘쓰고 농민독본 편저
사상·철학 모태 농업에 뿌리
"윤봉길 의사 뜻 계승·발전을"


농민·농촌운동가로서 매헌 윤봉길 의사의 사상과 활동을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학술토론회도 29일 덕산면 종합복지센터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선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에 앞서 농민운동가로서의 그의 활동을 주목하는 한편 농업을 생명창고라고 강조한 그의 사상을 계승하자는 취지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상해로 망명 이전까지 그의 사상과 철학의 모태는 농업과 농촌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생명창고사상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매헌이 농촌계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때는 그의 나이 19세. 우연한 기회에 경험한 공동묘지 ‘묘표사건’이 결정적이었다. 한 청년이 아버지 묘표를 알려달라면서 주변의 공동묘지 묘표를 모두 뽑아왔다. 묘표가 있던 자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묘표를 가져온 것. 이를 지켜본 매헌은 ‘일본 제국주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지’라고 깨닫고, 농촌계몽운동에 눈을 돌렸다.

이후 매헌은 1926년 야학을 설립했고, 독서회를 만들고 급기야 1929년 농촌운동을 구체적이고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월진회를 만들게 됐다. 윤 의사는 야학교재로 ‘농민독본’을 공동편저하기도 했다. 농민독본에는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한다는 것은 역사의 발전과정에 대한 필연의 현상으로 가정하고 그러한 때가 도래하여도 그 소중한 생명창고의 열쇠는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김영우 매헌윤봉길월진회 이사는 “윤 의사의 농촌운동은 단순히 농업의 문제만을 풀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농민의 문제까지 폭넓게 인식하고 있고 공동체적인 운동으로 실천했음을 알 수 있다”며 “농업은 결단코 묵은 글자가 아니고 생명창고이며, 그 열쇠를 농민이 지고 있다는 말씀은 결국 농업을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우 이사는 “생명창고의 열쇠를 쥔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도 잘 산다. ‘사람이 살고 싶은 농촌’으로 농정의 철학과 목표를 바꾸어야 하고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주는 농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면서 “다행히 문재인정부의 헌법 개정안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명시된 만큼 국가가 나서 농민기본소득제,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농산물기초생산비보장제 등 다양한 농업정책을 깊이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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