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농식품 중국 수출 회복, 정부가 나서라

근육백신은 이상육 발생률 높아
제2의 살충제 계란 사태 우려
농가피해 예방·안전성 확보 시급


지난 3월 26일과 4월 1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A형이 돼지에서 발생됐다. A형 백신을 접종하지 않고 있던 우리나라에서는 즉시 ‘심각’ 단계를 발표하고 긴급백신을 실시했다. 다행히 추가 발생은 없어 5월 초순이면 구제역 이동제한이 해제될 예정이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안 그래도 2월 1일부터 구제역 백신 2회 접종이 의무화 돼 이상육 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로 A형 백신을 보강하다 보니 이상육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제역 백신을 2회만 접종해도 이상육 발생률은 73.7%에 달하고, 연간 한돈 농가들의 손실은 27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상육 발생이 거의 없는 피내접종(근육이 아닌 피부에 백신을 접종하는 방식) 도입이 매우 시급하다.

이미 기존 구제역 백신(O형, 일반백신)에 대해 피내접종 시 항체가가 형성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전 실험이 완료된 상황이다. 지난 2017년 3월~8월까지 5개 농장 실험결과, 제품별로 차이는 있으나 2회 접종 시 60~78%까지 SP항체가가 형성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피내접종용 백신이 도입될 경우 항체가는 더욱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는 한시라도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 새로운 백신이 도입돼 검역본부의 인·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실험과 각종 행정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기존의 일반적인 행정절차와 기간은 너무 길고 2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산업의 피해를 감안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새로운 백신의 인·허가는 해당업체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산업의 피해가 워낙 크다보니 대한한돈협회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회의를 통해 백신사들의 신청을 받아 직접 임상실험을 추진키로 했다. 기존 구제역 백신을 공급하고 있던 주요 3사가 모두 참여의사를 밝혔고, 조속한 시일 내에 임상실험계획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검역본부가 기존 현장실험 계획이었던 것을 인·허가를 위한 임상실험으로 인정하고 이를 추진해 준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다. 이후에도 검토기간과 인·허가를 위한 행정절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협조해 줘야 한다.

한돈협회는 기존 피내접종 장비가 고가이고 무게가 무거워 작업이 힘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볍고 효과가 높은 인체용 피내접종 장비를 가축용으로 개발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구제역 피내접종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이 시작되면 약 2~3개월이면 항체가가 잘 나오는지 1차 검증은 끝난다. 그러나 임상시험 완료를 위해서는 백신을 접종한 돼지가 도축된 후 이상육 및 안전성 문제가 없는지 등 세부사항까지 확인한 후 인·허가가 진행된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실험과 절차가 완료된 후에 백신을 도입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구제역 백신은 동일한 성분으로 이상육 문제, 안전성 문제는 이미 검증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가장 중요한 항체가만 확인되면 7~8월경에 긴급백신으로 피내접종 백신을 수입해 공급하는 것도 검토돼야 한다.

현재 구제역 SOP에 따라 긴급백신은 백신 미접종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됐을 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 기간 내에 결정하도록 돼 있으나, 이상육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농식품부에서 기존 SOP를 보완해 긴급백신으로 도입 결정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행정지침을 수정해서라도 산업을 먼저 생각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구제역 백신으로 인한 이상육 문제는 한돈 농가의 피해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름 돼지고기’로 언론매체와 소비자 블로그 등에서 다뤄지면서 국내산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추락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상육 문제가 더욱 논란이 된다면 살충제 계란 사태와 같이 국내 축산물 전체의 안전성 논란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현재 구제역 백신 비용은 정부가 국비로 일부 보조(전업농 이하 100%, 전업농 이상 50%)를 하고 있다. 마리당 2ml씩 투여하는 근육백신이 0.5ml씩 투여하는 피내접종으로 변경될 경우 국가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정부가 불필요한 예산지원을 아끼는 것도 하나의 명분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해결책이 있다면 다소 기존 절차를 간소화해서라도, 행정지침을 수정해서라도 현장의 문제를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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