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쌀과 고구마, 프리미엄 소주 '려'로 재탄생

▲ 박용구 대표(오른쪽부터)와 박일영 대표, 원삼희 전 회장이 여주고구마와 쌀로 만든 증류소주 ‘려’의 숙성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여주고구마연구회원들이 ‘주주’ 
국순당의 기술력과 만나
부드럽고 풍부한 향 일품

100% 지역 농산물 원료로 사용
수요 확대·일자리 창출까지 


국내 농산물 소비량 감소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의 주식인 쌀의 지난해 소비량은 1980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1~2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젊은 층의 경우 밥 보다는 빵, 피자, 라면 등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는 추세다. 줄어드는 농산물 수요를 그나마 대신하고 있는 곳이 식품·외식업체 등이다. 그래서 정부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업단체와 기업 간 협력 사업을 유도해 농산물 수급 안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조직과 기업 간 연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5곳의 우수 지방자치단체와 농업 현장을 찾아 간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국순당여주명주(주) 내부를 들어서자 가장 먼저 수많은 전통 옹기가 눈에 들어온다. 옹기에 든 것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국순당여주명주 박용구 대표는 “양조장에 총 500개의 옹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두 1~3년 숙성 중이 전통 소주가 담겨 있다”며 “옹기가 숨을 쉬면서 나쁜 향은 배출하고 맛을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옹기에 보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옹기에서 3년이라는 오랜 기간 숙성했다가 탄생한 제품이 국순당여주명주(주)의 전통 증류소주 ‘려(驪)’다. 소주 ‘려’는 여주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인 고구마와 쌀 100%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소주 제품은 100% 고구마증류소주, 고구마 및 쌀 혼합증류소주 2종류이며, 고도주 40도와 저도주 25도로 선보이고 있다. 고구마 소주는 다양한 아로마성 물질을 함유하도록 상압증류로 만들어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쌀 소주는 감압식으로 증류해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국순당여주명주(주)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농업단체인 여주고구마연구회와 여주시와 협약을 맺고 2011년 법인을 설립했기 때문이다. 여주고구마연구회 회원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계약재배 형태로 고구마 원료를 공급한다. 쌀은 여주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공급 받는다. 덕분에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100% 국내산 농산물로 생산된 술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여주고구마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원삼희 씨는 “전국적으로 고구마 주산지가 확대돼 소비처 확보 차원에서 참여하게 됐다”라며 “려 소주를 접해 본 지인들이 다시 찾을 정도로 상품성은 인정받는 만큼 고구마 소비량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박일영 대표는 “여주 관내 기업에 대해서는 쌀을 원가수준에 공급해 부담을 줄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류소주 려는 3년 숙성시킨 다음 브랜딩 하는데 3개월이 소요될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2016년에 첫 제품이 출시됐다. 그래도 전통주로 인증 받아 현재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농협하나로클럽, 롯데마트 입점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새로운 도약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순당여주명주 ‘려’ 소주의 향과 맛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군납이 이뤄진 것이다. 현재 전국 1000여 곳의 군매점(PX)에 공급되고 있으며,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구 대표는 “농업인과 국순당의 기술력, 여주시가 협력해 지역 특산품을 이용해 상품으로 극대화 시킨 사례”라며 “증류소주 려의 판매량이 늘어나면 지역 농산물 수요뿐 아니라 일자리도 함께 확대되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전국 대상 홍보채널 및 지역체험관 등을 지원해 준다면 지역 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품·외식업계 국산 원료 사용 촉진…농산물 수급안정 큰 몫”
경기도 류인권 농정해양국장

파주장단콩연구회 등 7곳 지원
대량 소비처 지속 확대로
판로·농가소득 안정 기대

- 농업과 기업 간 연계 강화 사업의 취지는?
“고령화와 농산물 수입개방 및 소비트렌드 변화 등으로 가정에서의 국내산 농산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인 쌀 소비량을 보면 1인당 1980년은 132.4kg에 육박했는데 2000년 93.6kg으로 줄었다가 2017년 61.8kg으로 급감한 상태다. 다행히 식품, 외식업체의 국내산 농산물 수요가 늘어 소비 감소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식품·외식업계의 국산 원료 사용 비율을 보면 31.4%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 2017년 사업 실적은 얼마나 되나
“농업과 기업 간 연계 지원사업은 2016년부터 생산자단체와 식품·외식업체가 계약재배를 통해 국산 농산물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는 현재 생산자단체 및 기업을 포함해 7개 조직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원 조직 중 여주시명품쌀작목반연합회와 농협공동조합법인이 쌀 대체작물인 연(연근, 연잎차 등)과 콩 재배를 확대하데 지원했다. 파주장단콩연구회는 잔다리마을공동체협동조합과 녹풍콩 계약재배 및 두부 등 콩 제품 제조· 판매 한다. 이외에도 정남농촌체험휴양마을,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에버그린엡버블루협동조합 등 7개 연계 사업에 총 165억원(자부담 포함)을 지원했다.”

- 주요 사례를 말씀해 달라
“여주시와 농업인단체, 국순당이 지난 2011년 협약을 통해 공동설립 한 국순당여주명주(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와 쌀을 이용한 증류식 소주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원료 구매 현황을 보면 2015년 고구마와 쌀이 각각 29톤, 22톤 이었는데 2017년 40톤과 30톤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고구마와 쌀을 40~50톤 사용하고, 내년에는 100톤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대량 소비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우리 농산물 수급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 2018년 사업 계획은?
“올해는 농업과 식품기업이 가공용 농산물을 매개로 안정적인 판로 확보 및 농가 소득 증진을 위한 계약재배 확대 사례를 찾을 계획이다. 더불어 상호간 연계 촉진에 필요한 항목과 성과 관리 지원을 통해 농업과 식품기업의 실질적 성과 제고 및 협력 확산 도모할 방침이다. 우수 사례가 늘어나면 소비자 맞춤형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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