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걀 산지 시세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특란 10개 기준 평균 688원까지 하락했던 시세가 4월 들어 반전되면서 4월 13일 기준 862원으로 빠르게 상승했다.

이 같은 회복세를 보며 일각에서는 급한 불은 잡은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달걀 산지가격이 반등한 것에 대해 산란계 자율도태와 소비촉진 활동이 전개돼 달걀 수집상들이 물량 확보에 나선 것을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산란계업계의 달걀 생산과 유통에 대한 불신의 시각이 팽배하게 깔려있다. 협력과 조직적 대응보다는 따로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달걀 생산 과잉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나는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 내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란계업계가 ‘치킨게임’에 비유되고 있다. 치킨게임은 경쟁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으로 극단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른바 ‘겁쟁이 게임’으로도 불리는 데, 1950년대 미국 젊은세대에 퍼져있던 매우 위험한 자동차 질주 게임에서 유래됐다. 서로를 향해 차를 돌진하며 먼저 핸들을 돌려 피하면 패배한다. 양측이 모두 피하지 않으면 큰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 기업 간 경쟁서도 치킨게임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승리하기 위한 손해는 천문학적이다.

산란계업계도 협력 없이 치킨게임에서 무조건 이기고 보겠다고 하면 모두 출혈만 남게 된다. 최근 달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해서 산란계업계가 정상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모두의 피해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자율적 산란성계 도태 등 수급조절이 흐트러지면 또다시 추락의 길을 걸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산란계업계의 이기주의적 행동이 강해지고 달걀유통이 왜곡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산란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자구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의 불명예를 산란계업계가 가지지 않도록 관련 업계는 물론 정부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병성 기자ㆍ축산팀장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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