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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류 수출 동향 <상> 사과] 베트남, 사과 제2수출시장 ‘우뚝’···출혈경쟁은 ‘옥에 티’
   
 

수출 실적은 1년 단위로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과와 배는 9월에 생산된 과실이 다음해 봄까지 수출, 지난 2017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의 수출실적을 체크하면 지난 추석 때 생산된 물량이 해외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과실류 대표 수출 품목인 사과와 배의 2017-2018 수출 상황을 짚어본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699만6000달러 어치 수출
베트남 수출은 ‘106만3000달러’
전 시즌보다 43%↑…홍콩 따돌려


한류열풍에 힘입어 우리 사과가 베트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신시장 개척이 어려운 품목이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과당 경쟁이 시작돼, 우리 사과의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우리 사과 제2수출시장으로 도장 꽝=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 9월부터 지난 3월까지 2721톤의 우리 사과가 해외로 수출, 699만6000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의 수출물량은 2863톤, 실적은 670만7000만 달러였다.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해 예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박세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수출팀 대리는 “우박피해 및 탄저병 확산 등으로 저급품 사과가 많이 출하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별 수출실적으로 보면 크게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베트남 수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 지난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우리 사과 베트남 수출실적은 106만3000달러로, 이는 지난해 같은 동기 대비(74만1000달러) 43% 증가한 수치다. 우리 사과의 제 2수출시장 자리를 놓고 겨루던 홍콩을 크게 따돌린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우리 사과의 수출 시장은 가장 큰 시장이 대만, 2위가 홍콩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베트남에서 우리 사과가 각광받으면서, 베트남이 우리 사과의 제 2위 수출시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홍콩(62만4000달러)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일시적이거나, 2-3위 시장의 변동이 많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예상과 달리 홍콩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베트남이 우리 사과의 제2수출시장으로 발판을 확실히 다졌다. 박 대리는 “베트남이 우리 사과의 제2시장으로 확실히 떠올랐다”고 말했다.


늘어난 실적만큼 ‘경쟁 과도’
가공용 저급 사과 헐값 판매도
"국내 업체간 저가 경쟁 자제
한류 살려 고급시장 선점해야" 


▲올라간 수출실적만큼 과열경쟁도↑=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늘어난 수출실적만큼 과열경쟁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몇몇 우리 업체들이 단순 수익창출만을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사과를 수출하면서 출혈경쟁이 불거진 것이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소장은 “베트남에서 우리 사과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각지의 사과농가와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과당경쟁이 시작됐다”며 “심지어 국내에서 가공용으로 먹는 저급 사과를 한류라는 이미지를 업고 헐값에 판매해 시장을 흐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규시장의 과당경쟁이 비단 사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른 신선 품목과 비교해 신규 시장 발굴이 어려운데다, 우리 사과의 프리미엄 인지도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시장에서 일반적인 제품으로 포지셔닝 될 수 있어 걱정이 더 큰 것이다. 이순녕 사과수출협회장은 “사과는 전 세계에서 생산돼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품목 중 하나다”며 “이런 가운데 우리 사과가 베트남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줄 내심 기대했는데, 출혈경쟁이 바로 일어나 난감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입 초기 당시, 한류 덕분에 우리사과가 프리미엄 과일로 각광받았었는데, 순간의 이익을 위해 저급 제품을 수출한 업체 때문에 바이어들에게 저급 사과 이미지를 심어줘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이 점을 악용하는 바이어들이 생겨나 피해를 본 우리 수출업체도 발생했다.

정부와 수출업체, 농가들은 미래를 생각해 국내 업체 간 저가경쟁을 자제하고, 한류이미지를 살려 현지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표는 “지금은 저가경쟁으로 쓸데없는 힘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우리 사과의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단순히 실적을 올리는데 급급하지 말고 한류 이미지로 고급 유통채널을 뚫어, 지속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장노트/충북원예농협, 품질 앞세워 수출 주도권 ‘탈환’

국내 업체 난립…경쟁 과열에
베트남 바이어 낮은 값만 제시
작년 9월부터 ‘사과 수출 포기’

한국산 수요 증가로 몸값 올라 
최근 현지 바이어 태도 변화
‘프리미엄 시장’ 진출 협상 중  


지난 2017년 충북원예농협은 지난 2016년 호기롭게 시작했던 베트남 수출을 과감히 포기했다. 우리 사과의 대베트남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자, 몇몇 수출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사과를 수출해 시장을 흐리면서 땀 흘려 생산한 사과의 제값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상복 충북원예농협 소장은 “한류의 인기로 베트남이 우리 사과 수출의 신시장으로 떠오르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수출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수출 농가뿐만 아니라 일반 영세 농가와 업체가 수출에 모두 참여하게 되다 보니 과열경쟁이 시작돼 시장 진출이 어려워졌다”고 회상했다. 사과의 품위는 묻지도 않고 무조건 낮은 가격만 제시하는 현지 바이어들의 문의가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소장은 “많은 바이어들이 터무니없는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며, 그 가격에는 어렵다고 얘기하면 이 가격에 맞춰 주는 업체가 많은데 왜 안 되냐는 식으로 반문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에 지난 2017년 9월부터 생산된 사과의 베트남 수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충북원예농협은 다시 마음을 바꿨다. 낮은 가격으로 협상을 하던 베트남 바이어의 태도가 바뀌어서다. 현지에서 한국 사과의 수요는 꾸준한데, 지난해 생산된 사과의 저장물량이 거의 다 소진되면서 우리 사과의 몸값이 올라갔기 때문. 이 소장은 “저장고내의 공기 환경을 조절해 사과의 호흡을 멈춰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CA기술 덕분에 1년 내내 신선한 사과를 보유하고 있다”며 “수요가 충분한데 물량이 없자 낮은 가격을 요구했던 현지 바이어들이 태도를 바꿔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달부터 베트남 바이어들과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위한 협상을 타진 중이다. 이 소장은 “물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며 “하지만 우리가 베트남 수출을 중단했던 이유는, 이런 상식을 뛰어넘는 정도의 과당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가 조금만 템포를 늦추면, 한류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살려, 충분히 협상 주도권을 가져 올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이것을 버리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며 “우리의 노력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시장에서 출혈 경쟁으로 프리미엄 시장 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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