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얼어죽은 배꽃 12일 충남 천안시 조종복 씨가 지난 8일 갑자기 떨어진 영하의 기온으로 배꽃이 얼어붙어 암술이 썩어가는 피해로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마음에 배꽃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김흥진 기자

개화기 갑작스런 한파에
과수·채소 등 언 피해 잇따라
잠정 피해규모 2176ha 
강풍에 하우스 등 시설피해도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이상 저온으로 인해 개화중인 과수, 채소 등의 농작물 2176ha(잠정) 규모에 저온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전국 과수 주산지 최저기온은 전북 장수 -4.8℃, 경남 거창 -3.9℃, 충남 금산 -2.6℃, 울산 -2.2℃, 전남 나주 -1.3℃, 경북 영천 -1.0℃ 등이다.

갑작스런 이상저온에 따른 작물별 피해규모는 과수 1757ha, 특작 156ha, 전작 140ha, 채소 123ha 등으로 조사됐다. 과수분야 세부 피해 규모를 보면 배가 1054ha로 가장 많은 규모였으며, 사과 509ha, 복숭아 84ha, 참다래 35ha, 살구 32ha, 자두 17ha 등으로 나타났다. 채소 및 특작 규모는 인삼 153ha, 감자 134ha, 참외 103ha, 취나물 17ha 등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7~8일 꽃샘추위로 인해 도내 배 재배 농가들이 배꽃 암술이 고사하거나 꽃봉오리가 흑색으로 변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 면적은 698.4ha이고, 596농가가 약 198억66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경남도 과수 농가의 냉해 피해가 심각하다. 경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경남도 내 사과재배 면적 총 3642ha 중 저온 피해 면적이 869.5ha이다. 이는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꽃눈의 발육이 빠르고 냉기 정체가 심해 피해가 증가했고, 강풍이 불고 건조한 상태여서 피해가 더 빠르게 진행됐다.

▲ 450주 배나무 전체에 발생한 피해현상으로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배꽃이 암술부분부터 썩어가면서 검게 변해 인공수분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김흥진 기자

충남은 마늘과 배 주산지 위주로 저온 피해를 입었다. 지난 10일 현재 천안과 논산, 부여, 공주 등 4개 시군 총 198ha에서 저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마늘의 주산단지인 서산 부석·인지면과 태안 원북·근흥면의 경우 난지형 마늘에서 잎집썩음병 발병률이 3.4%로 전년 동기 대비 0.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과수 농가들도 냉해 피해를 입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배 농사를 하는 남강희 씨는 총 1만2000m2(4000평) 규모의 과원이 냉해 피해를 입어 폐농 위기에 처했다. 남강희 씨는 “기온 저하 전에 과원 내 과수들이 꽃 몽우리 상태였는데 기온 저하로 인해 수술이 검어졌다”면서 “현재 살아 있는 꽃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 사실상 올해 농사는 폐농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과수뿐만 아니라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10일 강원 강릉과 양양 등 동해안을 중심으로 최고 풍속 32.9km가 넘는 강풍이 불어 비닐하우스 200여동 이상이 지지대가 휘어지고 비닐이 찢어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와 더불어 영동지역의 경우 강풍경보와 건조주의보가 내려져 강원도 내 농업인들이 산불발생과 농작물피해를 염려하고 있다. 

박의열 한국농업경영인충남도연합회장은 “지난해처럼 추웠던 강추위는 처음이고, 이번 저온 현상 피해로 인해 농가의 경제는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피해조사를 하고, 농어업재해대책법 차원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윤광진·백종운·이평진·이장희·구자룡 기자 yoonk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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